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전하나)
베를린 필하모닉 전경.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꼽힌다. 노란색 외관의 전용 음악당이 너무나 아름답다. 실내 역시 노란색 불빛의 핀 조명으로 채도를 맞췄다. 홈페이지(www.berliner-philharmoniker.de)에서 공연 시간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미리 표를 예매하지 않았다고 해도 괜찮다. 당일 현장 티켓 발매가 가능하다.
필하모닉홀은 세계적으로 음향시설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도 있다. 어느 좌석에서 관람하더라도 모든 악기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따라서 A좌석일 이유는 굳이 없다. 가격은 최저 15유로부터 최고 90유로 선. 조금 더 일찍 서두르면 더 저렴한 값에 입석 표를 구입할 수도 있다.
베를린 필은 유럽의 보수적인 여타 필하모닉과 달리 고전 음악 뿐 아니라 현대음악 초연 또한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마음과 귀만 적극적으로 열어두면 된다. 복장에 구애 받을 필요 없지만, 보타이를 매거나 풀 정장을 차려 입은 관람객도 많아 시선을 뺏기게 된다. 특히 ‘드레스업’한 멋쟁이 노부부들을 훔쳐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소니센터 전경. 이곳을 광장 삼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아 낮이고 밤이고 붐빈다.
공연을 보고 나온 뒤 횡단보도 건너에 있는 소니센터에 걸어가 맥주 한잔 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밤이 되면 일본 후지산을 본땄다는 돔 지붕이 다채로운 조명색으로 뒤덮인다. 베를린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소니센터에는 쇼핑몰과 영화관 등이 들어서 있고 영화박물관도 위치해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도 이 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명화 ‘형제의 키스’
저마다 각자의 포즈로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
실제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려 조성된 야외 갤러리. 장벽이 무너진 다음해인 1990년 그려진 그림들로, 이미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해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 – 형제의 키스 :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호네커 동독 서기장의 입맞춤 장면 – 등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연현상 등으로 훼손되는 작품은 꾸준히 복원작업을 하고 있으며, 유명한 그림을 제외하고는 매년 새로운 작품이 그려지고 있다고. ‘오스트반호프(Ostbahnof)’역에서 내려 약 1km 길이의 장벽을 따라 쭉 걷다보면 그래비티에 별 취향이 없더라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동서화합의 상징, 오베르바움 다리
장벽 끝까지 다다르면 ‘오베르바움(oberbaumbrücke)’ 다리를 만날 수 있다. 통일 전에는 동서를 구분하는 국경 역할을 했다. 한국 영화 <베를린>에도 나오는 그 곳. 다리 위로 노란색 U반이 지나가는데 그 장면이 하나의 그림이다. 1724년 목조다리로 지어졌는데 그 후 보강공사를 통해 전철과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통일 전에는 동독과 서독을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로 쓰였다고.
크로이츠베르크 구석구석 숨겨진 그래비티
많이 걸은 만큼 배가 고파졌다면 오른쪽으로 길을 꺾어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로 가자. 요즘 뜨는 젊은 예술가들의 동네. 건물 구석구석 틈 사이로 또 다른 그래비티 예술 작품을 찾아 볼 수 있다. 터키, 인도, 베트남 등 이국적인 음식점이 즐비한데 신용카드가 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대신 ATM이 곳곳에. 크로이츠베르크 강변에는 매주 화, 금요일 마다 다양한 식재료와 먹거리가 풍부한 터키 시장이 열리니 참고해도 좋겠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미술관
바우하우스 전경. 성인은 8유로 가량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현대 조형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 독일의 디자인 예술학교 바우하우스(1919-1933)와 관련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곳. 당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상상되지 않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학교의 교수였던 추상 미술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의 원고도 전시돼 있다. 자유분방함을 추구했던 바우하우스를 퇴폐 예술로 규정한 나치즘에 의해 설립 1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바우하우스의 이념은 나치스를 피해 이주한 설립자 그로피우스, 마지막 교장 미스 반 데어 로에 등을 통해 미국서 꽃을 피우게 됐다.
뫼더(MÖRDER) Torstr. 199, Mitte, 10115
로컬 커피 맛집. 친절한 주인장이 맛이 기가 막히게 ‘죽이는’ 토스트와 커피를 만든다. 가게 이름이 ‘살인자’.
카페에서 조금 걷다 보면 옛 유대인 여자 기숙학교(http://www.maedchenschule.org)가 나온다. 1942년 나치에 의해 폐교된 후 2009년에야 공식적으로 유대인 지역 사회에 환원됐다고 한다. 1층에는 당시 학교 생활과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진이 전시돼 있는 공간과 레스토랑, 유대식 정육점 등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케네디 박물관도 건물 안에 있다.
컴패니언 커피(COMPANION COFFEE) Oranienstr. 24, Kreuzberg, 10999
베를린 Top5 안에 든다는 커피가게. 대로변이 아닌 중정원이 있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처음 찾을 때 헤맬 수 있다. ‘부스토어(VooStore)’라는 편집숍과 함께 있다. 건물 입구에 세워진 번쩍이는 거울 입간판을 놓치지 말자. 10시 오픈. 조금 일찍 가더라도 미리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없고 바깥에서 기다려야 한다. 요즘 시쳇말로 ‘힙스터(Hipster)’들이 다 모인다는 곳.
+ 멀지 않은 곳에 ‘모듈러(Modulor)’라는 베를린 최대 규모의 디자인 관련 문구점이 있다. 모리츠플라츠(Moritzplatz) 역 바로 앞.
