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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자기 작가’ 김시현 “끊임없는 시도로 계속해 발전”

늦깎이에 찾은 정체성···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귀감

김시현 작가의 삶은 꾸준한 도전이었다(사진=김시현 작가).

(씨넷코리아=김태훈 기자) 경기북부 관광의 성지 파주 헤이리에 도착한 순간, 형형색색의 보자기가 필자 앞에 배달되고 있었다.

김시현 작가의 올해 첫 개인전이 ‘이름, 꽃이되다’의 주제로 경기도 파주시 ‘갤러리 아트리에 헤이리’에서 열리고 있다.

28년 경력의 김시현 작가는 지난 16년 동안 한국 고유문화의 상징인 ‘보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 불혹 앞두고 발견한 정체성, 15년 이상 이어오다

초등학교 시절 발견한 미술 재능은 그를 대학교, 그리고 화가의 길로 무난히 이끄는 듯 했다. 정물도 그렸고, 한국적인 고(古) 물건도 그려보며 순탄히 가는 듯 싶었다.

학교 졸업 후 작가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공모전에 많이 도전해보았으나 현실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실험적인 작업도 많이 해보며 좌충우돌하는 사이 그의 걱정은 깊어져갔다.

정말 중요한 고민은 바로 ‘자신만의 정체성’이었다. 이를 찾아 김 작가는 37살이라는 나이에 대학원을 늦깎이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도 정체성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김시현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가 걸어왔던 삶의 여정이 녹아있다(사진=김시현 작가).

그런데 지도 교수의 조언이 그에게 한 줄기 빛으로 등장했다. 발 아래부터 찾아보라는 메시지에 그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어린 시절 행복하게 살았던 조용한 시골에서 본 어머니의 살림살이가 떠올랐던 것이다. 오동나무 장롱을 열었을 때 보였던 형형색색의 자수가 머릿속 액자의 한 프레임이 됐다.

그후 어머니의 이불보를 뜯어 보고, 서로 다른 성질의 천과 천끼리 조합을 해보다가, 고(故) 이어령 교수의 ‘우리 문화 박물지’ 내 보자기에 대한 맛깔난 설명을 보고 보자기에 집중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를 시도하다

보자기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확립한 뒤로부터 김시현 작가의 길은 거침이 없었다.

이어령 교수의 책 표지에 등장한 김시현 작가의 보자기(사진=김시현 작가)

김 작가의 보자기 그림은 그가 존경하는 이어령 교수의 책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표지 그림에 실려있으며, 현재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현재까지 45회의 개인전과 500여 회의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6월 파리에서 개최된 해외특별전에 한국을 대표해 참가하며, 한국 전통문화인 보자기의 예술적 가치를 세계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복제’의 안일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도전한다.

“세상의 만물을 볼 때도 TV 영상을 볼 때도 제 작업과 어떻게 연결될지를 꾸준히 생각해요. 그런데서 힌트를 많이 얻죠.”

반가사유상과 코카콜라 보자기의 조합은 전통과 현재의 만남을 상징한다(사진=김시현 작가).

그래서 그는 가장 세계적인 코카콜라를 소재로 한 보자기를 만들고, 한국적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 코카콜라 보자기를 입히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

■ 철저한 자기 관리의 정석, 후배들에게 건넨 말은?

김 작가의 하루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루틴이다. 작가로서의 롱런을 위해 그는 절대로 밤새지 않는다고 한다.

“갑자기 좋은 영감이 떠올라 단기간에 몰아쳐 완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꾸준히 시도해보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작가로서의 삶을 담담히 말하는 그는 자신의 모습에 100%도 아닌 120% 만족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예술가는 정년이 없을뿐더라 나이가 들 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는 지론이다.

미대 강의 시절 김 작가는 ‘아직은 상당수가 배고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언급하며, 재학 중인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해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미술로서 당장에 돈벌이가 안 되는 경우가 많기에 졸업 직후 미술 계통에 근무하는 경우는 10~15%에 불과하지만, 그 과정을 담담히 인정하고 열정으로 그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마지막으로 조언한다.

“졸업하면 백수가 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하지만 배가 고파도 정말 미술이 좋다면 꼭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애착이 있으면 어떻게든 이루게 돼있는게 인생이거든요.”

김태훈 기자ifreeth@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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