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LG전자가 현재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G2가 의외로 선전하면서 이제 추격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LG전자는 G3와 G4에서 잇단 실패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V10은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부 수장을 교체하면서까지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회심의 카드다. V10은 LG전자에게 진짜 중요한 스마트폰이다.
LG전자는 댓글을 읽었다. 사실 인터넷 댓글이 민심은 아니다.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마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당장 애플과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소비자들이 LG전자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폰을 만들기 위해서다. LG V10은 그렇게 탄생했다.
1일 LG전자가 공개한 LG V10에서는 그러한 애절한 마음이 읽힌다.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광각 셀카, 세컨드 스크린, 전문가급 동영상 기능, 견고함, 사운드”
다음 키워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미지와 함께 V10의 주요 기능을 정리, 분석했다.
120도 광각 촬영 가능한 전면 듀얼 카메라 탑재
일단 세계 최초로 V10에서 가장 먼저 시도됐고 당장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기능은 광각 셀카다. 스마트폰에 광각 렌즈를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두께 자체가 너무 얇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결할 기술이 바로 듀얼 렌즈다. 렌즈 두 개를 나란히 달아 동시에 두 장의 사진을 찍고 이를 합성해 넓은 광각 사진을 얻어낸다.
스마트폰 셀카 촬영시 최대 촬영거리는 사람의 팔 길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게임 스트리트파이터의 달심처럼 팔 길이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셀카봉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80도 촬영이 가능한 두 개의 렌즈를 합친 약간의 트릭은 보통 인간의 팔길이로 120도에 달하는 광각 촬영을 가능케 했다. 이는 분명 쓸만한 기술이다. 삼성이나 애플 조차도 도입을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기술이다.
UX의 확장, 세컨드 스크린
솔직히 말하면 V10의 세컨드 스크린은 삼성전자의 엣지 스크린을 상단에 배치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강하게 든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좀 더 개선이 이뤄졌지만, 원칙적으로는 그게 맞다.
일단 V10의 화면 크기가 5.7인치에 달하기 때문에 엄지 손가락이 상단에 배치된 세컨드 스크린에 닿기란 쉽지 않다. 세로 화면에서 조작감은 매우 떨어진다. 자칫하다가는 폰을 놓칠 수도 있을 정도다. 만약 5인치 이하 스마트폰에 세컨드 스크린이 달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가로 화면에서 세컨드 스크린의 조작감은 매우 좋다. 보통 동영상을 볼때 가로 화면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그때 화면 영역을 건들지 않고도 각종 조작을 할 수 있다. 영상을 재생하고 있으면서 시간이나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설령 전화가 와도 영상은 그대로 흘러나오고 세컨드 스크린에 정보가 표시된다. 게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방해받지 않는다.
LG전자는 머리를 좀 더 썼다. 세컨드 스크린을 UX 확장으로 본 것이다. 가로로 동영상 촬영시 세컨드 스크린은 가상 휠로 변한다. 그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을 것 같지만 짧은 시간동안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요컨데 잠재력이 있는 화면이라는 이야기다.
“대세는 동영상이다” 전문가급 동영상 기능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컴팩트 카메라에서 전문가급 기능이라고 하는 것들은 수동 기능을 말한다. 수동 기능은 있으면 좋지만, 때로는 있어서 불편하기도 하다. LG V10에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이 아예 일반과 전문가 모드로 나뉜다. 골라 쓰라는 이야기다. 물론 고르는 것도 귀찮기는 하다.
G4에서는 사진 촬영시에만 전문가 모드를 제공했는데, V10에서는 동영상 촬영 시에도 전문가 모드를 제공한다. 아주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에서 일반 캠코더와 같은 화면 표시 정보를 볼 수 있다. ISO, 셔터스피드, 사운드 레벨, 조리개 수치, 화이트밸런스 등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윈드노이즈 필터 기능이나 지향성 마이크 채용으로 소리 위치를 잡아낼 수 있는 것 역시 고가 캠코더에서 제공하던 기능 들이다. 전혀 비판한 여지가 없이 좋은 기능이다. 스마트폰으로 조금이라도 더 그럴싸한 동영상을 촬영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렇다. 다만 우리나라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동영상 촬영 기능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LG전자의 의뢰를 받아 V10으로 단편 영화를 찍은 장진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를 찍는데 활용하는 전문 영상장비가 100가지 기능이 있다면, V10에는 10가지 정도의 필수 기능이 들어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V10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적절한 소재 사용으로 견고해진 설계
한번이라도 스마트폰 낙하 사고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수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부분이다. V10은 기존 제품보다 견고한 설계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가장 견고한 부품은 금속이 아니라 사실 합성 수지다. 합성 수지는 질기고 충격에도 강하다. 대표적인 합성 수지로는 플라스틱과 실리콘이 있다. V10은 많은 부분에서 플라스틱과 실리콘을 마감재료로 썼다.
여기에 마치 자동차처럼 금속 범퍼를 달았다. V10 좌우에 내부식성과 강도가 우수한 스텐인리스 스틸 316L 소재가 사용됐다. 물론 이러한 설계가 모든 방향에서 오는 충격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고릴라글래스4 소재로 만든 전면 강화유리가 바닥을 향하는 것만 제외하면 대부분 충격에서 제품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준다. 만약 저 범퍼를 전면으로도 약간 튀어나오도록 설계됐더라면 모든 방향에서 보호해줄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부드럽게 쓸어넘기는 느낌과 미관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하이파이 애호가를 위한 32비트 사운드
사운드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없다. 보여줄 재간도 없다. 다만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실은 32비트 하이파이 DAC 부품이 달려 있어 최대 32비트, 384Khz 까지 업샘플링을 해줄 수 있다는 것과, 기존 15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던 음량을 이제는 75단계까지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음질은 아무리 설명해도 다 거짓말이다. 직접 들어봐야 된다.
결론 :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 프리미엄을 위한 프리미엄은 없다
요즘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가격이다. 발표 현장에서 재미있는 연출이 있었다. 가격 정보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다가, 질문이 나오니까 그제서야 한 임원의 입을 빌려 발표된 것이다. 가격에 대한 질의가 당연히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준비한 극적인 연출 같아 보였지만, 생각보다 충격적이지 않았다. V10의 출고가는 79만9천원이다.
분명 지난 4월 출시된 G4(82만5천원)와 비교해 세컨드스크린과 같은 가격상승 요인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내려간 것은 사실이다. LG전자가 점점 더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가격을 잡아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샤오미급 충격이 전해지는 가격은 분명 아니다. 만약 샤오미급 충격이 전해지려면 V10의 가격이 최소 50만원대는 찍어야 했다. LG전자의 유통, 마케팅, R&D 인력 규모를 감안하면 강요하기 힘든, 사실상 불가능한 가격이다.
발표 내내 LG전자가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V10은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며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제공한다. 이 점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과오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른 스펙은 대부분 플래그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스냅드래곤 810 v2.1이 아닌 808을 채택했다는 점에서는 LG전자 제품 개발 부서의 고집이 읽혀지기도 한다. 이미 스마트폰 하드웨어 성능은 소프트웨어를 압도하고도 남는 상황에서, 무조건 최신 AP를 장착하기 보다, G4에서도 한번 노하우를 쌓은 스냅드래곤 808 최적화에 신경쓰겠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소비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AP 성능을 모두 끌어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좀 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LG전자에게 V10은 적어도 실패는 하면 안되는 절박함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LG전자가 이제서야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조금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슈퍼 혹은 프리미엄 운운하는 마케팅 방향이 아쉽지만, 충분히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의미있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