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해외여행 극성수기인 휴가철, 인천공항 풍경이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동통신사 부스에 로밍때문에 길게 줄을 서는 사람들이 흔히 보였는데 요즘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대신 출국하는 나라에서 쓸 수 있는 LTE 와이파이 라우터를 빌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방관할 수 없었던 KT가 지난 7월 출시한 것이 ‘글로벌원 에그’다.
이 제품은 해외에서 화웨이 모바일 와이파이 프로2(E5885)로 팔리고 국내에서 쓰이는 LTE-FDD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 홍콩 등 일부 국가에서 이용하는 LTE-TDD까지 지원한다. 로밍 서비스에 가입하면 복잡한 설정 없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로밍 서비스를 쓰려고 했는데⋯
글로벌원 에그는 해외에서도 잘 작동할까.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글로벌원 에그를 들고 지난 7월 중순 해외로 떠났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성능을 확인한답시고 여러가지 실험을 하다가 그만 LTE 에그 서비스에 가입한 유심 칩을 빠뜨리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5분 정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바로 ‘현지 선불 유심칩’이었다. 이 제품이 대부분의 LTE 주파수를 지원한다는 데 생각이 미친 탓이다. 망설임 없이 공항에 있는 통신사 창구에서 LTE 선불유심을 구입하고 본체 뒤를 열어 끼웠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본체 화면에는 ‘No Service’만 표시된다. 영문을 몰라 다시 5분간 당황하다 현지 통신사가 쓰는 APN을 입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로벌원 에그 내부 IP 주소로 접속한 다음 설정을 마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접속되었다.
설정을 보다 간편하게 마치고 싶다면 화웨이가 만든 전용 iOS·안드로이드 앱인 화웨이링크를 써도 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이리 저리 돌리면서 확대·축소하는 번거로움 없이 앱 안에서 모든 설정을 마칠 수 있다. 배터리 잔량이나 데이터 이용량도 함께 보여준다.
스마트폰과 큰 차이 없는 쾌적한 속도
접속이 정상적으로 끝난 상태에서 속도 측정 앱을 이용해 확인에 들어갔다. 먼저 유심칩을 글로벌원 에그에 꽂은 상태에서 속도를 확인한 결과 다운로드는 31.97Mbps, 업로드는 16.58Mbps가 나왔다.
같은 유심칩을 다시 스마트폰에 꽂은 다음 위치와 시간을 달리해 속도를 측정한 결과는 다운로드 33.22Mbps, 업로드 21.91Mbps다. 속도 차이가 거의 없는데다 이동통신사 무제한 로밍보다 훨씬 빠르고 쾌적하다.
배터리는 어느 정도 버틸까. 오전 7시 40분에 전원을 넣고 12시간이 넘게 지난 오후 8시 30분에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니 61% 이상이 남아 있다. 충전을 깜빡 잊어도 4-6시간 정도는 문제 없이 버틸 만만한 수준이다. 단 스마트폰 충전 기능까지 쓴다면 배터리 이용 시간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다른 이동통신사 유심도 작동
2011년 5월 이후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과 단말기는 외국 유심칩을 차단하는 컨트리락이 해제된 채로 생산·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야 한다. 귀국 후 글로벌원 에그에 원래 출시된 이동통신사(KT)가 아닌 다른 이동통신사 유심도 꽂아봤다.
SK텔레콤 LTE 유심과 LG유플러스 LTE 유심 모두 정상 작동했다. 다만 LG유플러스 LTE 유심을 꽂았을 때는 속도가 10Mbps 미만에서 20Mbps 초반까지 널뛰기했다. 펌웨어 최적화나 설정, 혹은 측정 당시 망 상황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해외 여행 잦은 이들에게 유용한 기능 다수 탑재
글로벌원 에그는 숨겨진 기능도 많이 가지고 있다. 먼저 내장된 6,400mAh 대용량 배터리를 스마트폰 충전에 쓸 수 있다. 본체에 매달려 있는 손목끈처럼 보이는 액세서리는 사실 5핀 마이크로USB 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을 이용해 본체나 다른 스마트폰을 충전해도 된다.
이외에 인터넷 선을 꽂으면 마치 와이파이 중계기처럼 작동하는 기능도 있다. 이때 LTE 데이터는 완전히 차단된다. 방 안에 인터넷 선은 들어와 있지만 와이파이는 쓸 수 없는 호텔에 묵는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단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미리 어댑터를 꽂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