차세대 스마트폰이라고 내어놓는 제품들이 전작에 비해 미미한 개선에 그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교체주기가 2년? 글쎄,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씨넷코리아=이민아 기자) 애플의 연례 가을 행사가 다가오니 자신의 약정 요금제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 이들이 많겠다. 나름대로 신중한 소비자라고 자부하는 필자 조차도 보라색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만큼은 마음이 심히 흔들렸으니 말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우리가 2년마다 스마트폰을 교체하게끔 오랜 기간 술수를 쓰며 노력해왔다. 그 주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가보다 현저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어쩔 땐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고 그 대신 2년 약정이란 조건을 내건다. 그 예로 지난 해 AT&T와 버라이즌(Verizon)은 당사의 무제한 요금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아이폰12를 무료로 제공했다.
뻔한 마케팅을 수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장 최신 고급 스마트폰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 그때 드는 설렘이 지금의 ‘교체주기 2년’ 인식이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는지 모른다.
이런 일들이 미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라는 말이 무색한, 휴대전화기마저 귀한 아시아의 한 개발 도상국에서 필자는 나고 자랐다. 지난 8월 인터넷을 적정한 가격에 보급하기 위해 모인 국제 동맹 A4AI(Alliance for Affordable Internet)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평범한 국민이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을 사기 위해서 두 달치 월급을 모아야 한다. 여기서 필자는 극명한 세계 빈부격차와 특권을 누리는 삶이 무엇인지 느낀다.
다른 한편, 뉴스에서는 급격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연신 떠들어댄다. 세계 각국에서 최고 기온 신기록이 깨지고 있고 기후 관련 재난 사고가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북극의 만년설이 녹는 속도가 지금 우리가 어찌 손 써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유행이 지나 버려진 그 많은 전화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알아서 썩어 없어질 리 만무하다.
전문가들은 매년 버려지는 수톤의 가전제품 폐기물들이 기후 변화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경고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자국에서 나온 폐기물들을 재활용 처리를 위해 해외로 보내고 있다. 아이폰에는 납과 수은과 같은 유독성 물질이 들어있어 부적절하게 폐기될 경우 환경과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그렇게 보내진 폐기물들이 막상 그 곳에서 적절히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국 남부 지역의 구이유 마을에는 미국으로부터 받은 폐전자제품들이 쌓여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 묘지를 이루고 있다.
UN의 2020년 세계 전자 폐기물 보고(Global E-waste Monitor)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2위의 전자폐기물 배출국가로 전 세계에서 5,360만 톤의 전자폐기물 중 690만 톤은 미국에서 나왔다.
애플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의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약속했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은 없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 12가 만들어질 때 대기 중으로 70 킬로그램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말한다. 만약 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화기를 1년 더 오래 사용한다면 우리는 1년 안에 공중으로 배출되는 7천만 킬로그램의 탄소를 절약할 수 있는데 그 수가 천만 혹은 1억 인구라고 생각해보자. 이는 전화기를 바꾸기 전에 한번 고려해볼 사항이다.
늘어나고 있는 스마트폰 교체주기
통신사들이 던지는 매력적인 미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단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과 AT&T의 2019년 스마트폰 교체 건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티모바일(T-Mobile)이나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사들은 이에 대응해 월별 요금제를 제시해 유연성과 옵션을 확장했는데 이는 기준처럼 자리 잡혔던 2년이란 교체주기가 깨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 세계 경제와 환경에 대한 우리의 높아진 의식을 차치하고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는 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를 더 오랜 기간 수신한다. 2015년에 출시된 아이폰 6S가 현재 베타로 출시된 iOS 15와도 호환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굳이 2년 단위로 교체를 해야할까?
게다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를 맞고 개발 역시 정체기에 접어든 것 같다. 스마트폰 판매 성장 둔화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이 더뎌졌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오늘날의 최신형 스마트폰이 예전만큼 입이 떡 벌어질만한 혁신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지만 그만큼 더욱 정교해졌으리라.
