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세인 현재 등장한 내연기관차···서킷 마니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면서 1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 해온 내연기관 자동차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추후 내연기관 자동차 개발 중단 계획을 알리고 있는 현 시점에 토요타가 경적을 울리듯 내연기관 정통 스포츠카 'GR86'을 출시했다.
지난 16일 토요타코리아가 국내 출시한 GR86은 2.4리터 수평대향 엔진에 6단 수동 변속기, 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해 오직 운전의 즐거움을 최우선하는 정통 스포츠카다.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팀 ‘가주레이싱’ 기술력과 노하우를 담아 스포츠카 감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가격은 4천만 원 초반으로 출시해 가성비까지 잡았다.
2022년 현재 내연기관차의 매력을 가진 스포츠카는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국내만 하더라도 현대자동차 '아반떼N', 포드 '머스탱' 정도만 떠오를 정도다. 토요타가 10년 만에 내놓은 GR86은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서 열린 '토요타 GR86 & RAV4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봤다.
지난 17일부터 이틀 간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시승회는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진행됐다. 토요타 내연기관 신차인 GR86을 직접 운전하면서 주행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 토요타 핵심 SUV RAV4 하이브리드도 공도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 시승회는 A,B,C 3가지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A코스는 전문 레이서 출신 인스트럭터들의 시범주행 및 GR86을 직접 서킷서 운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GR86 실물을 마주하니 화면 속 느낌보다 더 스포티하고 날렵한 이미지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전면부 G 메쉬그릴에 가주레이싱 GR 엠블럼이었다. 가주레이싱의 모터스포츠 철학이 어떤 것인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간 진행된 미디어 시승회에 필자는 18일 오전 세션에 배정받아 GR86을 처음 마주했다. 이번 시승회는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총 2일 간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됐다. 시승회에서는 GR86의 주행 성능을 트랙에서 직접 운전, 체험할 수 있었으며 토요타의 핵심 SUV RAV4 하이브리드도 공도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다면 인제스피디움에서 만나본 토요타 GR86은 어떤 차였을까. 특히 동급 스포츠카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장점을 어필할지 관찰해봤다.
■ 토요타 GR86 첫인상 "오로지 달릴 생각만 하고 있구나"
GR86의 매서우면서도 날쎈 이미지를 주는 Bi-LED 헤드램프에 에어 덕트가 자리한 범퍼 디자인은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였다. 측면부 벨트라인은 펜더 상단까지 수평으로 이어지며 정통 FR(후륜구동) 스포츠 쿠페의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다.
후면부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3차원 입체 형태로 디자인됐으며 휠 아치가 타이어를 풍성하게 감싸 안는 형태로 넓고 낮은 '잘 달리는 차'의 자세를 완성시켰다.
조수석에 처음 앉아본 GR86 첫 느낌은 '정말 재밌는 운전만 생각하고 설계한 차구나'였다.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넓은 시야에 수평선 위주로 디자인된 인테리어는 조작의 편의성과 운전자와 차의 일체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특히 낮은 시트포지션은 이전 모델 '토요타86' 대비 5mm가 더 낮아지고 시트프레임은 경량화돼 무게 중심과 스포츠성이 더욱 향상됐다.
직경 365mm 3스포크 전동식 스티어링 휠은 모터와 컨트롤 유닛의 일체화를 이뤄 부품의 경량화와 빠른 응답성을 가졌다. 급격한 코너링에 대비한 콤팩트한 사이즈로 주행의 재미를 더했고 하단에 위치한 GR 엠블럼은 마치 모터스포츠의 혼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GR86 계기판은 7인치 TFT LCD가 적용됐다. 덕분에 시인성이 개선되고 트랙 모드 변경 시 서킷 주행에 필요한 정보 위주로 재편성돼 보다 직관적인 파악을 돕는다.
