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윤현종 기자) 아이언맨으로부터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신작이 오는 6일 극장가를 찾아온다. 그 주인공은 천둥과 망치로 대변되는 마블 슈퍼 히어로 ‘토르’다. 2011년 <토르: 천둥의 신> 개봉 당시 금새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그가 이젠 어벤져스 원년 멤버 중 처음으로 네 번째 솔로 무비 <토르: 러브 앤 썬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단 출연진부터 어벤져스급이다.
주인공인 ‘토르’역 크리스 헴스워스는 뚱보 토르에서 몸짱 토르로 돌아왔다. 그와 여정을 함께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도 등장한다. 토르의 새로운 고향인 뉴 아스가르드 왕위에 오른 ‘킹 발키리’ 역인 테사 톰슨도 함께한다. 이미 예고편으로 등장한 본편 빌런 ‘고르’ 역 크리스찬 베일도 영화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MCU는 아카데미 수상자인 러셀 크로우, 그리고 토르 1, 2편에 등장한 여친 나탈리 포트만도 소환했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이 배우들을 전두지휘하는 감독은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로 죽어가는 토르 시리즈를 살린 장본인이다. 이 정도면 여름 흥행은 문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 뭔가 수상하다.
■ 맛집도 여러본 오면 질린다던데…반복되는 구성과 개그, 그리고 마블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어벤져스 원년 멤버 토르의 네 번째 솔로 영화다. 어벤져스를 대표하는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도 못 다 이룬 꿈을 토르가 해냈다. 어벤져스 시리즈인 ‘인피니티 사가’ 이후 극 중 살아있는 캐릭터는 원년 멤버 중 토르, 헐크, 그리고 호크아이다. 이중 헐크와 호크아이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직 토르만이 시네마(영화)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신작에서도 메가폰을 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소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토르 시리즈를 레드 제플린 '이미그랜트 송(Immigrant Song)'과 코믹 요소 등을 적절히 섞어 레트로 감성 우주 어드벤처로 부활시켰다.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셰익스피어 희곡풍 말투처럼 어색하고 진지충이었던 토르를 유쾌한 동네 바보형으로 그려냈다. 와이티티 감독 특유의 코미디가 빛을 발휘하면서 토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속 뚱보 토르까지 이어져 대표 코믹 캐릭터 전환에 성공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신작인 <토르: 러브 앤 썬더> 감독은 당연히 와이티티가 맡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기존의 레트로 감성과 유머 코드를 답습한 건 신선함 보다는 패착에 가까웠다.
이번 작품은 와이티티 감독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 2편이라 봐도 무방하다.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가짜 토르 연극 씬도 이번에 똑같이 등장하며 스케일도 더 키웠다. 특유의 코믹 요소도 더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전작의 꼼꼼한 스토리와 비교하면 허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수천개 피스를 가진 직소 퍼즐에 조각 몇 개가 빠졌던들 나중에 전체 스토리를 곱씹어 보면 전체 그림이 보이는 것처럼 스토리 이해에 큰 문제가 없다.
잘 만들어진 액션, 마블 특유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전작 전체 분위기를 확 살려준 레드 제플린 ‘이미그랜트 송’을 채택한 록 밴드 OST도 똑같이 채용했다. 이번에는 건즈 앤 로지스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이다. 이 모든 게 전작에서 봤던 방식이다. <토르: 라그나로크>로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던 전작의 동어반복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 그래도 확실히 ‘재미’는 있다…업그레이드된 코미디와 패러디 요소 주목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잘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다. 기대하던 안 하던, 재미는 확실히 챙긴 영화다. 시원한 액션과 화려한 컬러와 흑백의 조화는 CG로 점칠된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작중 메인 빌런인 ‘고르’ 역 크리스찬 베일은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이다. 극중 유일하게 진지한 그는 등장할 때마다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 끌어올렸다.
와이티티 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연출도 압권이다. DC코믹스 ‘배트맨’ 영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다크나이트> 주인공 크리스찬 베일을 그대로 본 영화에 어둠의 기사로 자연스럽게 녹아낸 부분도 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드는 부분이다. 제우스 역으로 등장하는 러셀 크로우도 그의 대표작 <글래디에이터>를 교묘하게 패러디한 부분도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다.
이밖에 전작 하이라이트 씬 중 하나인 ‘연극’ 씬도 깜짝 등장했던 멧 데이먼에 이어 미국 유명 코미디 배우 멜리사 맥카시, <쥬라기 공원>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뉴질랜드 대표 배우 샘 닐, 그리고 크리스 헴스워스 형인 루크 헴스워스까지 등장해 업그레이드된 연극 씬을 연출했다. 그리고 토르 1, 2편에 등장한 여주인공 나탈리 포트만까지 ‘마이티 토르’로 등장, 대표 무기이자 토르의 상징이었던 망치 묠니르도 같이 등장한다.
■ 히어로 영화를 새롭게 정의한 MCU도 옛 말···이제는 MCU표 클리셰를 벗어날 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와 MCU가 처한 상황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인피니티 사가가 진행된 지난 11년 동안 마블 영화와 전체 이야기 흐름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였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라는 드라마로 영화 사이사이에 비어 있던 조각들을 끼워 맞추는 재미 요소는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 이야기를 확인하는 데는 역시 MCU에서 탄생하는 영화였다. 그 부분이 우리를 극장에서 마블 영화를 보는 이유였다.
거대한 MCU 서사는 현재 디즈니가 운영하는 OTT ‘디즈니플러스’와 극장에서 이어가고 있다. 콘텐츠 사업 확장이라는 의미에서 디즈니플러스와 마블 슈퍼 히어로 연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따로 ‘공부’가 필요할 정도다. 전작인 닥터 스트레인지 1편과 어벤져스 시리즈,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700만 이상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도 챙겨봐야 했다. 그리고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도 있다. 이 세 작품만 챙겨봐도 최소 10시간은 필요하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화 요약 채널을 보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다행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마블 영화가 가야 할 길을 잃은 듯하다. 방향타 잃은 마블호가 멀티버스를 만나면서 중심을 잃은 느낌이다. 인간 히어로를 대변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없어진 지금 어쩌면 신들과 그들 위에 있는 또다른 신들과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 게 아니라 다른 우주로 가버렸다.
히어로 영화를 새롭게 정의한 MCU 영화들은 이제 그들 자체로 클리셰가 되버렸다. 우리가 겪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부터 하나의 결함은 꼭 가지고 있었던 기존 히어로들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그리고 공공의 적인 악당 타노스를 혼내줬던 이야기였다면 이제 새롭게 등장한 히어로들을 묶어줄 공공의 적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토르: 러브 앤 썬더>로 그런 거대 빌런 실마리를 찾을 줄 알았지만 아직까진 기대 이하다. 마블 영화를 대표하던 '쿠키영상'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이번 편도 마찬가지.
같은 기간 상영 중인 <탑건: 매버릭>과 비교도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0여년 이상 CG 액션으로 점칠된 영화와 실제 전투기를 타고 하늘에서 액션을 선보인 59세 톰 크루즈의 리얼 액션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올 여름 극장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참고: 쿠키영상은 2개다. 국내 개봉은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