스마트폰 기술 격차의 감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다음 번 제품은 어떻게 바뀔 지 우리를 긴장감 속에 기다리게 했다. 아이폰 12 시리즈와 함께 5G 지원은 아마도 가장 이목을 끌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씨넷에게 가장 흥미로운 특색은 바로 맥세이프(MagSafe)였다. 자석을 이용해 장치를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한 애플의 독점 기술은 약 15년 전 1세대 맥북 프로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가 맥북에서는 사라지고 아이폰 12에서 그것을 다시 등장시킨 것이다.
아이폰 11에서 12로 넘어올 때 무엇이 바뀌었는지 보면 5G, OLED 화면, 새로운 디자인이다. 사실 충분히 예상했던 바이다. 물론, 맥세이프나 세라믹 쉴드처럼 기대하지 못한 몇 가지가 더 있긴 하지만 "뜨아" 할 만큼의 혁신은 아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애플이 마지막으로 필자를 감탄 시킨 제품은 2017년 출시된 아이폰X다. 이전 모델들이 갖고 있던 홈버튼과 뚱뚱한 베젤을 과감하게 없애고 날렵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은 이후 아이폰12에도 영감을 불어 넣고 있다. 또한, 아이폰X는 애플의 얼굴 인식 기술인 페이스 ID를 도입한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소문에 의하면 이번 아이폰13은 노치가 더 작아지고 배터리 용량은 늘어나며 화면 재생 속도가 빨라지는 정도의 변화로 전작과 기술적으로 어마한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120Hz은 일부 안드로이드 폰에서 이미 실현하고 있어 스마트폰 환경의 기술 격차가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에 다시 한번 힘이 실리는 듯 하다.
애플은 이제 아이폰의 수명주기가 이제 2년이 아닌 3년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예외가 일어나지 않는 한 애플은 아이폰에 3년마다 비교적 과감한 업데이트를, 그리고 그 보다 더 작은 주기로는 디테일에 집중한 섬세한 업그레이드를 내어놓겠다.
단서를 찾으려면 올해 주력 제품들을 살펴보면 된다. 삼성의 갤럭시 S21가 바로 그것인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바로 가격이다. S21 라인업의 출시가는 미국서 800달러로 작년 출시된 갤럭시 S20의 가격인 1천 달러보다 무려 200달러나 저렴해 주목을 끌었다.
그 외에도, S21은 작년 S20에 비해 점진적인 개선에 그쳤다. 삼성의 가상 언팩(Unpacked) 행사를 취재하면서 눈에 띄는 차이점을 찾기 위해 사양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했던 기억이 난다.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및 5G를 포함한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삼성의 대응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기술 격차의 감소라는 개념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삼성전자가 S21 주력 제품군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격하시킨 기능들 역시 흥미로웠다. 확장 가능한 스토리지, 번들 이어폰 및 충전기를 제외시키며 삼성은 환경을 명분 삼은 애플의 선례를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욕을 자극하는 S21의 매력이 무엇일까? 카메라와 배터리 품질, 빠른 성능, 얇은 베젤, 선명한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다. 하지만 2019년형 갤럭시 S10 역시 이에 뒤처지지 않은 모든 기능을 담았다. 심지어 5년 전의 갤럭시 S7도 그랬다.사람들에게 덜컥 새 폰으로 갈아타라고 꾀어내기에는 변화가 너무도 미미하고 더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스마트폰 기술, 이제 정점을 찍었나?
삼성과 화웨이에서 선보인 폴더블폰 기술은 미래의 스마트폰 세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스마트폰 폼팩터의 혁신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갤럭시 Z 폴드 2는 2천 달러, 화웨이의 메이트 X2의 가격은 3천 달러에 육박한다. 아이폰12 프로나 프로맥스와 같은 가격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폴더블폰은 틈새 제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의 혁신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스마트폰 기술이 이제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 또한 함께 느슨해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