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T Korea뉴스인터넷

'허슬(hustle) 문화'와 대립하는 밀레니얼 세대

직업에서 의미 찾는 것... 성과 없는 추구일까? 

(사진 제공=뉴시스)

(씨넷코리아=이민아 기자) 열심히 일하자고 외치는 '허슬(hustle)문화'가 밀레니얼 세대는 불편하다. 틱톡에서 해시태그 #corporatemillennial(#기업밀레니얼)은 6천4백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직업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순간에 놓여있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BR) 조사 결과 가장 높은 퇴사율을 기록한 나이대는 30~45세 중간 직급이었다. 지난 여름, 퍼스널 캐피털을 대표해 실시한 해리스 폴 (Harris Poll) 여론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 중 78%가 이직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멧라이프(MetLife)가 관리자 직급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번아웃 증후군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의 42%는 밀레니얼 세대로 Z세대 34%, X세대 27%, 베이비부머 세대 21%보다 앞선 수치였다.

물론, 퇴사를 결심하는 데는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든지, 결혼 후 커리어보다 가정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라든지 저마다 다양한 사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현상이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되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인구는 굳이 회사로 출퇴근하지 않더라도 재택 근무 역시 충분히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그에 맞춰 기술 또한 빠르게 발전했다.

■ 허슬 문화

허슬 문화는 비록 일을 찬양하는 삶을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지만 ‘번아웃이 어떻게 우리의 창의성을 죽이는가’에 대해 테드에서 강연한 디지털 인류학자 라하프 하포쉬(Rahaf Harfoush)는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고 말한다. 

허슬 문화의 기저에는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 환상이 깔려있다. 하포쉬에 따르면 ‘생산성’이란 본래는 군과 같은 조직에서 표준화된 업무를 다루는 많은 인원을 다루는 방법이었지만 이제 그 생산성은 집단이 아닌 개인의 도구가 되었다. “인간은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계속해서 전화하고 쓰고 조사하고 사람들을 관리하고 소통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며 “그것은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근로자들의 불만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대학 졸업장을 가진 젊은 기술직 근로자들 사이에서 '996 시스템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주6일 일하는 관행)'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슬 문화는 새로운 정점을 맞았다. 인스타그램에는 #riseandgrind (일어나서 일해라) 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400만 개가 넘고 업무 협업툴인 슬랙(Slack)에는 사용자가 접속된 상태를 알리는 초록 램프가 꺼질 새가 없다. 

맨파워(Manpower) 그룹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중 73%는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의 저자, 앤 핼렌 피터슨은 “번아웃은 자신이 받친 온 헌신이 지지받지 못할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재정적으로든 다른 면에서든 자신이 사랑하는 일로 그것을 성취하고자 했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 행복한 월요일

젊은 세대들은 직장에서 자주 별종 취급을 받았다. 정장과 중절모가 한창 유행이던 시기에 취업 시장에 뛰어든 베이비 부머 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첫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가 취업 시장에 뛰어든 대공황의 시기는 ‘평생 직장’이란 용어가 아마도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제까지 밀레니얼 세대에 태어난 부하 직원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기사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따박 따박 나오는 월급을 위안 삼아 출퇴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직업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하포쉬는 밀레니얼 세대가 받은 교육방식을 그 이유로 꼽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학교에서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키워 세상에 드러낼 때 환호했고 그렇게 교육 받았다. 

미국 클라크 대학 선임 연구원이자 발달 심리학자 제프리 젠슨 아넷(Jeffrey Jensen Arnett)은 이러한 성향이 젊음과 관련이 있다기 보다는 세대적 특성으로 보고 있다. 아넷은 50~6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젊은이들이 직업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추적하며 미국 사회가 더욱 개인주의화될 수록 제조업은 지식경제에 자리를 내어주고 가계는 맞벌이 형태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일을 단순한 생존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넷은 “일자리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창출되는 게 아니니 현실과 이상은 항상 충돌한다. 그들의 이상에 부응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여 가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마케팅 부교수 셀린 말콕(Selin Malkoc)은 일정을 짜는 재미가 실제로 재미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만약 한낮에 동료와 대화를 위해 일정표에서 20분을 미리 빼놓는다면 자연스럽게 접근했을 때 보다 즐거움이 덜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가에 대한 연구에서 미국인의 약 35%가 여가를 낭비라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으며 "그것을 ‘낭비’라고 낙인 찍어 버린 이상,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위안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말콕은 “생산적인 일에 비해 여가 시간으로 얻는 이점은 훨씬 추상적”이라며 "사람이 일을 하면서 얻는 보상은 손에 쥘 수 있는 반면, 생산적이지 않은 활동에 대한 보상은 낭비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평범한 30대 남성, 로드틸(Rod Thill)은 여러 스타트업을 전전했다.“나는 밀레니얼 세대로서 독특한 사무실 인테리어, 회사 내에 당구대, 직원 전용 카페나 바처럼 스타트업 문화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었다. 이런 모든 종류의 장소에서 일하고 나니 이제는 퇴직 연금을 제공해주는 회사에서 그냥 9시부터 5시까지 일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바람대로 다소 따분하더라도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할 수 있는 판매직으로 취업했다. 퇴근 후에는 모든 것을 잊고 집에서 인생을 즐기고 싶었던 그에게 딱 맞는 직장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재택 근무를 하던 중 직장과 삶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장을 관두고 SNS 컨설턴트로 전향한 그는 이제 틱톡에서만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됐다. 90년대에 대한 향수와 직장에서의 밀레니얼 세대를 주제로 다루는 팟캐스트 또한 운영한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 커리어보다 정신 건강을 더 중시한다”며 밀레니얼 세대들의 직장을 떠나는 통계가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앤 피터슨은 그녀의 저서 <요즘 애들>에서 “좋은 직업이란 당신을 착취하지 않고 당신이 싫어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사 원문 보기

이민아 기자owl@cnet.co.kr

항상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기 쉽게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