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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퀄컴 소송, 새로운 변수는 "재생 잉크?"

미 대법원 “제품을 판매했다면 특허권도 그 시점에서 끝”

애플은 아이폰7에 인텔 LTE 모뎀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과 퀄컴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것은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달리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직접 만드는 애플은 아이폰7부터 CDMA가 꼭 필요하지 않은 미국이나 일본 이외 지역에 판매하는 모델에는 인텔 LTE 모뎀을 쓰고 있다.

게다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 독과점을 조사하는 과정에 애플이 협력하고, 이를 근거로 지난 2016년 12월 퀄컴에 1조300억원이나 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두 회사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애플은 지난 1월 퀄컴이 무선 칩 공급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면서 샌디에이고 지역법원에 제소했다. 이와 함께 10억 달러에 이르는 특허 라이선스료 지불을 유예했다. 여기에 퀄컴도 애플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애플 “퀄컴은 이중으로 수수료를 가져간다”

‘진흙탕 싸움’으로 보이는 이번 법정 싸움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낸 소장을 보완해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이 미국시간으로 20일 로이터통신 보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보정한 소장에서 퀄컴이 AP나 모뎀 칩을 사 가는 제조사가 계약 전에 반드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하는 관행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모뎀 칩은 물론 모뎀 칩을 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매출 중 일부분을 로열티로 주어야 한다.

퀄컴은 라이선스 계약 없이 AP나 모뎀 칩을 판매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폭스콘 등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퀄컴에 로열티를 먼저 주고, 그 다음 애플이 이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애플은 이 계약때문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들여야 했다.

애플의 주장을 상당히 단순화하자면 다음과 같다.

PC용 CPU가 필요해서 CPU 천 대를 사려고 했더니, 그 CPU를 써서 만든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가 한 대 팔릴 때마다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라고 하더라.

(물론 인텔이나 AMD는 절대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케팅 보조금을 주기도 한다)

애플, 프린터 업체 패소에 자신감 얻었나

애플이 이런 주장을 새롭게 들고 나온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얼마 전인 2017년 5월 미국 대법원에서 나온 한 판결 때문이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있는 리필 잉크 업체인 임프레션 프로덕츠가 프린터 제조사인 렉스마크에 건 소송에서 미국 대법원이 임프레션 프로덕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렉스마크는 그동안 특허를 무기 삼아 다른 업체가 재생 카트리지나 토너를 파는 것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임프레션 프로덕츠는 “렉스마크의 특허에 대한 대가는 소비자나 기업이 잉크 카트리지를 구입한 시점에서 이미 치러진 것이며 그 권리도 사라졌다”고 맞섰다.

미 대법원 판결로 리필 잉크나 재생 카트리지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재판에서 재판장인 존 로버츠 판사는 “판매자는 비록 그 제품을 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되팔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한 번 제품을 팔았다면 특허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판결은 판매 행위가 미국이나 해외에 관계 없이 모두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그동안 HP나 캐논, S프린팅(삼성전자) 등 프린터 제조사가 재생 카트리지나 토너는 물론 외부 업체가 개조한 무한잉크 프린터를 단속하던 근거를 한 순간에 날려 버렸다. 마치 수도꼭지를 팔듯 프린터는 싸게 팔고, 정품 잉크나 카트리지를 비싸게 팔아 수지를 맞추던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퀄컴도 피해갈 수 없게 된 ‘나비효과’

이런 논리는 애플 대 퀄컴 소송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퀄컴도 애플을 비롯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프로세서나 LTE 모뎀칩을 판 뒤에도 그것을 근거로 로열티를 거둬왔기 때문이다.

만약 퀄컴이 이 소송에서 진다면 그동안 이중으로 돈을 벌어 들이던 사업 모델에 엄청난 타격이 온다.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매년 거둬들이던 몇십 억 달러 수입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재생 잉크 카트리지 업체의 소송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퀄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퀄컴도 이제는 재생 잉크 소송의 나비효과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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