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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라이젠·라데온…델 신제품서 자취 감춘 인텔

세대 거듭하지만 성능 도약 미진한 딜레마 탓?

델이 타이페이 현지시간으로 30일 오후 고성능 일체형PC인 델 인스피런 27 7000 등 신제품 3종을 공개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타이페이(타이완)=권봉석 기자> 전세계 3위 PC업체 델(2017년 1분기 IDC 기준)이 타이페이 현지시간으로 30일 오후 고성능 일체형PC인 델 인스피런 27 7000과 델 인스피런 24 5000, 그리고 고성능 게임용 데스크톱PC인 인스피런 게이밍을 공개했다.

델 인스피런 27 7000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7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고 해상도는 4K까지 선택할 수 있다. 화면 테두리(베젤)을 극단까지 줄였고 주위 조명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무광 패널을 쓴 것이 특징이다. 이런 디자인때문에 컴퓨텍스가 주는 d&i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델 인스피런 24 5000은 조금 더 작은 24인치 디스플레이를 내장했다. 해상도는 풀HD(1920×1080 화소)로 내려가지만 터치 조작이 된다. 두 제품 모두 윈도우10이 내세우는 양대 기능인 코타나(음성비서)와 윈도우 헬로를 지원한다. 필요한 경우 화면을 180도 눕혀서 써도 된다.

“인텔이 자취를 감췄다?”

이날 함께 등장한 인스피런 게이밍은 게이머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프로세서와 그래픽 성능, 저장장치와 메모리에 중점을 뒀다. 고성능이 필요한 게임을 오래 실행해도 발열때문에 문제를 겪지 않도록 수냉식 쿨러를 장착했고 그래픽카드를 두 개 꽂아 4K 화면을 두 개 띄워 쓸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그저 평범한 신제품 발표다. 그러나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은 세 단어, ‘인텔’ ‘코어 프로세서’에 의문을 가졌다면 그 의문은 옳다. 이번에 나온 세 제품 모두 AMD 라이젠 프로세서에 라데온 GPU(그래픽칩셋)를 썼다.

물론 일체형PC나 노트북에 AMD 라데온이 쓰이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애플 아이맥 5K만 해도 프로세서는 인텔 프로세서지만 그래픽칩셋은 AMD 제품이다. 하지만 대당 단가가 비싸고 잘 팔리는 고가 제품인 일체형PC와 게임용 데스크톱PC가 AMD로 ‘대동단결’한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델 신제품 3종은 모두 AMD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칩셋을 썼다.

왜 인텔이 아닌 AMD인가

전세계 3위 PC업체인 델이 ‘탈 인텔’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주목해 볼 만한 일이다. 당일 현장에 모인 기자들의 의문도 ‘왜 AMD인가’에 집중됐다.

델 레이몬드 와 부사장은 “게이밍이 데스크톱PC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노트북을 쓰던 사람들도 게임을 하기 위해 데스크톱PC로 돌아설 정도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록 성능이 문제가 되며 이것이 AMD를 선택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길게는 2006년 코어2 듀오 프로세서, 짧게는 2011년 등장한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리지) 이후 ‘가격 대비 성능’을 내세워야 했던 AMD다. 이런 델의 후한(?) 평가에 AMD도 이런 델의 결정에 화답했다. AMD 리사 수 CEO가 무대에 올라 델 신제품을 극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AMD 리사 수 CEO가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새 제품 나와도…예전과는 다른 소비자들의 반응

델의 이런 결정은 새 PC를 조립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고민과도 맥을 같이 한다. 매년 세대를 거듭하면서 7세대까지 이르렀지만 세대 사이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는 딜레마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프로세서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데다, 매년 트랜지스터 수가 두 배로 들어나고 성능은 비약적으로 뛰어오른다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안 통하는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 운영체제가 나오면 PC 교체수요가 생긴다는 불문율도 어느샌가 힘을 잃었다.

물론 인텔도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타이페이 현지시간으로 30일 기조연설을 통해 VR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코어 i9-7980XE 프로세서를 선보인 것이 좋은 예다.

인텔은 30일 X시리즈 프로세서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초고성능 프로세서, 그러나 문제는 가격

이 프로세서 안에는 무려 코어가 18개나 들어가며 하이퍼스레딩 기술을 통해 총 36개 작업을 동시에 실행한다. 듀얼(2)코어, 쿼드(4)코어, 옥타(8)코어를 넘어서 ‘옥타데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프로세서다.

그러나 이 프로세서는 비싸다. 현재 예상되는 가격만 해도 1천999달러(약 225만원)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성능을 끌어내고 싶은 소비자가 선뜻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 AMD가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내린 라이젠 프로세서를 공개하자 소비자들의 반응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는 최근 “제조사별 CPU 판매비중을 분석한 결과, AMD의 판매비중은 3월에는 13%, 4월에는 24%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AMD를 선택한 델이 다른 PC 제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델 레이몬드 와 부사장은 “AMD와 델의 협력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파트너 선택에 있어서 우리는 항상 혁신을 추구하는 파트너와 함께 할 것이다”라고 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AMD를 선택한 델이 다른 PC 제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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