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이은정 기자) 5G·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두고 한국과 중국 업체간의 경쟁이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강 업체인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신제품이 본격 출시되는 가운데 여타 제조사들도 관련 기술을 녹여낸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19'에는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의 5G 스마트폰과 폴더블폰이 여럿 전시됐다. IFA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로, 올해에는 5G·폴더블 등 혁신을 가미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의 존재감이 한층 두드러졌다.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 폴드를 유리관 속에 전시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반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폴더블 기술을 가미한 모바일 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됐지만 실제로 상용화된 제품을 선보인 건 삼성전자가 유일한 셈이다.
갤럭시 폴드는 당초 지난 4월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품질 개선을 거쳐 이달부터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국내에는 지난 6일 세계 최초로 출시됐으며, 1차 물량이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물량이 제한적이고 사용성 검증도 과제로 남아있지만, 1세대 폴더블폰이고 239만8천원의 고가인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갤럭시 폴드의 최대 경쟁작으로 꼽히는 화웨이의 메이트 X는 다음 달 출시될 게 유력하다. 리차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IFA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화웨이 역시 지난 6월 제품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예정이었지만,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시가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트 X의 가격(2천300유로)은 약 300만원에 달해 갤럭시 폴드보다 50만~60만원 이상 비싸다. 안으로 접는 갤럭시 폴드와 달리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인 것도 차이점이다. 씨넷에 따르면, 리차드 위 CEO는 "메이트 X는 아마도 다음 달 세계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스마트폰의 제작 비용은 매우 비싸고, 대량 생산하는 데 몇몇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LG전자는 지난 상반기에 이어 접는 경험을 한층 진화시킨 새 듀얼 스크린을 선보였다. 일반 스마트폰 커버처럼 끼워서 폴더블 폼팩터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액세서리로 기존 버전보다 화면이 6.4인치로 커지고 전면에는 시간, 날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2.1인치 알림창이 새롭게 탑재됐다. 어느 각도에서나 고정할 수 있는 360도 프리스탑 기술도 첫 적용됐다.
신제품 LG V50S 씽큐와 듀얼 스크린의 승부수는 가격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듀얼 스크린을 포함한 신제품의 가격은 전작(119만9천원)보다도 낮아질 전망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되진 않았지만, 듀얼 화면을 통한 멀티태스킹 경험, 1인 미디어 트렌드에 맞춘 반사판 모드 기능, ASMR 콘텐츠 마이크 등으로 활용성을 높인 점도 기대 요소다.
중국 TCL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제품을 선보였다. 유리관에 전시된 7.2인치 폴더블 태블릿은 갤럭시 폴드와 닮았으며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은 듯한 폴더블폰 시제품은 지난 2월 첫 공개됐을 때보다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5G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5G 스마트폰을 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이번 전시회에서는 하반기 5G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노트10 5G를 전시했다. 89만원대로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갤럭시A90 5G도 함께 선보이며 5G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갤럭시 폴드도 국가별로 LTE와 5G로 출시된다.
화웨이는 5G 시스템온칩(SoC) 기린 990 5G를 발표했다. 이 칩셋은 오는 19일 공개할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 메이트30에 탑재된다. 화웨이는 IFA 현장에서 기린 990 5G가 삼성의 엑시노스 칩셋보다 뛰어나고 삼성의 5G 통합칩보다 더 빨리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화웨이가 내년에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출하량을 무섭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0년 글로벌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 6천만대에 이르며 중국에서는 화웨이 제품 수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통해 세계 점유율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인 북미 등에서 삼성전자와 5G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는 LG전자는 상반기 V50 씽큐에 이어 5G 플래그십 V50S 씽큐를 다음 달에 출시한다. 이번 IFA 기자간담회에서는 "보급형 5G 폰을 준비하고 있고 LG만의 가치를 담을 것"이라며 5G 라인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췄다.
유로모니터 강정현 선임연구원은 "성장동력이 약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형 스마트폰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될 가능성은 보인다"며 "보완된 내구성과 새로운 폼팩터 폰에 걸맞는 서비스 혁신이 관건으로, 멀티 스크린 스마트폰에 걸맞는 내실있는 콘텐츠들이 갖춰져야 제품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