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돈과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눈 앞에 펼쳐지는 큰 화면과 주위를 둘러싼 스피커에서 들리는 음향을 듣기 위해서다. 1만원에 가까운 영화 관람료의 절반 이상은 사실 영화관 시설 이용료로 나간다.
그러나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알고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먼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볼 수 있고 영화 시작 전 의무상영되는 광고도 성가시다. 부스럭거리거나 중얼대며 신경을 거스르는 다른 관객도 숨은 위험 요소 중 하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이 수직계열화된 국내 시장 탓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영화’가 자주 생긴다는 것이다. 제작이나 수입에 큰 돈을 들인 영화는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로,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는 심야나 이른 아침에 배치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정상 개봉되었다면 700만 명 넘게 봤을 것”
29일부터 국내 개봉에 들어간 봉준호 감독 신작 ‘옥자’조차도 마찬가지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개봉을 거부했다(‘망작’ 순위 1, 2위를 다투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나 ‘리얼’의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이 회사의 계열사로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꼽히는 ‘왓챠플레이’가 있다)는 자체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옥자가 정상적으로 개봉되었다면 700만 명이 넘게 봤을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옥자’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봉관을 찾아가거나, 이 영화 제작에 관여한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작은 화면을 두 시간 가까이 쳐다 봐야 한다는 건 썩 흐뭇하지 않은 일이다.
영화관 음향기술을 안방으로⋯
대형 4K TV나 쓸만한 스피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 화면 명암비를 보정해 주는 HDR 기능에 더해 입체음향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넷플릭스 콘텐츠 중 ‘옥자’에 처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소리를 3차원 안에 정확히 배치해 실제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라라랜드’, ‘핵소고지’, ‘딥워터 호라이즌’ 등을 대형 영화관에서 봤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돌비 애트모스를 체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29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돌비 래버러토리스 톰 라티 상무는 “돌비 애트모스 기술은 이미 75개 국가, 2천700여 개 스크린에 설치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 어디나 돌비 기술을 통해 극장의 경험을 거실에서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담당 롭 크루소 디렉터는 “넷플릭스가 옥자를 시작으로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영화를 차례차례 제공할 것이다. LG OLED TV(2017년형)와 X박스원 등이 이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의외로 운신의 폭이 좁은 돌비 애트모스
물론 ‘옥자’를 포함해 오는 7월부터 제공될 ‘블레임!’, ‘데스노트’ 등 작품을 돌비 애트모스로 즐기려면 이를 지원하는 기기가 필요하다. 현재 LG OLED TV(2017년형)와 X박스원을 포함해 총 60개 가량이 돌비 애트모스를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기기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기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4의 점유율이 X박스원보다 더 높다. 플레이스테이션4는 일부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지만 넷플릭스 앱을 통한 재생은 지원하지 않는다.
또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중 상당수는 레노버·화웨이 등 제조사가 만든다. 해외 배송대행이나 직구로 일부러 구하지 않는 이상 접할 방법이 없는 기기다. LG G6는 돌비 비전을 지원하지만 돌비 애트모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롭 크루소 디렉터는 “X박스원을 돌비 애트모스 지원 AV 리시버와 연결하면 제대로 된 음향효과를 들을 수 있다. 또 돌비 애트모스를 기기에 적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기 제조사에 달린 문제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