고춧가루(Kochu Karu) Eberswalder Str, 35. Prenzlauer Berg, 10437
‘한국식 스페인 식당’이라는 콘셉트를 내걸고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스페인식 한국 식당’이 더 걸맞는 표현이지 싶다. 비빔밥, 잡채 등 전형적인 한국 음식에 스페인 타파스 개념을 더했다. 치즈가 발라져 풍미가 한층 돋구어진 김치전도 먹을 만하다. 디저트 메뉴에 호떡이 있고, 음료에는 막걸리도 있다. 오이지, 배추김치 등 반찬이 기본으로 나온다.
+ 가게를 나와 ‘에버스발더슈트라세(Eberswalderstraße)’ 역을 등지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마우어파크(Mauerpark)’가 나온다. 매주 일요일 베를린 최대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 일요일까지 머무른다면, 또는 계획하고 있는 일정에 일요일이 껴 있다면 절대 놓쳐선 안된다. 보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 고춧가루와 마우어파크가 위치한 ‘프렌츠라우어베르크(Prenzlauer Berg)’는 과거 동독 지역이다. 통일 이후 한때 빈곤 지역이었으나 가난한 예술가들이 정착하면서 활기를 띄었고, 지금은 부촌으로 바뀌어 임대료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서도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동네인 셈.
쿠담 거리(Kurfürstendamm)
쿠어퓌르스텐담(Kurfürstendamm), 줄여서 쿠담이라고 부르는 이 곳은 호화로운 상점이 모여 있어 ‘베를린의 샹젤리제’로 통한다. 분단 당시 서베를린에서 가장 번화가였던 곳이라고. 빌레로이앤보흐, 헹켈 등 다양한 브랜드숍과 백화점이 한데 있어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다. 숍들을 따라 정신 없이 걷다 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손된 첨탑을 그대로 둔 것으로 유명한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Kaiser Wilhelm Gedaechtniskirche)’와 마주치게 된다.
‘진짜’ 알아두면 좋을 Tip 15가지 총정리!
1. 이 모든 장소는 당신이 구글맵만 켜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구글맵은 현재 당신이 있는 곳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모든 경로(U반, S반, 버스, 트램 등)를 친절히 안내한다.
2. 전압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40V다. 돼지코는 챙기지 않아도 된다.
3. 물은 당연히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 탄산수가 아닌 생수를 원할 경우 잘 살펴 봐야 한다. 스틸 워터(still water)라고 적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독일어로 ‘오네 콜렌조이레(ohne Kohlensäure)’를 외워두면 좋다.
4. 유럽답게 테라스 문화가 발달해 있다. 그런데 야외 테이블에서 빵이라도 하나 먹으려면 모여드는 꿀벌과 사투를 해야 한다. 오히려 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꿀벌 보호책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베를린에 벌이 왜이리 많은지는 알 수 없다.
5. 식사 주문 시 음료 주문이 기본이다. 음료를 먼저 주문하고, 음료가 오면 주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고로 물보다 맥주가 싼 경우가 대부분.
6. 그래서 어딜 가나 맥주를 마시는 사람 천지다. 물론 아침부터. 길에서 담배를 피거나 꽁초를 그냥 버리는 일 역시 다반사.
7.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티켓 구입 후, 탑승 시에는 반드시 펀칭 기계에 찍어야 한다. 개찰구에 따로 검표장치가 없지만 수시로 검문이 있으니 주의. 무임승차나 펀칭 하지 않은 티켓 소지 시에는 얄짤없이 벌금을 내야 한다.
8. 모든 길에 자전거 전용 도로의 구분이 확실하다. 이에 익숙치 않은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자꾸 자전거도로 위로 걷게 돼 경보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9. 모든 박물관에서 가방은 메거나 들고 돌아다닐 수 없다. 1~2유로 짜리 코인로커를 이용해야 한다.
10. 과거 동독 지역의 신호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암펠만(ampelmann : 신호등 남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귀여운 신호등에 눈길을 주고, 서독 지역의 그것과 비교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다.
11. 마찬가지로 도시 곳곳에서 베를린의 어원인 ‘곰’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양 팔을 번쩍 들고 있거나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버디 베어(www.buddy-bear.com)’는 각기 다른 장소마다 제각각의 문양을 띄고 있다. 기념품 숍에서 미니어쳐를 구입할 수 있다.
12. 시내 곳곳에서 깜찍하고 빈티지한 디자인에 ‘트라비’라고 크게 쓰여진 차를 볼 수 있다. 트라비는 동독의 국민차로 불린 ‘트라반트’의 애칭.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이 차를 빌려 시내를 달릴 수 있다.
13. 핑크색과 파란색의 수도관이 도심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다. 베를린의 지하수가 수면이 높은 탓에 건물 침수를 우려해 지상에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도시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그 자체로 예술 조형물 같이 느껴진다.
14. 독일에서 ‘한국서 먹던 아메리카노’를 찾으면 곤란하다. 아메리카노를 원하면 ‘카페(Kaffe)’를 주문하면 되는데 양도 적고 농도 또한 굉장히 짙다. 아이스 커피를 팔지 않는 곳이 많고, 팔더라도 역시 굉장히 진하고 쓰다. 속이 좋지 않거나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문 시 물이나 얼음 양을 조정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커피 외에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와 청량음료인 ‘클럽마테(Club Mate)’와 ‘프릿츠 콜라(Fritz-kola)’도 꼭 사먹어볼 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자꾸 마시고 싶어진다.
15. 베를린의 날씨는 알 수 없다. 햇빛이 내리쬐다가도 하늘이 구름으로 덮이고 비가 내렸다 금방 그치기도 한다. 햇빛 자체가 귀하기 때문에 날이 쨍한 날에는 여기저기서 비치 의자를 꺼내놓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당황할 필요 없다.
KUNST & LOVE 예술과 사랑, 당신의 베를린을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