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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게임용 노트북·데스크톱이 잘 팔릴 이유

“그래픽카드 한 장 값이면 PC를 살 수 있습니다”

30대 중반 이상의 향수를 자극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판도 업그레이드 수요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여름방학과 휴가철이면 들썩이던 PC 시장이 잠잠해진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30대 중반 이상의 향수를 자극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판 출시를 앞뒀지만 업그레이드 수요는 완벽히 가라앉았다.

가상화폐 채굴이 낳은 나비효과

고성능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하드웨어로 프로세서(CPU)와 그래픽카드를 꼽을 수 있다. 문제는 양대 축 중 하나인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이다. 비트코인에 이어 올 3월부터 또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이 주목받으면서 이를 채굴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카드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게이머들이 즐겨찾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그래픽카드 가격을 보면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3월 전만 해도 시장 평균 가격은 28만원 내외, 최저가는 24만원대였던 A사 그래픽카드 가격은 4월부터 조금씩 오르다 6월경 급격하게 치솟았다. 현재 이 제품의 가격은 평균 45만원, 최저가 34만원으로 10만원 이상 뛰었다.

지포스 GTX 1080 Ti 그래픽카드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상위 제품인 지포스 GTX 1080 Ti 그래픽카드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싼 제품은 90만원 이상, 오버클록 보강에 중점을 둔 제품은 12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문제는 돈을 싸 들고 와도 재고가 없어서 며칠을 기다리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 돈이면 차라리 PC를 한 대 사지⋯”

조립PC 시장이 타격을 받은 반면 게임용 노트북과 데스크톱은 반사이득을 봤다. 시세에 크게 영향을 받는 그래픽카드와 달리 게임용 PC는 가격 변동 폭이 적다. 또 하드웨어 상성때문에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 PC 조립과 달리 바로 포장을 뜯고 게임만 설치하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래픽카드 하나 값이면 PC를 마련할 수 있는 기형적인 상황도 한 몫 했다. 중장년층에게 “그래픽카드 하나에 80만원을 들이는 것은 비싸지만 PC 한 대에 120만원을 들이는 것은 싸다”는 돌파구(?)를 만들어 준 탓도 있다.

주사위 세워 놓은 디자인, 이유 있다

PC 제조사들도 올 여름 시장을 노리고 성능과 디자인을 강화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 하반기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제조사는 HP다.

HP는 2006년 인수한 캐나다 고성능 게임용 PC 브랜드인 부두를 바탕으로 그동안 꾸준히 게임용 PC를 출시해 왔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적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부터는 고성능과 특이한 디자인을 앞세운 오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냉각 성능을 강화한 HP 게임용 노트북, 오멘 15

13일 HP가 공개한 오멘 15·17과 인텔 i9 프로세서를 쓴 오멘X 등 게임용 데스크톱·노트북과 모니터 신제품은 미국 출시 후 3주만에 국내 상륙했다. 오멘 노트북은 프로세서와 그래픽칩셋(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보다 빨리 식힐 수 있도록 히트파이프와 냉각팬을 강화했다.

정육면체(큐브)를 비스듬히 세워 놓은 오멘X의 디자인에도 이유는 있다. PC 내부를 보다 보기 편하게 만들고 바닥에 모이는 열을 뽑아내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오멘X. 정육면체를 비스듬히 세워 놓은 구조가 눈길을 끈다.

조립PC처럼 열어보기 쉬운 구조, 그러나⋯

보통 PC 제조사들은 나사로 잠긴 내부를 열어서 부품을 교체하거나 자가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전용 규격에 맞춘 부품을 써서 업그레이드 자체를 막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표준 규격 부품을 쓰는 대신 분해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올해 나온 제품은 나사를 한 번 풀기만 하면 케이스를 열 수 있고 그래픽카드나 저장장치 등 주요 부품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노트북도 밑판을 한 번 들어내면 모든 부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멘 노트북도 예외는 아니다. 밑판을 한 번 들어내면 거의 모든 하드웨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다만 원래 장착된 메모리나 SSD, 혹은 그래픽카드를 빼고 다른 제품을 끼웠다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보증 문제가 생길 수 있다.

HP는 “PC 부품을 정상적으로 교체했을 때는 그 점을 감안해서 1년 무상 보증을 제공하겠지만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센터에 구체적인 내용을 문의하라”고 답했다. 서비스센터의 판단에 따라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유상 처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썬더볼트3로 노트북 충전과 외장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이들이 솔깃할 제품도 있다. 썬더볼트3 규격으로 연결되는 외장형 그래픽카드, 오멘 엑셀러레이터다. 대부분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칩셋을 쓰는 투인원의 그래픽 성능을 보강해 주는 것은 물론 충전까지 된다.

특히 썬더볼트3 단자를 갖춘 윈도우 PC라면 모두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HP 스펙터 x360 등 굳이 HP 노트북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픽카드를 포함한 모델과 포함하지 않은 모델 등 두 종류로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오멘 엑셀러레이터(오른쪽). 그래픽카드를 꽂아 노트북이나 투인원과 썬더볼트3로 연결한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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