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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프로젝터 전쟁 "대화면 찾는 소비자 잡아라"

수천만원대 LCD 방식과 수백만원대 DLP 방식 격돌

3D TV와 달리 4K 기술은 착실히 입지를 넓히고 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2010년 화려하게 등장한 3D TV는 떨어지는 해상도와 안경을 써야 한다는 점 때문에 결국 외면받았다. 비지오는 2014년,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3D TV를 포기했다. LG전자와 소니도 2017년부터 3D TV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D 콘텐츠 서비스 업체마저도 3D 채널을 점차 폐쇄하고 있다.

모두가 외면한 3D TV와 달리 4K 기술은 착실히 입지를 넓히고 있다. 4K 영상을 찍는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보급된데다 4K TV 가격도 크게 내렸다. PC 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기도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4K 영상을 담을 수 있는 광매체인 울트라HD 블루레이도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영상이나 게임 타이틀을 100인치 이상 큰 화면으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4K 프로젝터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여러 제조사가 노리는 것은 2013년, 혹은 2012년 구입한 풀HD 프로젝터를 4K 프로젝터로 교체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이다.

변색 현상 적고 지연시간 낮은 LCD 방식

엡손은 2014년 레이저 광원을 쓰는 4K 프로젝터인 LS-10000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풀HD LCD 패널에서 만든 영상을 내부에서 4K로 업스케일링한 다음 표시한다. 빛을 비추는 광원에 레이저를 쓰며 빛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는 0 루멘으로 높은 명암비를 만든다. 2016년에는 HDR 기능을 추가한 LS-10500이 나왔다.

소니가 CES 2017에서 공개한 VPL-VZ1000ES는 1.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100인치 화면을 비출 수 있다. LS-10000과 달리 업스케일링 없는 4K 화면을 직접 비추기 때문에 해상도나 정밀성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소니는 이 점을 내세워 ‘네이티브 4K’라는 용어까지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이들 프로젝터는 비교적 정확한 색 표현을 큰 장점으로 삼는다. 또 움직임이 많거나 역동적인 장면을 비출 경우 지연 현상도 적다. 하지만 LCD 패널을 구성하는 레드(R), 그린(G), 블루(B) 패널의 배열이 틀어지면 화면이 겹쳐보이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천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다.

엡손 LS-10500. 가격이 9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비교적 저렴한 DLP 방식, 그러나..

비싼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위한 TI XPR 방식 4K 프로젝터도 있다. 내부에 있는 2716×1528 화소(2K) 패널을 각도를 달리해 1초에 120번 이상 흔들어 4K 화면을 그려낸다. 풀HD 패널보다 더 깨끗한 화면을 만들 수 있고 LCD 방식의 1/3 수준인 300만원 내외의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

2016년 12월 벤큐가 출시한 W11000이나 올해 6월 옵토마가 출시한 SUHD75·SUHD70이 TI XPR 방식을 쓴다. 화면을 그리는 방식이 같기 때문에 결국 부가기능이나 편의성, 가격이나 색 정확성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다.

21일 옵토마 SUHD75 시연회에서 이 회사 APAC 담당 앤디 왕 프로덕트 매니저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기존 풀HD 프로젝터 대신 쓸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프로젝터를 원한다. 옵토마 제품이 벤큐 제품보다는 좀 더 저렴한데다 HDR10을 지원한다. 별도 색상 튜닝을 거쳤기 때문에 색 표현력도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TI XPR 기술을 쓴 프로젝터는 경쟁이나 차별화에 유리한 요소가 비교적 적다.

기존 LCD 방식 4K 프로젝터의 단점은 그대로 TI XPR 방식 프로젝터의 장점이 된다. 내부 패널이 단 하나기 때문에 화면이 겹쳐 보이거나 해상도가 떨어지는 문제에서 보다 자유롭다. 가격도 싸다.

그러나 LCD 방식 4K 프로젝터의 장점도 그대로 TI XPR 방식 프로젝터의 단점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움직임이 많거나 역동적인 장면에서 변색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패널에 달린 작은 반사경을 조절해 색을 겹치는 TI XPR 방식의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프로젝터 출시 행사에서 관련 업체가 재생하는 시연 영상은 대부분 자연 풍경이나 움직임이 적은 정적인 영상이다. 뿐만 아니라 유독 색 영역이나 표준, 인증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이들 프로젝터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TI XPR 기술은 동작 구조상 일정한 한계를 안고 있다.

투사 거리·설치 공간과 밝기가 문제

두 방식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약점도 있다. 바로 설치하는 데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번 설치하면 화면과 1-2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화면을 바라볼 수 있는 TV와 달리 큰 화면을 만들려면 스크린이 필요한 프로젝터 특성 때문이다.

현재 100인치(대각선 기준) 화면에 영상을 비추려면 스크린과 프로젝터 사이 거리가 3-4미터 가량 필요하다. 150인치 화면을 비추려면 이보다 더 긴 거리가 필요하다. 1.5미터 거리에서 4K 화면을 비출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가격이 수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스피커와 각종 영상 장비까지 갖추려면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에 4K 프로젝터는 아직 쉽게 다다갈 수 없는 제품인 셈이다.

프로젝터 설치에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 방식 모두 안고 있는 단점이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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