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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윤석 벤큐코리아 지사장 "10년 넘게 성장세 유지 비결, 본질에 집중했을 뿐"

승리하려면 벤큐 공식 앞세운 전략 먹혀…전자칠판도 사용성 ‘본질’에 기초해 국내 1위 달성

소윤석 벤큐코리아 지사장 (사진=씨넷코리아)

(씨넷코리아=김태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PC와 모니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주를 이루면서 집에 먼지만 쌓여가던 모니터는 재빠르게 새 제품으로 교체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극장 보다 집에서 영화나 콘텐츠를 소비하다보니 자연스레 홈시어터 시장도 호황기를 맞았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그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이 꽉 잡고 있는 이 시장은 외산 브랜드 불모지로 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째 게이머들과 일반 PC 사용자들에게 꾸준히 많은 선택을 받아온 기업이 있다.

벤큐는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PC용 모니터와 게이머들을 위한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 그리고 빔프로젝터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큰 변화를 맞은 초중고 학교 및 학원, 회사에 사용하기 좋은 전자칠판 제품군까지 확장 중이다.

수많은 경쟁 업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벤큐는 어떻게 한국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소윤석 벤큐코리아 지사장에게 들어봤다.

소윤석 벤큐코리아 지사장은 2010년 지사장을 역임한 이래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그 성공 비결에 대해 소 지사장은 '본질'에 집중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씨넷코리아)

■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삶, 그리고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벤큐’의 목표

벤큐(BenQ) 회사명을 풀어보면 'Bringing Enjoyment N Quality to Life', 즉 ‘당신의 삶에 즐거움과 퀄리티를 높여준다’는 모토로 사람들에게 미치는 제품들과 기술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영화, 게임과 같이 엔터테인먼트 시장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광학 기술과 디스플레이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벤큐다.

소윤석 벤큐코리아 지사장은 2010년 벤큐 한국 지사를 대표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대표 강자인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로컬 중소업체들이 간파하지 못한 부분에 집중했다.

소 지사장은 “중소업체들은 의욕이 앞서지만 제품 퀄리티가 대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벤큐코리아는 이 점에 착안해 대기업과 로컬업체들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품질과 가성비를 모두 잡아야만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벤큐코리아가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특히 예상 외로 발목을 잡은 곳은 국내 소비자도, 경쟁 업체도 아닌 글로벌 본사가 가진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이었다.

소 지사장은 초기 지사장직을 역임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2010년대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속해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이미 선전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를 받곤 했다”고 설명했다.

초창기 때는 매출도 높지 않아 본사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소 지사장은 본사 직원들을 한국 지사로 초청해 스크린 골프장과 한국 특유의 PC방을 방문하면서 생소했던 e스포츠 문화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본사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는 “본사 직원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문화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며 “글로벌 본사가 한국 시장의 요청을 받아 들여 국내 PC방 트렌드를 반영한 주력 모델을 개발해주기도 했고, 또 한국 e스포츠 선수를 제품 개발에 참여시키는 등 ‘한국화 된 글로벌 브랜드’로써 입지를 다져왔다”고 말했다.

■ 프로게이머들에게 있어 게임은 직업…‘모니터 포 빅토리’ 전략 주요

“한국 여성과 결혼하려면 장인과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e스포츠 강국이 됐다. 0.1초라도 더 빨리 반응해야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프로게이머들은 최고의 성능을 가진 게이밍 기어들이 필수가 됐고, 이는 팬들에게도 가치 있는 제품이 된다. 브랜드 파워가 곧 생명인 셈.

벤큐는 자사 e스포츠 게이밍 브랜드 조위(ZOWIE)와 프리미엄 게이밍 브랜드 ‘모비우스(MOBIUZ)’로 많은 게임 마니아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24인치부터 27인치 크기의 16:9 화면비를 가진 게이밍 모니터부터 34인치 크기의 21:9 울트라와이드 화면비를 가진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마련돼 있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가격과 성능을 고려해 다양한 제품 중 원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소 지사장은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세분화 한 벤큐의 접근 전략이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다질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집중한 것은 ‘게임의 속성’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가치를 제품에 담는 것이다”며 “상대방과의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경쟁 게임’에서는 모니터가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기능에 집중했으며, 스토리와 영상미를 즐기는 ‘비경쟁 게임’에서는 최상의 게이밍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벤큐의 e스포츠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 조위와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 모비우스다”고 말했다.

소윤석 벤큐코리아 지사장이 최근 200호점을 돌파하며 학교와 학원 등 교육 시장에서 큰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전자칠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씨넷코리아)

■ 새로운 먹거리 시장 B2B 집중…교육용 시장 ‘전자칠판’ 주력

최근 벤큐가 몇 년간 담금질에 열심인 곳이 바로 ‘교육용 시장’이다. 소윤석 지사장에게 있어 2022년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디스플레이가 한창 자라는 꿈나무인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다.

소 지사장은 “벤큐는 최근 65인치부터 86인치 등 안드로이드 OS가 내장된 전자칠판 ‘RP02' 'RM02'와 같은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벤큐 전자칠판은 타사 제품들과 달리 소프트웨어(SW) 개발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눈 보호를 위한 아이케어 기능, 실내 이산화탄소(CO2) 감지 센서를 활용해 수업 중 집중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기능들이 마련돼 학교나 학원에 종사하는 선생님들과 IT관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 지사장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벤큐는 2021년 3분기 국내 교육용 전자칠판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구로와 용산, 마포구 3곳과 부산 남구에 전자칠판 시연장을 마련, 업계 관계자들과의 서비스 접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15년이 넘도록 벤큐코리아를 대표해온 소윤석 지사장은 디스플레이 업계에 있어 전략통으로 불린다. 한국 시장의 큰 흐름을 예측하면서 신제품 개발과 회사 성장을 거듭하면서 벤큐코리아를 전두지휘했다. 그런 그는 향후 디스플레이 업계 새로운 키워드는 ‘스마트화’라고 자신한다.

소 지사장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벤큐 전자칠판과 같이 모니터와 같은 일상의 모든 디스플레이 장비가 ‘스마트화’ 될 것”이라며 “스마트화 된 디스플레이 장비의 플랫폼과 연계성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화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스마트폰에 이어 혁신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ifreeth@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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