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이변은 없었다.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그대로였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초사옥에서 국내외 취재진 200여 명을 대상으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2016년 하반기 발생했던 갤럭시노트7 발화 문제에 대한 원인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문제 원인은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완제품 20만 대, 배터리 3만 개 등을 이용해 충·방전 실험을 한 결과 발화 문제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고 외국 시험조사업체도 배터리 결함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출시하는 제품은 8가지 관점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검사하고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결론 그대로⋯”배터리가 문제”
삼성전자는 2016년 9월에도 ‘갤럭시노트7 품질 분석 결과 브리핑‘에서 “발화 사태 원인은 여러 회사가 공급한 배터리 셀 중 한 회사(삼성SDI) 제품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SDI 대신 투입된 중국 ATL사 배터리 셀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2016년 10월 11일 갤럭시노트7 생산과 판매, 교환을 중단하고 완전 단종을 결정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외국 시험조사업체인 UL과 익스포넌트, TÜV 라인란드를 동원해 ‘배터리 결함설’을 뒷받침했다. 세 업체 모두 산업안전과 품질검사, 공정관리 분야에서 강점을 갖춘 업체다.
연달아 연단에 오른 UL 컨수머비즈니스 사지브 지수다스 사장, 익스포넌트 케빈 화이트 박사는 “A 배터리(삼성SDI 제조)는 배터리 우측 코너에서 눌림 현상이 있었고 B 배터리(ATL 제조)는 음극과 양극을 분리해 주는 얇은 분리막이 파손을 일으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TÜV 라인란드 홀거 쿤츠 부사장 역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과 베트남 공장, 중국 공장 등에서 배터리가 오가면서 생길 수 있는 온도, 압력, 진동 등을 확인한 결과 배터리 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터리만 문제”⋯구체적인 자료는 없었다
갤럭시노트는 2011년 9월 독일 IFA에서 첫 선을 보인 뒤 매년 9월마다 새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2016년에는 예년보다 한 달이나 앞선 8월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을 공개했다. 일부에서는 성급하게 제품을 내놓으려다 보니 검증 절차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은 “경쟁사를 의식해서 서두른 것은 아니다. 갤럭시노트7은 8월 19일에 시장에 출시했는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는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셀 뿐만 아니라 배터리 보호회로나 전력관리칩(PMIC)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자체 개발한 급속충전기능도 용의선상에 올랐고 이 때문에 배터리와 관련된 회로를 아예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부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를 들고 오지는 못했다. “자체 분석 결과 어떤 조건에서도 소손 비율이 비슷하게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고 제3자 전문분석기관과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소비자·통신사 대리점 모두 “그래도 우리는 못 믿어”
이번 프레스 컨퍼런스에 대해 많은 국내외 언론은 ‘예상보다는 설득력 있는 해명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지켜본 증권사·투자사 애널리스트도 ‘갤럭시노트7로 불거진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 발화 문제를 직접 겪은 소비자, 그리고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대신해 환불과 각종 컴플레인을 처리했던 이동통신사 대리점·유통점 종사자들은 “그래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갤럭시노트7을 구입한 후 해외 출장에 나섰다가 큰 불편을 겪은 직장인 B씨는 “갤럭시노트 다음 제품 대신 갤럭시S8을 사려고 검토중이다. 다른 회사 스마트폰도 생각해 봤지만 마음에 드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시간 중계된 프레스 컨퍼런스를 지켜봤다는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주는 “지난 해 리콜 과정에서 입은 피해도 만만찮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대형 업체에 피자 몇 판 돌린 게 전부다. 올해도 지난 해 같은 일을 겪을까봐 솔직한 심정으로 (구입을)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