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발상의 전환이란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것 일수록 신선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진부한 예시인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다. 눕혀보고 세워보고 깨부수는 과정 속에서 혁신이 탄생한다. 기술력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 다음 과정일 뿐이다.
우리나라 한 벤처기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는 것을 보고, 또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테이블 하나를 완벽한 스마트기기로 변신시킨 것이다. 아이카이스트에서 내놓은 ‘터치플레이’가 그것이다. 탁자는 가구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을 오롯이 기술력으로 채웠다.
IT기기 관점에서 보면 터치플레이는 46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탁자 형태의 스마트 제품이다.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와 윈도우10을 쓴다는 점에서 네 발이 달린 거대 태블릿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들고 사용할 수 없는 탁자 형태라는 점에서 활용성은 180도 달라진다.
아이카이스트 터치플레이는 지난해 출시됐지만 그동안 교육 및 비즈니스 현장에 B2B 형태로 공급돼 왔다. 상담이 잦은 병원, 영엽대리점, 의류매장, 금융기관 등이 주 고객이다. 그러나 이제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지난 20일부터 IT라이프 스타일 편집샵인 게이즈샵에서 독점 판매를 개시해 눈길을 끈다. 단 현재 시연은 게이즈샵 갤러리아 명품관,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에서만 가능하다. 스마트 테이블 아이카이스트 터치플레이를 살펴봤다.
30점 멀티터치 지원…운영체제 선택 가능
터치플레이(모델명 ISP460)는 30점 멀티터치를 지원한다.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최대 10점 멀티터치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무려 3배나 많다. 보통 스마트기기들이 10점 멀티터치를 지원하는 이유는 사람의 손가락이 10개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즉, 30점 멀티터치를 지원한다는 것은 애당초 터치플레이가 혼자 사용하는 기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화면 크기는 46인치다. 대형 TV를 눕혔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크기다. 물론 보통 TV는 터치스크린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대체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 크기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4명이서 탁자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식사가 아니라 터치플레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최대 6인 정도는 함께 탁자 주변에 모여 화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다.
그외에 해상도는 풀HD이며 휘도는 700cd/m2로 꽤 밝은 편이다. 이는 조명이 강한 실내에서 사용하기 충분한 밝기다. 주목할만한 점은 반응속도가 5m/s로 꽤 빠릿빠릿한 화면 반응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운영체제는 윈도우10과 안드로이드 중 선택이 가능하지만, 제조사 측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메모리 등과 같은 사양은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B2B 판매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에 맞게 납품해왔기 때문이다. 게이즈샵에서 판매되는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안드로이드용의 경우 Cortex A17 기반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사용됐으며 메모리는 2GB다. 윈도우10용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4GB 메모리, 엔비디아 GTX 750 그래픽카드를 지원한다. 무게가 60kg 달할 정도로 무겁기 때문에 배송 및 설치 서비스가 함께 제공된다.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일단 터치플레이의 가격부터 이야기 하면 안드로이드 버전은 308만원, 윈도우10 버전은 408만원이다. 프리미엄급 노트북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물론 아무런 기능이 없는 고가의 해외 디자인 가구와 비교하면 저렴하다고도 볼 수 있다. 관점의 차이일 수 있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령 애플 스토어의 트레이드마크인 나무 탁자의 경우 약 800만원 정도 한다.
워낙 생소한 제품인 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일단 활용해볼만한 분야는 교육용이다. 아이들과 탁자에서 함께 화면을 터치해가며 각종 인터렉티브 교육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터치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인터페이스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탁자에 앉아 각종 교육용 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미 10인치대 태블릿을 겨냥한 많은 앱이 나와있어 콘텐츠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
교육용 이외에도 독특한 IT기기를 선호하는 매니아들에게도 충분히 활용가치는 있다. 가령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워게임 같은 시뮬레이션을 띄워 놓거나 혹은 각종 유사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프라모델 매니아라면 조립 설명서나 모델링 화면을 띄워 놓은 다음 작업을 할 수 도 있다. 핵심은 화면 속에 무엇인가를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하면서 무엇인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우스나 키보드로 무엇을 조작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가령 구글 어스와 같은 단순 지도 프로그램 조차도 터치플레이에서 하면 그 실감이 다르게 다가온다.
터치플레이는 HDMI와 USB 단자를 각각 1개씩 제공한다. 화면은 HDMI로 입력받고 터치 정보는 USB로 출력되는 형태다 함께 제공되는 안드로이드나 윈도우10이 설치된 하드웨어는 브라켓 형태로 탁자 밑에 붙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것이 HDMI와 USB로 연결돼 있는 것.
따라서 원하면 이것을 떼어내고 고성능 데스크톱 PC를 연결하거나 혹은 그 무엇인가를 연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운영체제가 터치 인터페이스만 지원하기만 하면 된다. 윈도우10의 경우 최대 255포인트, 안드로이드OS는 커스터마이징을 거치면 최대 32포인트까지 멀티 터치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 이상의 잠재력 ‘한국 벤처의 힘’
일반적으로 터치플레이가 화면을 크게 만든 탁자 모양의 태블릿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치 아이패드가 화면만 크게 만든 아이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면 같은 운영체제와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사용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카이스트가 제공하는 기술력은 지연현상을 최소화하는 멀티터치 기술과 각종 콘텐츠를 탁자 형태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앞서 언급한 발상의 전환이다.
무엇보다 IT기기가 탁자 형태로 진화했다는 점은 최근 각종 가전제품들이 스마트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탁자뿐 아니라 옷장, 침대, 장식장 등 그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수납이나 인테리어를 넘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줄 또 다른 무엇인가로 바뀔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이카이스트의 터치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회사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카이스트 출신의 경영진과 개발진이 포진한 이 작지만 강한 기업은 현재 미국 나스닥과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