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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가 새 종이로 재탄생···엡손 친환경 전도사 '페이퍼랩'이 보여준 혁신

세이코 엡손 신기술 개발 핵심지 '히로오카 사무소' 방문···페이퍼랩 구동 및 관련 정보 공유

친환경 종이재생장치 '페이퍼랩' 실물 이미지 (사진=씨넷코리아)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친환경에 대한 투자는 당장 눈앞에 수익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세이코 엡손(이하 엡손)의 기업 목적에는 사람과 지구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친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해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합니다”

오가와 야스노리 엡손 글로벌 대표는 지난 23일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익성보다 혁신제품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러한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엡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종이재생장치 ‘페이퍼랩’은 사용이 끝난 폐지를 넣으면 새 종이로 재탄생시키는 ‘페이퍼 업사이클링 시스템’이다. 기기에 폐지를 넣으면 드라이 섬유 기술(Dry Fiber Technology)로 분해, 결합, 가공 과정을 통해 새 종이로 재탄생한다. 김대연 한국엡손 상무는 페이퍼랩에 대해 ”비즈니스적인 목적으로 탄생했다기보다 사회가 원하는 친환경적 노력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첨언했다.

세이코 엡손 신기술 개발 핵심지 '히로오카 사무소' 전경 이미지 (사진=씨넷코리아)

기자단은 지난 24일 일본 나가노현 시오지리시에 위치한 세이코 엡손 신기술 개발 핵심지 ‘히로오카 사무소’에 방문했다. 이 곳에서는 대형 텍스타일 프린터인 ‘모나리자(Monna Lisa)'부터 라벨프레스솔루션 센터, 그리고 페이퍼랩 실물과 구동 장면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 실물로 마주한 페이퍼랩은 생각보다 크고 투박한 느낌이다. 제품 크기는 가로 2.8m에 세로 1.4m 정도에 무게는 1.7t 수준으로 소형차 한대와 비슷하다.  현장에서 바로 사용이 끝난 폐지를 모아 페이퍼랩 안에 넣으니 금세 새 종이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페이퍼랩은 새 종이를 1시간에 A4 용지 기준으로 약 720장, 1분에 12장 가량 생산할 수 있다. 용지 크기는 A3, A4 두 가지만 가능하다. 종이 재질은 복사용지를 비롯해 명함, 카탈로그, 팜플렛 제작이 가능한 두꺼운 종이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컬러로 출력도 가능하다.

페이퍼랩은 폐지를 재활용해 만든 새 종이와 불량 용지를 따로 분류해 배출한다. (사진=씨넷코리아)

페이퍼랩은 투입한 페지의 약 70%를 새 종이로 만들어낸다. 가령 폐지 100장을 기기에 넣는다고 가정하면 새 종이 70~80장이 만들어져 밖으로 배출된다. 또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불량 용지, 이른바 ‘NG’ 결과물이 약 20장 가량 따로 분리돼 배출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불량 용지는 제품 작동 중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폐지 투입량에 비례하지는 않고 20장 수준에서 그친다. 페이퍼랩에서 나온 새 종이를 곧장 손으로 만져보니 전혀 뜨겁지 않다는 게 인상적이다. 페이퍼랩 외관에 보이는 케이지를 열면 6개 카트리지가 보이는데 일반 용지부터 명함용지를 비롯한 종이 질감과 컬러를 바꾸는 특수한 가루가 들어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엡손 관계자는 페이퍼랩이 가진 환경 기여 효과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화시키고, 목재를 사용하지 않으며, 일반 종이 생산 대비 1% 미만의 물을 사용한다”며 “특히 물 사용량은 페이퍼랩 시스템 내부 습도 유지 목적으로 한 컵 분량만 필요하기 때문에 폐수 발생 염려가 거의 없고, 잉크 제거를 위해 많은 물이 요구되는 일반 폐지 재활용 설비보다 뛰어난 강점이 있다“고 자신했다.

페이퍼랩은 6개 카트리지를 내장해 용지 재질부터 컬러까지 다양한 출력 설정이 가능하다. (사진=씨넷코리아)

이번 페이퍼랩이 자랑하는 장점 중 하나는 보안 유지다. 기밀문서를 외부 반출 없이 현장에서 즉시 폐기, 새 종이로 재탄생시키는 특징 덕분에 금융기관이나 국가기관, 보안이 필수적인 곳에서 활용도가 높다. 엡손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 일부 기업 및 정부 기관에서 페이퍼랩을 도입해 적극 활용 중이다. 해당 시스템 가격은 2천500만 엔, 우리 돈으로 2억5천만 원 정도다. 한국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제품 크기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디자인을 개선한 2세대 모델이 내년 소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히로오카 사무소 내 DTF(Direct to Fabric)솔루션 센터에서는 대형 텍스타일 프린터 ‘모나리자(Monna Lisa)'도 전시됐다. 면, 실크, 레이온, 폴리에스테르까지 모든 섬유에 무늬를 출력할 수 있고, 아날로그 방식 대비 폐수나 환경오염 등 단점이 없다. 또 라벨프레스솔루션 센터에서는 제품 라벨 및 포스터, 사이나지를 비롯한 판촉물까지 다양한 프린팅이 가능한 제품과 기술들도 함께 소개됐다. 

DTF 솔루션 센터는 나염 사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코모 지방을 테마로 꾸몄고, 대형 텍스타일 프린터인 '모나리자'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씨넷코리아)

신동민 기자shine@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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