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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물질 99.99% 제거, 정말일까?

공기청정기에 대한 궁금증 5가지

한국암웨이가 공기청정기 부당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씨넷코리아=권혜미 기자) 봄날 불청객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가전 업계는 올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400만대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으며 제대로 쓰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더해진다. 공기청정기 관련해 궁금한 점을 추려 전자랜드 용산본점 박인환 영업팀장, 아이큐에어 김준석 마케팅 과장을 비롯한 가전업계 전문가 여럿에게 질문한 내용을 정리했다.

■ 요리할 때 공기청정기 켜도 될까

전문가들은 요리할 때 공기청정기를 잠시 꺼두고 환기를 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사용자들은 대부분 냄새와 유해가스 두 가지가 불편해 공기청정기를 켠다. 냄새와 유해가스를 거르는 필터는 다르다.

냄새를 잡기 위해서는 작은 가스분자로 이뤄진 악취 성분을 제거하는 탈취 필터가 필요하다. 헤파 필터는 먼지를 잡는 필터로 냄새와는 상관없다. 다만 공기청정기에 탈취 필터가 탑재됐더라도 삼겹살이나 생선구이 등 냄새가 심한 요리의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박인환 팀장은 “일반적인 음식 조리를 할 때는 환기를 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생선구처럼 냄새가 심한 요리는 몇몇 제품의 경우 탈취 필터에 생선 냄새가 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청정기는 산소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공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먼지와 냄새 입자를 붙들어서 주변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아이큐에어 김준석 마케팅 과장도 “유해가스를 모두 없애려면 공기청정기 중에서도 일산화탄소까지 잡아주는 특수 필터가 있는 고가 제품을 써야 한다”며 “일반 가정용 공기청정기 제품은 먼지를 잡는 용도로 쓰는 게 적절하다”고 전했다.

■ 필터 사양은 고고(高高)익선인가

필터는 공기청정기 가격 형성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필터 사양은 높을수록 좋지만 청정 성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중요한 건 제품 상의 청정 성능을 확인해야 한다"며 "울파 필터는 헤파필터보다 고효율 필터지만 필터의 차압이 높아서 제품의 풍량이 줄어들어 CADR(청정능력)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 EN1822 규격 기준 헤파필터 등급도 공기청정기 성능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공기청정기 성능은 공기청정기 구조(모터효율 및 팬구조) 및 헤파필터의 가공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밝혔다.

LG전자가 22일 청정면적을 키워 더 강력해진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선보였다.(사진=LG전자)

헤파(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Filter)필터는 공기 중 먼지 등을 포집해 제거하는 먼지 필터다. E10(85%), E11(95%), E12(99.5%), H13(99.75%), H14(99.975%) 등 포집률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좋다. 특히 트루 헤파필터로 불리는 H13~14등급은 0.3마이크로미터 크기 먼지를 99.75~99.975% 걸러낸다.

필터 사양을 따지는 것 만큼 필터 유지비(교체비용)도 꼭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공기청정기의 핵심성능인 미세먼지 제거성능과 악취 및 유해가스 제거성능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터교체 등의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므로 교체비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필터 교체 시기는 어떻게 확인할까

필터 교체 알림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는 해당 알림이 뜨면 교체해 주면 된다. 하지만 교체 알림 기능이 없는 공기청정기 제품을 이미 쓰고 있는 경우 지금이 필터를 바꿀 때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박인환 팀장은 “대부분 일년에 한 번씩 바꾸도록 설계됐다”라며 “가장 정확한 방법은 제품 가이드라인을 확인하거나 해당 제조사에 문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가전업계 전문가는 육안으로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정수기와 달리 공기청정기는 분해가 쉬워 필터 확인이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단, 필터 확인 시 마스크는 필수다.

그는 “공기청정기 필터 사용 기한이 6개월이라도 하루 종일 틀었을 때와 잠깐 쓰는 경우는 수명 주기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육안으로 더러우면 더러운 것”이라며 “눈이 제일 확실하다”고 말했다.

■ 유해 물질 99.99% 제거, 믿어도 될까

믿으면 안 된다. 지난 달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기청정 제품의 실제 성능을 잘못 알린 한국암웨이 및 블루에어와 다이슨의 국내 온라인 총판 사업자인 게이트비젼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억1천7백만원(잠정)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암웨이와 게이트비젼은 공기청정기 제품을 수입·판매하면서, 자신의 공기청정 제품이 미세먼지, 바이러스 등 유해 물질을 99.99%, 99.97% 제거한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유해 물질의 99.99%, 99.97% 등 제거”라는 공기청정 성능은 소비자의 일반적인 생활환경과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는 극히 제한적인 실험 조건에서 확인된 것에 불과했다. 99.99% 등의 수치가 전달한 매우 우수한 유해 물질 제거 성능은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과는 무관한 것이다.

공정위는 99.99% 등의 실험 결과만을 강조한 광고는 공기청정 제품의 실제 성능을 잘못 알릴 우려가 있어 위법하다고 여겼다. 실험 결과로써 도출된 99.99% 등의 의미를 알리지 않은 것은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품의 성능 관련 정보를 은폐·누락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CA 인증 마크 획득, 필수인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CA 인증은 '한국공기청정기협회'에서 주는 민간 인증이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필수 인증 항목은 아니다. 즉, CA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구매선 상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박인환 팀장은 “CA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도 많다”며 “특히 최신 에어컨에 들어가는 공기청정 기능은 대부분 CA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CA 인증을 받으려면 가정용 공기청정기 기준으로 집진 효율 70% 이상, 탈취 효율 60% 이상을 충족해야 하며 오존 발생량 0.03ppm 이하여야 한다. 또 소음은 유량에 따라 45~55dB 이하면 된다.

다만 한국소비자보호원은 “공기청정기는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자율적으로 품질인증(단체표준인증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인증 제품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는 품질인증사업에 대한 사후관리 및 인증사업 전반에 대한 관계기관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 성능에 대해 확인을 해주는 정도이지, 엄밀하게 얘기하면 소비자가 맹신할 객관적인 인증은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공기청정기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보다는 실내공기를 자주 환기해주고 필터 청소나 교환 등 공기청정기의 올바른 사용 방법을 잘 숙지하여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권혜미 기자hyeming@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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