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이민아 기자) 독서왕으로 알려지기도 한 빌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 (Gates Notes)’에 최근 그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여느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 올라온 도서 목록은 게이츠 자신이 인생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책 다섯 권을 꼽았다.
첨부된 영상에는 빌 게이츠가 워싱턴 커클랜드, 인도 뉴델리,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Little Free Library)’에서 이 다섯 권의 책을 기부하는 모습을 담았다.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는 2009년에 미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115개국에 15만 개 이상 운영되고 있는 무인 무료 책 대여소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앙증 맞은 외관에서 우리의 옛 우체통이나 공중전화 부스의 정서가 느껴진다.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가 있는 동네 주민들은 덕분에 구립 도서관이 있는 시내까지 나갈 필요 없이 편리하고 빠르게 더 많은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럼 이제 게이츠가 추천한 다섯 권의 책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 <낯선 땅 이방인 > (Stranger in a Strange Land, by Robert Heinlein)
1961년 출간된 화성인들이 키운 인간에 대한 SF 소설이다. 게이츠는 중학교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이 책을 꼽았는데 작가 하인라인에 대해서 그는 “히피 문화가 출현하기 몇 년 전에 이미 그것을 예측하며 책을 썼다”며 “최고의 공상 과학 소설은 미래에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상상을 북돋아준다”고 말했다.
■ <서렌더> (Surrender, by Bono)
지난 11월 1일에 발간된, 이번 다섯 권의 도서 목록에서 가장 최신 책이다. 게이츠와 친구 사이인 보노(Bono)가 쓴 회고록으로 그는 2억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리더다.
게이츠는 “보노와 친구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내게 새로웠다”고 말했다.
■ <권력의 조건: 라이벌까지 끌어안은 링컨의 포용 리더십> (Team of Rivals, by Doris Kearns Goodwin)
퓰리처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윌이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 대해 쓴 책이다. 무명 변호사였던 링컨이 어떻게 사람을 다스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그가 주요 정계 인사들 간에 주고 받은 편지와 일기, 회고록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게이츠는 이 책의 작가를 두고 “미국 최고의 전기 작가 중 한 명”이며 “이 책은 두 말 할 것 없이 그녀의 걸작”이라고 평했다.
■ <테니스의 내면 게임> (The Inner Game of Tennis, by Robert Gallwey)
게이츠는 최근에 각광 받는 피클볼만큼이나 오랫동안 테니스를 즐겨왔다. 이 책의 작가 로브트 갤웨이는 모든 게임은 외면적 게임과 내면적 게임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외면적 게임이란 라켓과 클럽, 배트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한다면 내면 게임에서는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정신적인 습관 혹은 주의력 상실, 불안, 자기 의심 등의 장애물에 맞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게이츠는 이 작품이 운동 선수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실수를 만회하고 건설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있으며 나 개인적으로 수년간 코트 안팎에서 이를 따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멘델레예프의 꿈> (Mendeleyev's Dream, by Paul Strathern)
주기율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번 도서 목록에서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을 법하다. 이 책에 소개된 19세기 러시아 과학자인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현대화학의 바탕이 되는 주기율표를 고안한, 원소 탐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저자는 멘델레예프가 원소의 정의와 발견을 이루기까지 고대 플라톤으로부터 현대 스티븐 호킹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를 걸쳐 과학과 철학에 대해 함께 풀어내고 있다.
게이츠는 이 책 역시 단지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작가 스트래던은 주기율표의 이야기를 인간의 열망을 일방적으로 비유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고 말했다. “화학의 역사는 물질의 과학에 관한 것만큼이나 인간 사고의 진화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