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들과 직접 만난다. 오는 27일 문을 여는 애플 가로수길을 통해서다.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로 세워진 애플 가로수길은 그동안 프리스비, 윌리스 등 프리미엄 리셀러가 대신해 온 제품 체험과 판매, TUVA 등 공인 수리 업체가 대신해 왔던 제품 수리와 함께 교육 서비스도 함께 진행된다.
애플은 2009년 아이폰3Gs 국내 정식 이후 줄곧 프리미엄 리셀러와 이동통신사, 공인 수리 업체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수리 업체마다 판단 기준이 다른데다 그 기준마저 투명하지 않아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초기 불량 발생시 교환 가능 여부를 놓고 공인 수리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이 잦다.
그러나 애플이 제품 소개부터 판매, 사후 서비스까지 직접 처리하게 되면서 외국 애플 매장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애플이 진행할 일부 서비스는 프리미엄 리셀러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에도 썩 달갑지만은 않다.
지니어스 통한 제품 상담·수리
국내 애플 제품 이용자들은 지니어스 바, 혹은 지니어스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에 고용된 전문가인 ‘지니어스’가 소비자와 1:1로 맥이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 각종 제품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량권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애플 가로수길에는 해외 애플 매장을 통해 잘 알려진 ‘지니어스 바’가 없다. 그러나 지니어스는 존재한다. 애플 웹사이트나 지원 앱을 통해 예약하거나, 혹은 당일 현장에 애플 기기를 가지고 가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문제에 대해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경우 기기 교체도 가능하다. 개장 초기에는 아이폰6s 이후 출시된 아이폰 배터리 교체 수요로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아이패드 판매부터 개통까지 원스톱 처리
애플 가로수길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은 기존 프리미엄 리셀러와 마찬가지로 약정 없이 쓸 수 있는 언락폰이다. 그러나 기존 프리미엄 리셀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국내 이동통신사 업무, 보다 구체적으로 회선 개통이 가능하다. 이제는 아이폰 구매부터 개통까지 모두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애플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행하는 일종의 보상판매인 트레이드 인도 그대로 시행된다. 아이폰·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등을 팔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물론 이 서비스는 이동통신사나 일부 리셀러샵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시행한 행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애플 가로수길이 국내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되는 셈이다. 다만 애플 가로수길은 개통 업무 이외에 명의 변경이나 번호 변경 등 부가적인 서비스는 진행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일부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은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포함 15개 언어로 구매·상담 가능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매년 1천만 명을 넘는다. 특히 가로수길은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2015년 서울시 자료를 보면 이 중 10%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이 가로수길을 찾는다.
애플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가로수길에 투입하는 직원들의 외국어 구사에도 신경을 썼다. 국내 소비자 뿐만 아니라 부가세 면제 혜택을 받아 애플 제품을 구입하려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노린 것이다. 25일 애플 데니 투자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는 “애플 가로수길 직원들은 한국어를 포함해 총 15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해외 애플 매장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일본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등 일부 지역의 프리미엄 리셀러도 외국어 응대를 해 왔지만 주요 외국어 이외의 언어는 통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관광객 수요를 통해 매출을 내던 강남 등 인근 매장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애플이 직접 진행하는 교육
그동안 애플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앱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프리미엄 리셀러나 이동통신사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자체 교육 과정을 거쳐 관련 지식을 쌓고 소비자와 마주하지만 실제로 이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권유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 가로수길이 27일부터 직접 운영하는 교육 관련 서비스는 가로수길 1층의 6K 대형 스크린 앞에 있는 포럼에서 이뤄진다. 사전 예약을 통해 ‘투데이 앳 애플’ 프로그램에 참여해 애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예약 없이도 참여할 수 있지만 개장 후 일주일간 시행되는 여러 프로그램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다.
어린이나 비전문가를 위한 코딩 세션도 진행된다. 애플이 개발한 앱인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와 아이패드를 이용해 간단한 명령어를 조합하고 이를 로봇에 전송해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또 학급 학교 교사를 위한 화요 학교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파이널컷 등 전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영상을 제작한다면 애플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작업하는 포트폴리오나 작업 프로젝트를 가져와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애플 데니 투자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는 이를 ‘대학 교수 개별 면담’에 비유했다.
B2B 수요까지 겨냥한 보드룸
애플 가로수길 지하에는 ‘보드룸’이라는 공간이 있다. 이 곳은 주로 개인보다는 기업 등 B2B 수요를 노린 곳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애플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비즈니스 용도에 맞는 제품을 전문가에게 종합적으로 추천받을 수 있다.
다만 이 보드룸이 기업의 대량 구매 상담만 받는 것은 아니다. 소호(SOHO) 등 개인 사업자나 전문가들의 상담도 가능하다.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도 이 보드룸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