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조재환 기자) 한국GM이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경쟁사들이 긴장하고 참고할 만한 소형 SUV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고 그동안 쉐보레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편의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한국GM의 미래가 달린 SUV인만큼, 회사의 총 역량이 집중된 SUV라고 평가된다.
한국GM은 1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트레일블레이저 신차발표회를 가진 다음, 곧바로 인천과 경기도 김포까지 편도 45km 구간을 오고가는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시승차량은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 RS트림과 ACTIV(액티브) 트림 두 가지로 나눠졌는데, 지디넷코리아는 스포티한 감성이 담긴 RS 트림을 시승했다.
말리부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ps)은 5600RPM 도달시 156마력, 최대토크는 1600~4000 RPM 도달 시 24.1kg.m이다. 시승차는 4륜구동(AWD) 모델이며 9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무게는 1460kg이다.
대다수 시승코스는 고속도로로 이뤄졌다. 차량 통행이 원활헀기 때문에 고속주행 기회가 많았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며 고속주행 시 차량 엔진 소음 등을 살펴봤다. 이 차가 고급세단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정숙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엔진음 자체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인천공항고속도로 제한속도인 100km/h에 맞춰놓은 다음, 영종대교 하부구간을 지나가봤다. 이 때 차량이 1500~2000RPM을 오고가며 효율적인 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자동차가 고속도로 주행시 흔히 느낄 수 있는 현상이지만, Z-링크 서스펜션이 받쳐줘 주행하는데 큰 피로감이 들지 않았다.
트레일블레이저 4륜구동 차량에 탑재된 Z-링크 리어 서스펜션은 불안정한 노면이나 급커브 구간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터체인지 구간에서 코너링 성능을 테스트 해봤는데, SUV 차급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봤던 쉐보레 브랜드 차량 편의사양 중 아쉬웠던 점은 바로 스마트폰 무선충전 공간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탑재 차량 수 부족이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이 개발을 주도하고 생산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편의사양을 개선하는데 힘을 썼다.
트레일블레이저 스마트폰 무선충전 공간은 센터페시아 에어컨 공조버튼 바로 아래쪽에 위치해있다. 변속기 위치와 센터페시아 대시보드 거리가 어느 정도 있어 스마트폰을 놓고 빼기가 편안하다. 좁은 구멍식 스마트폰 충전대의 불편을 개선한 것이다.
한국GM이 그동안 국내 시장에 내놓은 SUV 라인업의 아킬레스 건은 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부재였다. 차선이탈방지보조 기능은 꾸준히 탑재시켰지만, 장거리 운전에 필수 기능으로 자리잡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탑재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같은 지적이 예전 이쿼녹스 출시 때 나오자, 한국GM은 “미국 본사와 협업해 개선하겠다”라고 답했다.
이같은 한국GM의 말과 결심은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를 통해 현실화됐다. 인상적인 것은 기존 업체들이 흔히 써온 레이더방식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아닌 카메라 기반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된 것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에 쓰이는 카메라는 트레일블레이저의 룸미러 부근에 위치해있다.
고속도로에서 해당 기능을 써보니, 기존 레이더 방식과 기능상에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차간거리는 총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하게 앞차와의 거리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대처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
카메라 방식이나 레이더 방식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공통적으로 가진 단점은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레이더와 카메라에 눈에 덮히거나 오염물질이 쌓이면 해당 기능이 제한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방식도 악천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한국GM은 카메라 방식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한국 도로 특성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든 개발 역량이 한국GM 본사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만족하면서 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차선이탈방지보조 기능이 있지만,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는 성격은 아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차량의 앞바퀴가 차선을 향하게 되며 바퀴가 차선에 닿을 경우, 차량이 알아서 스티어링 휠을 반대로 틀어준다. 스티어링 휠을 직접 손으로 잡아야 안정적인 주행보조 기능 작동이 된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차선 중앙을 유지시켜주고 고속도로 주행을 도와주는 ADAS(주행보조장치)가 있는 기아차 셀토스 등과 비교된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핵심 사양 중 하나는 바로 컴바이너 타입의 헤드업디스플레이 방식이다. 대시보드에 별도 플라스틱 구조물을 세워 주행하는데 필요한 콘텐츠 그래픽을 띄우는 형태다. 이 형태는 그동안 한국GM이 출시한 쉐보레 브랜드 차량에서 볼 수 없었던 사양으로, 트레일블레이저에 최초로 들어갔다.
트레일블레이저 헤드업디스플레이 콘텐츠는 엔진 후드와 겹치지 않게 보인다. 키 184cm인 기자가 보기에도 편안한 위치다. 경쟁 모델인 셀토스 컴바이너타입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콘텐츠 높이를 아래쪽으로 낮춰야 보이는데, 이 때 엔진 후드와 겹치게 투영된다. 미관상 좋지 못한 구조다.
트레일블레이저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스티어링 휠 아래쪽 버튼을 통해 높낮이, 정보표기, 밝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사용자에 따라 원하는 테마 설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며, 순정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와도 연동된다.
가장 아쉬운 것은 폰트를 조절할 수 있는 설정이 없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보일 수 있도록 폰트 크기 조절이 필요한데, 아직 한국GM이 이 점을 고려하지 못 해 아쉽다.
전반적으로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이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소형 SUV의 다크호스다. 주행능력이 기대 이상이고 편의사양도 다른 경쟁 모델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셀토스보다 차체 크기가 크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아차 셀토스보다 큰 차체를 갖췄다. 전장 4425mm, 전고 1660mm, 전폭 1810mm 크기다. 셀토스는 전장 4375mm, 전고 1620mm(18인치 루프랙 포함 기준), 전폭 1800mm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휠베이스(축거)는 2640mm로 셀토스(2630mm)보다 길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은 ▲LS 1천995만원 ▲LT 2천225만원, ▲Premier(프리미어) 2천490만원, ▲ACTIV 2천570만원, ▲RS 2천6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