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나래 기자) 애플과 게임 제작사 에픽게임즈의 법적 공방이 지난 주말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에픽게임즈가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애플이 부과하는 30%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는 대신, 게임 내 아이템 판매에 대해 이용자에게 직접 청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이 양사간 충돌에 이어 업계 전반의 게임 발전을 위협하는 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주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규정을 어겼다며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와 2억5천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이후 에픽게임즈는 17일(한국 시간) 법정에서 "아이폰 제조사(애플)가 외부 게임 개발사에게 앞으로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코드 제공을 금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픽게임즈 측은 “애플이 단순히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없애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애플은 이와 무관한 분야를 포함한 에픽게임즈의 전 사업체를 공격하고 있다”며 애플이 정한 데드라인이 오는 28일이라고 말했다. 또 “언리얼 엔진이 애플 플랫폼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에픽게임즈와 협력해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당초의 진술을 재확인하고, 더 이상 언급은 피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가 자사 위탁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유로 지난주 목요일 플레이스토어에 삭제한 구글과도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소송은 거대 IT 공룡의 싸움처럼 보인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사의 1984년 선보인 아주 유명한 슈퍼볼(Super Bowl) 맥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해 강력한 테크 거인과 게임 제조업체가 싸우는 모습을 묘사했다. 에픽게임즈는 이 동영상을 공개한지 1시간 후 트위터를 통해 ‘프리포트나이트(#FreeFortnite)’ 해시태그를 퍼뜨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애플은 최대 30% 수수료에 대해 동종 업체와 비교할 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부 경제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애플은 앱 내 구매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앱스토어의 운영과 발전에 쓰인다고 밝혔다. 동종 업체 중 에픽게임즈가 예외이긴 하다. PC용 에픽게임즈 스토어(Epic Games Store for PCs)에서 게임 타이틀을 판매하는 개발자들에게 12%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한편, 앞서 유럽연합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가 역시 30%의 수수료를 놓고 애플을 고소하자 조사를 착수했다.
애플은 보안성과 신뢰성의 이유로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구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기기에서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를 거치지 않고도 포트나이트를 수동으로 설치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소송 이전에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기기에 포트나이트를 설치했던 사람들은 문제없이 계속 게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