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은 2014년 출시한 아이패드 에어2부터 새로운 개념의 유심칩인 애플심(Apple SIM)을 선보였다. 기존 유심칩은 특정 통신사에서만 쓸 수 있지만 애플심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애플과 제휴한 통신사를 통해 선불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at&t 선불 데이터 서비스를 쓰던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현지 통신사인 au(KDD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기존 유심과 달리 일일이 유심을 빼고 꽂을 필요 없이 설정 메뉴에서 간단한 결제정보만 입력하면 바로 개통이 진행된다.
지금까지 국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나 아이패드 에어2에서 애플심을 쓰려면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애플 스토어에서 애플심을 따로 사야 했다. 하지만 4월 말 국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9.7형은 셀룰러 버전에 아예 애플심을 내장했다. 애플 제품 최초로 이 기능을 내장했다는 것이 애플코리아 설명이다.
이제는 국내 통신사 유심칩을 꽂은 상태로 외국에 건너간 다음 데이터 요금제만 구매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비싼 이동통신사 자동로밍이나 와이파이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한결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 편집자 주 (5/9 17:36) : 애플심과 관련해 보다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하여 일부 내용을 보충하였습니다.
현지 통신사 요금제에 바로 가입해 쓴다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아이패드 프로 9.7형 셀룰러 버전으로 애플심을 이용해 봤다.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한 뒤 무료 와이파이에 연결하고, ‘설정 > 셀룰러 데이터’에서 ‘셀룰러 데이터 계정’을 누르자 ‘au’ 로고가 나타났다.
‘au’를 누르자 다시 영어 메뉴가 나타난다. 바로 데이터 요금제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메일 주소와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한다. ‘Create a new account’를 누르고 화면 설명에 따라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을 입력하면 된다. 일본어 약관이 나타나기 때문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I Agree’를 눌러 동의하면 된다.
약관 동의 과정을 거치면 현재 이용하는 아이패드 프로 모델명을 묻는다. 중국에서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A1601)만 아니라면 현지 서비스 이용에 문제가 없다. 이 역시 아래 란을 선택한 다음 ‘Next’를 눌러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개인정보 입력 과정에서 입력한 네 자리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린다면 요금제 추가나 변경, 혹은 자동충전 기능 해제가 아예 불가능하다. 기억하기 쉽고 자주 쓰는 네 자리 숫자를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 연장 옵션은 반드시 꺼야
정보 입력을 마친 다음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Purchase Data / Refill Data’를 누르면 로그인 창이 나타난다. 데이터 전용 회선 관리를 위한 번호는 자동으로 부여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등록 과정에서 입력한 네 자리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문제없이 로그인된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는 LTE 1GB이며 1천620엔(한화 약 1만 8천원)을 결제하면 최대 31일간 이용할 수 있다.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JCB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구매가 끝난다.
구매 과정은 상당히 간단하지만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설정이 하나 더 있다. 이렇게 데이터 요금제를 구입한 경우 데이터 유효기간인 한 달이 지나거나, 혹은 구매한 데이터를 모두 이용하면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재충전하는 옵션이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옵션을 해제하지 않으면 귀국한 뒤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데이터 요금 결제가 일어난다. 메뉴에서 ‘Cancel Auto-Refill Option’을 누르고 자동 결제 옵션을 반드시 해제해 주어야 한다. 설정이 끝난 다음 요금제 선택 화면에서 ‘예약된 요금제 없음’(No data plan reserved)이라고 표시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로밍 서비스로는 경험할 수 없는 속도, 100Mbps
개통이 끝나면 국내 통신사 유심을 꽂았을 때처럼 자유롭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화면 분할 기능을 활용해 한 쪽에는 지도를 띄우고, 다른 쪽에는 번역 앱을 띄워 원하는 곳에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여행정보도 한결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 데이터 자동 로밍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가장 큰 이점은 바로 빠른 속도로 막힘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 속도 측정 앱인 RBB Speed로 측정한 결과 업로드는 17.78Mbps, 다운로드는 116.87Mbps로 극히 양호하다.
NTT 도코모 회선을 빌어 쓰는 MVNO 업체 선불 유심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오히려 순식간에 데이터를 다 쓰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아이패드 프로 특성을 활용해 테더링 기능을 켜고 마치 LTE 라우터(에그)처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구입한 데이터 요금제를 모두 쓰면 LTE 접속이 자동으로 중단된다. 통신사 안테나는 그대로지만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충전을 위한 페이지로 이동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등 소셜미디어도 새 게시물을 불러오지 못한다. 단 자동충전 옵션을 켜 놓았다면 계속해서 데이터가 충전된다.
애플심을 이용한 현지 이동통신사 데이터 서비스는 유심을 갈아 끼우기 위해 출국할 때마다 일일이 클립을 챙길 필요가 없고 선불 유심을 파는 곳을 찾아 헤매는 수고 없이 바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서 상당히 편리하다.
단 한 달 이상 해당 국가에 체류하거나 데이터 이용량이 많다면 보다 저렴한 선불 유심을 쓰는 것이 이득이다. 또 현재는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에어 등 통화 기능이 없는 기기에서만 쓸 수 있다. 다음 아이폰에 추가되면 분명 유용한 기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