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 이후 10년 만에 벗어 던진 '버킷 스타일' 디자인···수리 용이성 개선으로 수리비↓
(씨넷코리아=윤현종 기자) 지난해 9월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일반 모델과 프로 모델, 총 4종의 아이폰이 등장했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탑재한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 많은 관심이 쏠렸을 겁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큰 변화로 느껴졌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들은 바로 일반 모델인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플러스입니다. 카메라 영역은 변화가 없고 디자인도 아이폰13 시리즈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성능이랑 기능들을 대폭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전작인 아이폰13 프로에 탑재된 고성능 AP ‘A15 바이오닉’을 탑재했고 트루뎁스(TrueDepth) 전면 카메라도 오토포커스를 지원하죠. 그리고 새로운 액션 모드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도 센서들이 전작 대비 더 향상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오래가는 배터리, 가벼워진 무게는 덤 입니다.
저는 지난해 아이폰14 플러스 출시 당시 리뷰 기사를 올리면서 가장 가볍고 경쾌한 즐거움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6.7인치 대화면을 가졌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가볍게 느껴지는 무게, 오래가는 배터리는 분명 애플이 말하지 않은, 숨겨진 비밀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오늘, 그날의 궁금증을 해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핵심인 내부 설계, 이걸 바꾸게 된 애플의 사연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 ‘접근법’을 바꾸니 혁신이 따라오네···완전히 재설계된 아이폰14 일반 모델
외과 의사가 수술을 집도할 때는 항상 이런 부분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수술 종류와 장기 위치에 따라 방법을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쉬운 접근 방향을 정한다고 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 있는 장면을 보면 항상 누워서 수술을 받는 장면을 보곤 하죠. 하지만 실제 수술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메스를 잡은 의사가 장기 위치와 수술 방식에 따라 배를 절개할지, 환자 등을 절개할지 결정합니다. 심지어 옆을 절개하기도 하죠. 척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배를 절개하고 장기를 꺼내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애플은 이번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플러스를 내놓으면서 이런 설계 방식의 콘셉트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쉬운 접근성'이죠.
위 사진은 1년 전 출시한 아이폰13 내부입니다. 지금까지 아이폰들은 대부분 이런 형태로 설계돼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들어내면 안을 볼 수 있는 구조죠. 아이폰의 핵심 부품인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와 배터리, 탭틱 엔진과 트루뎁스 전면 카메라, 그리고 후면 카메라와 로직 보드들은 모두 이 스마트폰을 감싸는 옆 테두리와 후면 세라믹 쉴드 글래스가 하나로 합쳐진 오른쪽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애플은 이 외부 디자인을 마치 ‘바구니처럼 생겼다’고 해서 ‘버킷 스타일(Bucket Style)’ 디자인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리처드 딘(Richard Dinh) 아이폰 제품 디자인 부문 시니어 디렉터는 “아이폰5부터 이런 버킷 디자인을 추구해온 애플 아이폰은 아이폰8부터 무선 충전을 지원하면서 알루미늄 하우징에 고정된 후면 글라스를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폰14 일반 모델은 이런 버킷 스타일에서 벗어났습니다. 바구니처럼 핵심 부품을 담고 있던 방식이 아닌, 이제 후면 글래스도 디스플레이 파트처럼 들어낼 수 있게 된 거죠. 앞뒤로 부품에 접근이 가능해지다 보니 후면 카메라와 같은 부품도 접근이 더 편리해졌습니다. 의사들이 척추 수술을 위해 척주와 가까운 환자의 뒤쪽인 허리를 절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리처드는 “새롭게 바뀐 구조 덕분에 아이폰14는 더 쉽게 조립할 수 있게 됐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아이폰14 일반 모델의 경우 트루뎁스 카메라와 플래시 모듈, 후면 마이크는 이제 관련 부품들을 제거하지 않고도 직접 수리할 수 있게 됐고요, 이렇게 수리가 편리해지다 보니 이는 결국 고객에 대한 수리 비용 절감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이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수리가 편해지는 게 왜 수리비가 저렴해지는 걸까? 싶은 거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금새 이해가 갔습니다. 우선 수리 방법이 간편해지다 보니 애플의 엔지니어들도 고객들이 맡기는 고장난 아이폰들을 수리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수리 시간이 줄게 되면 고객 입장에선 대기 시간도 줄어들죠.
또 엔지니어는 수리 작업 시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버킷 스타일 디자인을 추구했던 아이폰 시리즈들은 가령 후면 마이크 부품을 수리할 경우, 전면의 디스플레이를 제거하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파고 들면서 후면 마이크를 찾아가야 했던 거죠. 그 과정 중에 엔지니어는 부품을 재조립할 때 깜빡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다른 부품을 실수로 고장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위험도 줄일 수 있게 된 거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줄어들면 인적 비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혜택이 오게 되는 거죠. 실제로 수리비도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많이 저렴해졌다고 해요.