■ 이니셜D 주인공차 'AE86' 후속이라는 상징성과 차의 성격
GR86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이니셜D> 주인공이 두부 배달로 쓰는 차 'AE86' 명맥을 잇는 후속 기종이다. 코드명 AE86에서 A는 토요타 A엔진, E86은 토요타 코롤라 5세대(E80)의 6번째 파생형이라는 의미다. GR86 코드명의 'GR'은 토요타를 대표하는 모터스포츠팀 가주레이싱(GAZOO Racing) 약자로 'WRC' '르망 24시간'과 같은 전 세계 유명 레이싱 대회를 출전하며 얻은 노하우와 기술력들이 모두 담겼다.
서킷 주행 체험에서 느껴본 GR86 주행감은 <이니셜D> 작품 속 AE86처럼 짜릿함과 흥분 그 자체였다. 기존 토요타86 대비 389cc 증가한 배기량은 엄청난 가속력과 응답성을 보여줬다. 최고 출력은 231ps, 최대토크는 25.5kg.m / 3,700RPM으로 기존 대비 3.9kg.m 증가했다. 또 이번 모델에서 수평대향 엔진을 채택해 더 낮아진 무게 중심을 갖춰 스포츠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었다.
GR86 6단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 용량과 기어 강도를 증대시키고 저점도 오일을 채용해 부드러운 변속감까지 실현했다. 급격한 코너링 이후 급가속하는 GR86 주행감은 현시대 전기차들이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내연기관의 감성과 운전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다.
전문 드라이버 시범 하에 진행된 슬라럼 및 드리프트, 짐카나 주행은 GR86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여러 개의 라바콘을 일렬로 세우고 이뤄진 슬라럼 주행에서는 GR86이 가진 운동성능과 스포츠성, 낮은 무게중심의 장점이 어떤 것인지 완벽하게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특히 카레이서 구준학 선수의 진행으로 체험한 드리프트는 경쟁차종 아반떼N 같은 전륜구동 차량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진짜 드리프트'의 정통성이 드러났다.
■ 이 정도 성능과 상품성에 4천만 원 초반대 가격? '가성비의 끝'
토요타 GR86은 뛰어난 품질 대비 4천만 원대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작한다. '퓨어 스포츠카'를 지향하며 섀시 설계에 많은 연구와 비틀림 강성도 향상시키면서 공차중량은 1270kg에 그쳤다. 차량 곳곳에 알루미늄을 적용한 덕분이다. 이는 경쟁차종 아반떼N보다 175kg 가벼운 수치다. 특히 무게중심을 낮추는 엔진구조와 고회전 영역에서 보이는 자연흡기 엔진은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다.
또한 트랙 모드, 토르센 LSD 시스템, ABS 등 퍼포먼스와 직결된 옵션 사양들은 고급 트림은 프리미엄 그레이드를 선택하지 않아도 모두 기본 적용됐다. 여기에 LED 헤드램프, 후방 카메라,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적용 등 다양한 사양을 갖췄다. 별도의 튜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한 성능과 다양한 옵션을 갖춘 것이 GR86이 가진 가성비의 큰 이유다.
국산차인 현대 아반떼N을 제외하고 이 정도 수준의 운동 성능을 가진 수입산 스포츠카는 많지 않다. 가격대는 그나마 저렴한 포드 머스탱도 약 4천800만 원대다. 그 외 독일 벤츠, BMW 등 스포츠카는 심지어 수억 원대 가격을 자랑한다. 토요타 가주레이싱 기술력이 담긴 2.4리터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4천만 원 초반에 만날 수 있는 장점은 자동차 마니아, 특히 서킷을 달리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이점이다.
시승회에서 만난 토요타 GR86은 감성 없는 전기차가 보여줄 수 없는 진짜 운전의 묘미와 즐거움을 보여주는 말 그대로 '펀카'였다. GR86이 가진 뚜렷한 개성과 다양한 장점들, 뛰어난 가성비로 내연기관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할 차종임이 틀림없다.
토요타 GR86 판매가는 스탠다드 그레이드가 4천30만 원, 프리미엄 그레이드 4천6백3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