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흔히 ’1인치 센서’라고 불리는 센서의 크기는 13.2×8.8mm다. 대각선 길이를 계산하면 0.68인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흔히 쓰이는 1/2.3인치 센서(6.17×4.55mm)보다는 4배 이상 넓어 화상처리엔진이나 렌즈가 받쳐준다면 스마트폰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1인치 센서는 지금까지 주로 하이엔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일부 미러리스 카메라 이외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소니 RX100 시리즈가 1인치 센서를 쓴 뒤로 캐논도 파워샷 G7 X 마크Ⅱ 등 하이엔드 카메라에 1인치 센서를 써 왔다.
니콘은 2011년 니콘1을 발표한 뒤 지속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에 1인치 센서를 써 왔다. 2016년에는 1인치 카메라인 DL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1년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품 출시를 미뤘다. 올 상반기에는 보다 큰 센서를 쓴 미러리스 카메라를 개발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액션캠과 닮았지만 더 강력한 성능
이런 상황에서 23일 소니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들고 나온 RX0(RX제로)는 상당히 이질적으로 비친다. 고프로 등 액션캠과 비슷하게 생긴 디자인에 RX 시리즈 카메라에 흔히 쓰이던 1인치 센서와 화상처리엔진을 밀어 넣었다. 따로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누구나 신형 액션캠으로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 RX0는 기존 액션캠과 비슷한 정도의 내구성을 갖췄다. 수심 10미터까지 한 시간 자체 방수, 200kgf 내충격, 2미터 내외 낙하 등을 견딘다. 물론 민물이 아닌 바닷물이나 흙탕물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별도 하우징을 써야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불상사에는 충분히 견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은 크기에 1인치 센서와 F4/24mm 자이스 렌즈, 기존 소니 카메라에 흔히 쓰이던 화상처리엔진인 비욘즈X 등 고성능 부품을 모두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촬영 가능한 동영상 코덱도 XAVC S, AVCHD, MP4 등 기존 제품과 동일하다. 단 4K 촬영이나 손떨림 억제 등 일부 기능은 빠졌다.
액션캠의 딜레마, 광각 렌즈
이미 소니는 광학식 손떨림 억제 기능을 내장한 FDR-X3000 등 액션캠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RX0는 새로운 액션캠인가. 당장 소니코리아부터도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보다 특수한 상황에서 왜곡 없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는 고프로를 포함해 지금까지 나온 모든 액션캠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광각 렌즈’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액션캠은 인간이 볼 수 있는 시야 이상을 담기 위해 광각 렌즈를 쓴다. 멀리 보이는 풍경이나 자연환경을 찍거나, 차량 앞에 매달아 쓰기에는 더 없이 적절하다.
문제는 2-3미터 이내 근거리에 있는 사물을 찍을 때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사물이 왜곡되어 비치기 때문에 방송이나 영화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할 만한 영상을 건지기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찍은 영상의 70-80% 가량이 버려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액션캠이 있던 자리에 소형 캠코더나 미러리스 카메라를 매달면 된다. 그러나 굳이 액션캠을 설치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RX0가 바로 이런 틈새 수요를 노렸다고 보면 정확하다.
1인치 센서, 팔아야 한다?
1인치 센서를 쓴 RX0가 등장한 데는 나름대로의 사정도 있다. 그동안 잘 팔리던 1인치 콤팩트 카메라가 최근 들어 성장세 둔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첫 등장한 소니 RX100은 2016년 RX100 Ⅴ에 이르기까지 5세대를 거쳐 왔지만 사실상 기능 면에서는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다. 올해는 RX100 시리즈 신제품 대신 AF(오토포커스) 기능을 보강한 RX10 Ⅳ가 등장한 데도 이런 이유가 있다. 센서는 같은 1인치지만 바라보는 시장이 다르다.
소니에 뒤이어 1인치 카메라인 파워샷 G5 X, G7 X 등을 투입하던 캐논도 방향을 틀었다. 미러리스나 DSLR 카메라에 흔히 쓰이던 APS-C 센서를 탑재한 파워샷 G1 X 마크Ⅲ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100여 대 가까이 구매 검토하는 렌탈 업체도 있다”
오는 11월 3일부터 판매될 RX0의 소니스토어 판매가는 99만 9천원이다. 손떨림을 줄여 주는 짐벌이나 리그 등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들어가는 숨은 비용도 만만찮다. 적어도 일반인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소니코리아 역시 “일반인보다는 전문가나 상업 영상 감독들 사이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영상 장비를 빌려주는 한 렌탈 업체는 100여 대 가까이 구매를 검토하고 있고 CF나 뮤직비디오 감독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