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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매력에 푹 빠진 야마하 '싱크룸', 한글 버전까지 나온 사연은?

19일 한글·영어 버전 공개···온라인 합주 외 데모곡 제작, 보컬 가이드 등 뛰어난 범용성 갖춰

뮤직 크리에이터이자 음반 유통사 J. Major 공동 대표인 '조매력' (사진=씨넷코리아)

(씨넷코리아=윤현종 기자)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들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도, 스포츠를 보고 즐기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기회를 앗아갔다. 그럼에도 이 중 가장 크게 느껴졌던 건 바로 ‘음악’이겠다. 사스, 메르스에도 우리 곁에 음악은 항상 존재해왔다. 수백년 간 끄떡없었던 클래식, 음악회와 같은 공연이 이토록 위협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정부의 거리두기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수개월, 수년 간 유지되면서 가수와 연주자들은 함께 호흡하고 연습할 공간마저 잃게 됐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이때 국내 한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일반 음악 유튜브 영상과는 완전히 다른 전개였다. 프로그램 하나로 보컬과 연주자가 온라인으로 만나 완벽한 합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한 곳에 모이기 힘든 연주자들이 각자 방에서 재즈나 클래식 연주를 하는 모습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국내외 연주자들과 음악 관계자들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 악기 합주 프로그램인 야마하 ‘싱크룸(SYNCROOM)’을 소개한 뮤직 크리에이터 ‘조매력’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뮤직 크리에이터 '조매력' (사진 캡처=십센치(10cm) 공식 유튜브 채널)

■ 국내 온라인 합주 문화 리더 조매력, ’Be대면 Again’부터 1천 명 합주 챌린지까지

게임 스트리머이자 음악 유튜버로 활동 중인 ‘조매력(본명: 조장우)’은 국내에 온라인 합주 문화를 대중화시킨 인물로 꼽힌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공연장을 잃어버린 실연자들에게 조매력 싱크룸 영상(영상 링크: 난생 처음본 사람들끼리 즉흥연주가 가능하다고?)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자 가능성으로 느껴졌다. 국내 실력 있는 연주자들은 싱크룸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조매력 콘텐츠는 날이 갈수록 풍성해졌다.

조매력은 당시 싱크룸을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면서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곡 제목 하나만으로 바로 합이 맞춰지는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얼굴도 모르는 연주자들과 재즈 합주를 할 때의 그 날은 절대 잊지 못 할 것이다”고 말했다.

뮤직 크리에이터 조매력(본명: 조장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씨넷코리아)

야마하 싱크룸은 2020년 초 야마하코퍼레이션(일본)이 일본 유저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온라인 악기 합주 프로그램이다. 2010년 등장한 ‘NETDUETTO β’를 싱크룸으로 바꿔 재제공한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에서 연주자들이 만나 실시간으로 합주를 가능하게 해준다. 한 방에 6시간 동안 최대 5명이, 2개 방을 연결하면 최대 10명까지 합주를 할 수 있다.

싱크룸은 기존 합주 프로그램들이 가지지 못한 빠른 응답 속도를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각 연주자들 소리가 박자에 맞춰 정확하고 빠르게 들리다 보니 재즈나 클래식 연주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연이 가능하다.

온라인 합주가 가능한 이유는 야마하 싱크룸만의 기능 덕분이다. 싱크룸은 시간이 지연되는 ‘레이턴시(Latency)’를 줄이고자 온라인에서 만난 유저들의 인터넷 접속 컨디션을 실시간으로 계측해 적은 버퍼 사이즈 환경을 제공한다. 덕분에 레이턴시는 환경 조건이 좋다면 20밀리초(ms) 이하까지 최소화해 빠르고 안정적인 연결을 지원한다. 서울과 부산, 인천에 있는 뮤지션들이 실시간으로 만나 연주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5월 서울 잠실 보조경기장 앞에서 진행된 대규모 합주 플래시몹 챌린지. 십센치 신곡 <부동의 첫사랑> 공연 무대를 조매력과 조력사무소 1천여 명 뮤지션들이 함께 만들어냈다. (사진 캡처=십센치 공식 유튜브 채널)

장점이 많은 프로그램임에도 싱크룸은 제공 당시만 하더라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유는 야마하 싱크룸은 처음에는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였고, 지원 언어가 일본어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조매력은 이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20년 초 국내 정식 지원 시작 전 싱크룸을 처음 접한 조매력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인 ‘Charming Jo 조매력’에 온라인 합주 영상과 함께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리기 시작했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재야에 숨은 고수들부터 인기 뮤지션들까지 모두 조매력을 찾았다. 싱크룸을 활용한 합주 영상들이 하나둘 쌓여가면서 조매력은 언젠가 그들과 직접 만나 공연하는 순간을 기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Be대면 Again’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 이름을 패러디한 이 콘텐츠는 조매력 유튜브 채널 내 관련 영상만 140여개, 누적 조회수는 200만 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조매력은 Be대면 Again으로 만난 인연들을 하나로 묶을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조력사무소’ 커뮤니티다. 다양한 분야의 재능 넘치는 뮤지션들로 구성된 조력사무소는 현재 수백 명 규모로 몸집을 키워 나가는 중이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최근 5월 서울 잠실 보조경기장 앞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냈다. 조매력과 1천여 명 뮤지션들, 여기에 유명 가수 ‘십센치(10cm)’가 만든 <부동의 첫사랑> 대규모 합주 플래시몹 챌린지가 그것이다.

