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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경험 위해 구형 아이폰 성능 낮췄다?"

애플 “아이폰7 이후 다른 기기에도 성능 조절 기능 넣을것”

구형 아이폰 성능 저하에 대해 애플이 답을 내놓았다.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지난 주부터 레딧에서 제기되어 여러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낳은 구형 아이폰 성능 저하에 대해 애플이 답을 내놓았다.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애플은 ‘기기가 꺼지는 것을 막고’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성능을 낮춘 적이 있다고 에둘러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배터리를 바꾸니 아이폰이 빨라졌다”

이야기의 발단은 지난 10일경 미국 레딧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다. 이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는 “최근 며칠 사이 아이폰6s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능측정 프로그램인 긱벤치를 실행했더니 싱글코어는 1466점, 멀티코어는 2512점이 나왔다. 그러나 배터리를 교체하자 싱글코어 2526점, 멀티코어 4456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애플은 최대 용량이 떨어진 배터리를 장착한 아이폰을 느리게 만들고 있고 배터리를 교체하면 성능이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인터넷 유머인 “모니터를 닦았더니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더라”처럼 실없는 농담이나 억지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실제로 벤치마크를 실행한 구형 아이폰 이용자들은 너도 나도 “정말 아이폰이 느려졌다”며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다.

성능 저하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논란을 낳은 주인공인 긱벤치는 스마트폰만 아니라 PC나 태블릿 등 여러 기기의 프로세서 성능을 평가하는데 널리 쓰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앱이 테스트를 마치고 나면 그 결과 중 일부를 긱벤치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통계 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세서나 기기 모델명이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긱벤치가 직접 집계한 결과는 어떨까. 긱벤치 제작사인 프라임랩스 존 풀 대표가 캐나다 현지 시간으로 18일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그래프를 보면 성능 저하는 루머나 억지 주장이 아닌 사실임이 확인된다.

아이폰6s 성능 비교 그래프(자료:프라임랩스)
아이폰7 성능 비교 그래프(자료:프라임랩스)

아이폰6s에 iOS 10.2가 설치 되었을때는 대부분 총점이 2천500점을 넘었지만, 10.2.1 업데이트 이후에는 총점이 1천점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1년이 지나 iOS가 11.2로 업데이트되자 이런 경향은 더 커졌다.

이런 현상은 아이폰7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출시 당시 iOS 10.2가 탑재된 상태에서는 총점이 3천500점을 넘겼지만 1년이 지나 iOS가 11.2로 업데이트 되자 총점이 2천점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나타난다.

성능 저하 현상은 아이폰7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 “기기 꺼짐 현상을 막기 위한 것”

과연 애플은 새 아이폰을 팔기 위해 구형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렸을까. 애플코리아의 설명을 생략 없이 원문 그대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아래 설명은 애플이 테크크런치 등 해외 매체에 제공한 것과 완전히 일치한다.

“저희의 목표는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고객이 소유한 기기의 전반적인 성능 및 수명 관리도 포함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추운 환경에서는 수요 전류를 공급하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고, 배터리 충전량이 낮아지며 노후화가 진행될 경우 전자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급작스럽게 전원이 꺼지기도 합니다.

작년에 이러한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전원이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순간적인 최대 전류를 완화하는 기능을 iPhone 6, iPhone 6s 및 iPhone SE에 적용했습니다. 현재 해당 기능은 iOS 11.2가 적용된 iPhone 7으로 확대 됐으며, 향후 다른 제품에도 지원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아이폰8에도 ‘최대 전류 완화 기능’이 적용될 수 있다.

소비자가 화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소비자는 배터리 상태에 관계 없이 내가 쓰는 제품이 항상 출시되었을 때 그 성능을 최대한 그대로 발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iOS를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어할 방법은 없다. 결국 애플이 공급하는 소프트웨어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고’ 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애플은 배터리 상태에 따라 성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명확하게 알린 적이 없다.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에서 슬그머니 성능이 ‘완화’ 되어 느려지고 불편함을 겪는 것을 기뻐할 소비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애플은 배터리 상태에 따라 성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명확하게 알린 적이 없다.

이번 일에 깔린 애플의 의도가 정말 ‘최고의 경험’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다른 불순한 것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가 불신과 의혹을 품기에 차고도 넘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미 이를 제 2의 ‘배터리 게이트’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집단소송과 징벌적 배상, 변호사 천국, 소송 천국으로 악명높은 미국에서 시작된 일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일은 결코 인터넷 상 분노한 댓글로만 스쳐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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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만 손해를 안 볼 정보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합니다. 숫자만 잔뜩 등장하는 알맹이 없는 이야기는 빼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정보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