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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9 깜짝 등장 "미러리스로 프레스 노린다?"

새 시장 개척 위해 실험 나선 소니

소니가 20일 새벽,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신제품 알파9을 공개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소니가 우리 시간으로 20일 새벽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 알파9을 공개한데 이어 20일(목)부터 23일(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사진·영상 전시회인 P&I 2017 첫날부터 전격 전시했다.

당일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전시 부스에서 제품 하나를 전시할 만한 공간을 비워 놓아 어떤 제품이 올라갈 지 모두 궁금해 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시장의 소니 부스에서는 알파9은 물론 함께 공개된 세로 그립과 초고속 SDXC 메모리카드를 함께 볼 수 있다.

“알파9 국내 전시는 아시아 최초”

현재 국내에 들어온 알파9은 총 두 대다. 이중 한 대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지만 직접 사진을 찍거나 외관을 만져볼 수는 없다. 또 다른 한 대는 소니코리아 담당자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알파9가 20일 새벽 뉴욕과 런던에서 공개되며 P&I에도 전시한다는 사실을 19일 오후 늦게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소니가 해외에서 공개한 제품이 국내에도 거의 시차 없이 공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제외하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파9 전시는 아시아에서도 최초다.

연사 속도 강조한 알파9

소니가 조만간 ‘무언가’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몇 주 전부터 해외 포럼을 통해 심심찮게 흘러 나왔던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파7Ⅲ, 혹은 알파7SⅢ를 점쳤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제품은 전혀 새로운 모델명의 제품, 알파9이다.

알파9은 어떤 시장을 노리고 있는가. 20일 오후 P&I 참가자를 대상으로 열린 브리핑에서 소니코리아는 시종일관 고해상도(알파7R 시리즈)나 고감도(알파S 시리즈)가 아닌 ‘속도’를 강조했다. 35mm 풀프레임 센서 뒤에 D램을 달고 화상처리엔진 비욘즈 X(BIONZ X)를 개선해 초당 최대 20장을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9는 풀프레임 센서 뒤에 D램을 달아 연사 속도를 높였다.

이는 소니가 2016년 상·하반기에 각각 공개한 APS-C 센서 미러리스 카메라인 알파 6300알파 6500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알파 6300은 고속 AF(오토포커스)와 연사 속도를 앞세웠지만 정작 사진을 SD카드에 옮길 때 상당한 지연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2016년 하반기에 RX100 Ⅴ와 함께 출시된 알파 6500은 엑스모어 RS 센서 뒤에 일종의 완충장치로 D램을 직접 내장해 기록 지연 문제를 해결했다. 알파9은 이런 구조를 거꾸로 35mm 풀프레임 센서로 옮겨왔다. 실제로 소니코리아 시연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기록 지연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타사 플래그십 카메라를 8년만에 따라잡다

알파7R 등 소니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는 그동안 계속해서 스튜디오 촬영이나 상업 촬영 등 프로 사진 작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그러나 1) 렌즈군의 폭이 좁고 2) 스튜디오에 설치된 조명을 카메라에서 직접 시차 없이 조절할 수 없으며 3) 촬영된 데이터를 스튜디오에 설치된 컴퓨터에 직접 전송할 수 있는 기가비트 이더넷(유선랜) 단자가 없다는 걸림돌을 안고 있었다.

알파9은 스트로브 동조용 단자와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를 달았다.

알파9은 이중 2), 3)번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카메라 왼쪽에 스트로브 동조용 단자와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를 나란히 달았다. 캐논이나 니콘 등 경쟁사 플래그십 카메라가 모두 갖추고 있었던 것을 첫 미러리스 카메라 출시 8년만에 따라잡았다.

다만 소니가 그동안 내세웠던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정체성은 상당부분 희생됐다. 2010년 첫 미러리스 카메라 출시 당시 소니가 NEX-5에 대해 어떤 것을 강조했는지 되짚어보면 이는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소니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레스 시장

그러나 소니가 알파9으로 노리는 시장은 단순히 스튜디오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육상경기나 올림픽, 월드컵 등 카메라 속도와 성능, 내구성과 순발력이 극한으로 요구되는 프레스 시장이다.

실제로 20일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알파9을 소개하며 “올림픽 육상경기 스타트라인에서 선수들이 출발 전에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셔터 소리가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를 은연중에 내비쳤다.

또 “셔터 소리가 나지 않는 전자식 셔터와 빠른 속도가 결합하면 스포츠 경기 등에서도 그동안 기존 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지 못했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니코리아는 알파9를 소개하며 무소음 고속 연사에 유독 공을 들였다.

새 시장 개척 위해 실험에 나선 소니

소니는 ‘가볍고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버리면서까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프레스 시장에서 캐논과 니콘이 확보한 위치는 매우 확고하다. 월드컵과 동계·하계 올림픽에서 이들 두 회사는 사진기자와 작가에게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

한 번 캐논, 혹은 한 번 니콘 등으로 굳어진 렌즈 자산을 버리고 굳이 다른 회사 제품으로 갈아탈 이유도 없다. 실제로 두 회사가 2000년대 초반, 국내 언론사가 가지고 있던 상대 회사 렌즈를 모두 사들이면서 프레스 시장 탈환전에 나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2018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부터 알파9을 어떤 형태로든 투입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2020년 7월 도쿄 하계 올림픽에는 알파9 후속 모델을 투입하며 본격적으로 세 넓히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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