조매력은 “싱크룸으로 만난 조력사무소 친구들과 언젠가 꼭 오프라인에서 모두 만나길 기대했는데 그 날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며 “1천 명의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십센치 <부동의 첫사랑>을 연주하는 그 장면은 저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야마하 '싱크룸(SYNCROOM)' 한글 버전 공식 홈페이지 (사진=야마하뮤직코리아)

■ 2년여 걸친 노력 결실 맺었다···19일 야마하 ‘싱크룸’ 한글판 공개

야마하뮤직코리아는 19일 야마하 싱크룸 한글 버전을 정식 공개했다. 엔데믹으로 전환한 이후 제공이 다소 늦었다는 감이 있지만 야마하 한국 지사인 야마하뮤직코리아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한글 버전 등장은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었다. 야마하뮤직코리아는 조매력 싱크룸 콘텐츠를 보며 국내 성공 가능성에 배팅을 걸었다. 본사를 설득하고 넘어야 할 산들을 정복해온지 약 2년 만에 싱크룸은 일본어에 이어 한글과 영어를 지원하게 됐다.

야마하뮤직코리아 관계자는 "2년 전 싱크룸이 일본에서 한창 인기가 있었을 때 싱크룸 목록에는 비공식임에도 불구하고 한글로 만들어진 싱크룸도 많이 볼 수 있어 큰 인기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본사와 소통하며 가능성을 엿본 야마하가 대망의 한글 버전을 제공하게 된 만큼 많은 분들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야마하 싱크룸 한글 버전을 설치하면 만나볼 수 있는 '룸 목록' (사진=야마하뮤직코리아)

야마하 싱크룸 한글 버전은 일본어 버전과 동일한 설치 파일로 운영된다. 일본과 한국 유저끼리의 접속도 가능하다. 단, 사용자 ID는 한국과 일본에서 다르기 때문에 일본 ID를 취득했던 유저는 한국 버전의 'Yamaha Music ID'로 재등록이 필요하다. 무료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메뉴와 사용법은 동일하다.

싱크룸은 야마하에서 만들었지만 모든 악기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모두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오디오인터페이스로 마이크와 악기를 PC나 노트북에 연결해주면 모든 준비는 끝이다. 싱크룸으로 로그인 한 뒤 사용자는 룸 목록에 떠 있는 방 안에 들어가 합주를 진행하면 된다. 각자 인터넷 환경이 어떤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어떤 유저가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으면 음질과 버퍼 사이즈를 조절해주면 된다. 박자를 맞춰주는 메트로놈과 녹음 기능도 지원한다.

야마하측은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유선랜 연결을 권장한다. 오랜 시간 사용해온 조매력 또한 PC나 노트북에 싱크룸을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싱크룸 모바일 앱 또한 존재하나 합주를 위해서는 5G, LTE 등 모바일 회선 접속은 권장하지 않는다.

야마하 싱크룸을 이용해 온라인 합주를 진행하는 모습. 싱크룸은 지연 없는 안정적인 연결 덕분에 룸 당 5명, 최대 10명 까지 온라인으로 실시간 합주가 가능하다. (사진=씨넷코리아)

■ 온라인 합주를 넘어 데모곡 완성까지…무한한 가능성 가진 야마하 ‘싱크룸’

올해로 4년차를 맞은 야마하 싱크룸은 뮤지션들의 놀이터로서 자리매김한 프로그램이다. 순수하게 온라인 합주를 넘어 가수의 꿈을 가진 이들에겐 데모곡을 만들기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야마하 싱크룸은 작곡프로그램인 ‘DAW(Digital Audio Workstation)’와 연계한 멀티트랙 녹음 기능을 제공한다. 야마하 ‘큐베이스(Cubase)’와 같이 유명 DAW와 싱크룸을 연계하면 실시간으로 합주를 진행함과 동시에 악기 별로 트랙의 EQ, 컴프래서, 이펙트 등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녹음도 가능해 싱크룸과 DAW를 잘 다룬다면 즉석에서 데모곡도 제작할 수 있다. 녹음실을 찾고 밴드 일정을 하나씩 조정할 필요 없이 온라인에서 실력 있는 연주자와 보컬이 만나면 노래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게 된 셈이다.

야마하 싱크룸은 멀티트랙 녹음 기능을 제공한다. 사진은 야마하 싱크룸과 DAW 앱과 연계한 모습. (사진=씨넷코리아)

조매력은 이런 방식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 음반 유통사 ‘J Major’ 공동 대표이기도 한 조매력은 지난 6년 간 음악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쌓은 인연들과 함께 작은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요룰레히’ ‘쿠모’ 등 11명의 뮤지션들과 함께 싱크룸으로 콘텐츠와 음악을 제작 중에 있다. 그는 최근에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 호주 여행 중 작곡한 노래를 싱크룸으로 제작해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싱크룸은 온라인 합주, 데모 앨범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보컬 가이드까지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싱크룸으로 보컬 가이드를 하는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바 있다. 야마하는 한글 버전 외에도 영어 버전도 함께 선보이는 만큼 전 세계 뮤지션들이 싱크룸에서 음악을 만들고 노하우도 주고받는 글로벌 온라인 음악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조매력은 “싱크룸을 만나면서 ‘이 재미있는 걸 자기들끼리만 즐기고 있었다고?’ 라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합주를 처음 접할 때 보통 ‘내가 어느 정도 연주 실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실텐데 함께 연습하며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게 바로 싱크룸이다. 즐거운 교감, 경험을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늘어갈 거고, 이는 인터넷 합주 문화가 더 대중화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현종 기자mandu@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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