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장면 1. 외국어로 된 웹사이트를 사파리로 보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단어 위를 오래 누른 다음 끌어서 선택하고 ‘복사’를 누른 다음 주소 표시줄에 붙여 넣고 ‘검색’을 눌렀다.
장면 2. ‘다음 주 수요일 미팅때 찾아뵙겠습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하기 위해 밑줄이 쳐진 ‘다음 주 수요일’ 이라는 글자를 누른 다음 ‘이벤트 생성’을 다시 누른다.
장면 3. 다음달 떠날 해외 여행 일정을 메모 앱으로 정리하다 이메일로 전달받은 호텔 이름과 연락처를 메모 앱에 복사하고 싶다. 홈 버튼을 두 번 눌러 메일 앱으로 돌아간 다음 주소와 연락처를 선택해 복사하고 다시 홈 버튼을 두 번 눌러 메모 앱으로 돌아온다.
버튼 하나짜리 마우스 vs. 버튼 두 개짜리 마우스
아이폰을 써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일을 겪어 봤을 것이다. 작은 화면을 누르고 터치하다 보면 마음먹은대로 손이 따라 주지 않는데다 앱 사이를 옮겨 다니려면 홈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했다. 애플이 아이폰6S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이것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상식은 그저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애플이 아이폰6S·아이폰6S 플러스와 함께 선보인 기술인 3D 터치는 아이폰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잦은 화면 터치와 홈 버튼 조작을 줄이기 위해 등장했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책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우스를 상상하면 된다. 버튼이 하나만 달린 마우스로도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간단한 기능을 쓰는데도 여러 번 클릭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마우스 왼쪽 버튼만 이용해 바탕화면에 새 폴더를 하나 만들어 보면 얼마나 불편한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반면 3D 터치는 버튼 두 개짜리 마우스로 비유할 수 있다. 물론 뒤로가기 버튼이나 메뉴 버튼까지 달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달리 아이폰은 홈 버튼 하나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화면에 가해지는 압력이다. 눌린 위치에 있는 아이콘이나 글자, 메일에 따라 달리 작동한다. 파일이나 폴더 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렀을 때처럼 앱 아이콘을 오래 누르면 필요한 메뉴를 보여주기도 한다.
홈 버튼 누르고 화면 두드리는 수고 줄였다
실제로 애플이 3D 터치 기술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미리보기’다. 받은 편지함에서 메일을 열어본 다음 지우는 데만 해도 최소한 두 번 터치가 필요하지만 3D 터치가 적용되면 살짝 메일을 눌러 미리본 다음 손가락을 왼쪽으로 밀어 바로 지울 수 있다. 메일 여러통을 차례대로 열어 봐야 할 경우에는 화면을 터치하는 시간과 횟수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앱 아이콘을 오래 눌렀을 때 나타나는 기능인 퀵 액션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렀을 때 나타나는 메뉴에 가깝다. 카메라 앱을 오래 누르면 바로 ‘셀카 찍기’ 메뉴가 나타나고 메시지 앱을 오래 누르면 바로 새로운 메시지를 쓸 수 있다. 홈 화면 왼쪽을 지긋이 누르면 앱 전환기가 나와 홈 버튼을 연타할 필요도 줄어들었다.
이런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도 물론 있다. 먼저 두께가 0.2mm 늘어난 탓에 기존에 시장에 나온 보호 케이스나 액세서리가 맞지 않을 수 있다. 3D 터치 구현을 위한 탭틱 엔진을 따로 장착하면서 내부 공간이 좁아진 탓에 배터리 용량도 소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홈 버튼을 연신 눌러대는 불편함에 비하면 이런 대가는 미미한 편이다.
현재 iOS 9에 기본 탑재되는 거의 모든 앱은 3D 터치 기술을 기본적으로 지원한다. 다른 개발자들이 만든 앱에도 차차 이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현재 드롭박스와 위챗, 인스타그램 등이 퀵 액션 기능을 앱에 추가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오래 누르면 미리볼수 있는 기능을 앱에 추가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