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이민아 기자) 아이폰 13에는 사용자가 스크롤할 때 그래픽과 텍스트가 유동적으로 미끄러지도록 도와주는 프로모션(ProMotion) 기능이 애플 최초로 도입됐다.
LTPO란 저온 다결정 산화물(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을 의미하는데 프리미엄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켜줄 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이나 앱을 변경할 때 화면을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다. 전자책처럼 텍스트 위주의 정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경우 LTPO는 배터리 전력을 절약하기 위해 새로 고침 빈도를 극도로 낮출 수도 있다.
아이폰 13 프로·프로 맥스에서는 LTPO를 통해 초당 10회(10Hz)에서 120Hz 사이의 화면 새로 고침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그렉 조스위크 애플 마케팅 담당자는 아이폰13 출시 행사에서 "프로모션 기능은 높은 화면 재생률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그에 맞춰 조절하면서 배터리 수명을 절약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 이전에 애플워치에서 LTPO 기술을 먼저 적용했지만 이 기술을 사용한 첫 번째 휴대폰 제조사는 아니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20 울트라, 갤럭시 Z 폴드 2, 갤럭시 S21 울트라, 오포의 파인드 X3 프로, 원플러스의 9 프로 모두 이 기술의 장점을 먼저 활용했다.
왜 LTPO일까?
요즘 스마트폰들은 모두 높은 화면 재생률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속도에서는 초당 60회(60Hz)이지만 속도가 높을 때는 90Hz 또는 120Hz에 이른다. 높은 재생률은 스크롤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표현하고 게임 속 캐릭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최상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전력 소모는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제조사는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비활성화 할 수 있도록 설정에서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저온 폴리실리콘의 의미하는 LTPS는 비교적 초기 기술로 낮은 재생률에서 화면이 산만하게 깜빡이는 현상이 있었지만 LTPO는 높은 프레임률과 낮은 프레임률을 모두 아우르며 초고효율화를 돕는다.
시장 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의 로스 영 최고경영자는 “애플이 공식적으로 LTPO를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이폰 프로모션 기능을 구현하려면 LTPO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LTPO란 무엇인가?
LTPO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핵심 레이어 중 하나인 백플레인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백플레인은 수천 개의 트랜지스터를 수용하는데 트랜지스터는 픽셀이 디스플레이의 인접한 층에서 빛을 생성하는 방법을 제어하는 작은 온오프 스위치에 비유할 수 있다.
LTPO는 트랜지스터가 켜져 있을 때와 꺼져 있을 때 모두 잘 작동하는 백플레인에 대한 "두가지 측면에서 최고의 접근법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의 제프리 매튜 분석가는 “LTPO는 고해상도, 조절 가능한 재생 속도, 초저전력 소비 이 세 가지 장점을 결합했지만 5%에서 10% 정도의 프리미엄만 붙는다”고 말했다.
한편, 백라이트 발광 다이오드(LED)나 액티브 매트릭스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같은 디스플레이의 별도 발광 시스템은 LTPO를 대체할 수 없다. 이렇기에 휴대폰 제조사들이 아몰레드(AMOLED)와 LTPO를 둘 다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애플이 LTPO에 관심을 갖는 이유
LTPO는 최대 120Hz에 이르는 가변 재생 속도를 제공하는 애플 프로모션 디스플레이 기술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일부 아이패드에 프로모션을 제공했는데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의 데이비드 셰를 비롯한 일부 분석가들은 출시 전부터 아이폰13 프로 모델이 LTPO를 채택할 것을 미리 점치기도 했다.
애플은 이미 애플워치에서 LTPO를 적용한 경험이 있다. 2019년 애플 워치 4 시리즈에서 LTPO를 처음 사용했는데 애플 워치 5시리즈부터는 상시 화면이 표시되는 올웨이즈온(always-on) 페이스에 대해 배터리 수명을 크게 소모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LTPO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DSCC의 로스 영은 애플의 아이폰13 프로 접근 방식에 대해 "원플러스 9 프로처럼 프로 모델이 1Hz까지 재생률을 낮추지 못한 것에 대해 놀랐다. 아무래도 10Hz 이하에서 디스플레이 깜빡거리는 문제 때문인 듯 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LTPO 기술 들어간 태블릿이나 TV는 없을까?
로스 영은 "많은 제조 공장들이 향후 몇 년 이내에 LTPO 기술을 수용하고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태블릿과 노트북에서 LTPO 기술을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는 LTPO를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바로 큰 화면에서 아몰퍼스실리콘(Amorphous Silicon, a-Si)에 비해 LTPO의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형 스크린의 TV는 보통 전원에 항시 연결되어 있으니 LTPO의 높은 가격을 정당화 시키는 '배터리 수명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LTPO 제조업체
삼성디스플레이는 휴대폰용 LTPO 화면을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는 스마트워치용 화면을 만들고 있다. 일본의 샤프와 중국의 BOE, 비전옥스, TCL CSOT, 에버디스플레이, 톈마 등도 LTPO 제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TPO, 전력 얼마나 아낄 수 있나?
보고에 따르면 LG 디스플레이는 60Hz 재생 속도가 1Hz로 떨어졌을 때 71%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었고 샤프는 120Hz에서 1Hz로 떨어졌을 때 전력 사용량을 67% 감소할 수 있었다. 휴대폰에서 배터리 전력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분이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이는 의미있는 수치다.
하지만 전화기 디스플레이는 사용시에만 켜진다는 점과 사용 방법에 따라서 절전 효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화면이 정적으로 머물러있는 전자책을 읽을 경우, 최하의 새로 고침 빈도를 적용할 수 있지만 그래픽 효과가 요란한 게임을 구동할 때에는 높은 새로 고침 빈도가 요구된다. 또한 실제 절감 효과는 다양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하드웨어 관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