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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낭떠러지 끝에 있는 상담소', 모두가 나의 거울

상담했던 내용이 사실은 자신의 이야기···연결성의 세상 속에서

'낭떠러지 끝에 있는 상담소' 책 커버(사진=보아스)

(씨넷코리아=김태훈 기자) 이지연 작가의 리얼리티 심리 소설 신작 '낭떠러지 끝에 있는 상담소'는 6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마음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치유를 통해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유경은 세상에서 고립된 아이 현수, 여자가 되어 어머니를 간직하고 싶은 세훈, 기댈 곳을 찾아 헤메는 어른아이 미희, 돈과 결혼한 여자 희진,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남자 희준을 면담하며 이들의 삶을 회복시킨다.

작가는 현수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를, 세훈을 통해 '성 정체성 혼란(트렌스젠더)'을, 미희를 통해 '사이비종교(가스라이팅)'를, 희진을 통해 '가정 폭력(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희준을 통해 '열등감(신데렐라 콤플렉스)' 문제를 다룬다.

이 다섯 가지의 케이스는 모두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상담사 유경은 이들의 이야기를 마냥 공감해주지만 않고 때로는 대립도 하며 '진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치유의 길로 이끈다.

이를 통해 현수와 세훈은 진로를 결정했고, 미희와 희진은 자신만의 살아남을 길을 찾았으며, 희준은 열등감을 극복했다. 모두 남은 과제들이 적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의 자신을 극복하고 인생의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됐으니 참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상담사 유경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한다. 딸 지은이 선물로 준 거울을 보고, 자신의 초라하고 어두웠던 과거의 심연에 빠져든다.

내담자들에게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하고 자신의 어둡고 열등한 면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늘 말했지만, 정작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세상에서 고립된 채 문제아가 된 현수의 마음, 가난이 끔찍하게 싫어서 부자 남편으로 도피하고 싶었던 희진의 마음, 세상에서 비교당하고 무시당하면서 자신을 생채기 내는 미희의 마음, 열등감에 시달라는 희준의 마음.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유경이 겪고 지나온 자신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를 깨닫고 유경은 스물 다섯 이전의 온갖 세상풍파를 겪었던 어린 유경의 모습을 꼭 껴안아주며, 자신의 우월한 모습은 물론 열등한 모습도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통합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연결되지 아니함이 없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상담의 모든 내용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야기였으며, 나아가 보고 듣고 느끼는 바가 결국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경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유경은 절망의 끝을 통과해 희망의 문을 열었던 자신의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마음의 낭떠러지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담사로서 전하는 치유의 빛이 되기를 간절하 바리며 한 자 한 자 적어나갔다."

김태훈 기자ifreeth@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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