프란체스카 스위트(Francesca Sweet) 아이폰 제품 마케팅 부문 디렉터는 “보증 기간이 끝난 아이폰13과 아이폰14 후면 글래스를 애플 지니어스바에서 수리한다 가정했을 경우, 미국 현지 달러 기준으로 현재 약 449 달러를 지불해야 아이폰13 후면 글래스 교체가 가능한데, 아이폰14는 이번에 설계를 획기적으로 탈바꿈하면서 후면 글래스 탈부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 169 달러 비용만 지불하면 교체할 수 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계산기만 두드려 봐도 280 달러, 한화 기준으로 약 30만 원 이상은 절약할 수 있는 거죠.
■ 내부 설계 효과, 여기서 끝이 아니다···발열과 고성능까지 잡은 사연
새로운 구조와 내부 디자인 덕분에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플러스는 수리 부문에 있어 큰 혁신을 불러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전작 대비 더 개선된 로직 보드 설계, 그리고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구리 합금보다 중앙에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조금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고 해요.
아이폰14 일반 모델은 알루미늄 7000 시리즈를 사용해 발열을 잡는 데 주력했다고 합니다. 아이폰6S와 6S 플러스에서 처음 등장한 소재인 이 친구는 고강도 열처리 합금으로 애플이 맞춤형으로 사용하는 고성능 합금이고요, 또 50%는 재활용된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또 이 알루미늄을 얇게 만드는 공정 과정까지 더해지면서 가볍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전보다 내부가 얇고 가볍게 만들어지다 보니 조금씩 넓어진 공간을 이제 새로운 부품을 넣을 기회를 얻었다고 합니다. 바로 오토 포커스 기능이 담긴 트루뎁스 카메라, 액션 모드, 더 커진 카메라 센서와 완전히 새로운 후면 주변광 센서, 전력 소모를 줄여주는 적응형 트루톤(TrueTone) 디스플레이 센서 등이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입니다. 이 모든 기능이 추가됐음에도 가벼운 느낌을 유지하고 있죠.
아이폰14 플러스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6.7인치 모델입니다. 203g 무게는 전작인 아이폰13 프로와 같으며 같은 화면 크기를 가진 아이폰13 프로맥스 보다 35g 더 가볍죠.
AP는 아이폰13 프로 시리즈와 같은 A15 바이오닉을 탑재했습니다. 덕분에 아이폰14 플러스는 아이폰13 4코어 보다 더 많은 5코어 GPU를 가지고 있어요. 프로맥스 급 대화면과 오래 가는 배터리는 비디오 촬영과 편집, 그리고 고성능을 요구하는 게임도 부드럽고 원활하게 플레이해줍니다. 특히 게임은 아이폰14와 14 플러스가 아이폰13 대비 15%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또 아이폰13과 아이폰13 프로맥스 대비 더 나은 유지 성능을 보여주는 게 바로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플러스입니다. 더 높은 프레임률을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어요.
■ 내부 설계 업그레이드, 부품에 대한 접근성&수리 시 부작용 최소화···결국 수리비 절감 효과까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매년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입니다. 물론 매년 제품이 출시되면서 즐거운 경험 보다는 실망감을 느낄 때도 있죠. 바뀐 게 거의 없는 디자인,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이 그런 경우입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매년 하늘을 찌르듯 높아만 가는데 매년 혁신을 앞서가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지요.
이날 애플 관계자들도 이런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새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매번 요구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이죠. 더 작고 가볍게, 여기에 고성능은 기본입니다. 애플은 이런 소비자들 요구에 '부품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내부 설계 방식을 업그레이드한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플러스가 나왔습니다.
아이폰5부터 시작된 버킷 스타일 디자인을 탈바꿈 한 셈이니 약 10년 정도 이어온 방식을 벗어 던진 셈이죠. 아이폰의 외관은 그대로 가져오고, 전보다 더 가볍게 만들면서 발열까지 잡은 고성능의 아이폰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또 수리 시 전후면으로 접근이 용이하다 보니 엔지니어들도 수리 시 다른 부품을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됐죠. 부담도 한결 덜었습니다.
프란체스카 디렉터는 “저희는 제품을 생각할 때 항상 기기 안에 얼마나 많은 혁신을 담아낼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담아내길 희망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애플은 아이폰 제품을 개발하면서 사소한 부분까지 집중해, 사용자들이 사실상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일상 경험을 개선시킬 수 있는 유의미한 혜택을 제공하고자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