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작은 이어폰 몸체에 케이블을 꽂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터치 한 번에 아이폰과 연결된다.
The BAD 4분음표, 혹은 콩나물을 닮은 디자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적응하기 힘들었다. 모든 조작을 시리에 맡겨야 한다.
한줄평 3.5mm 이어폰잭의 존재 가치를 고민하게 만드는 제품(단, 조금만 더 다듬으면)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 에어팟은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 등 애플 기기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과 연동해 쓸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iOS 10.2 이상이 설치된 아이폰에 가까이 가져가서 충전 케이스를 열면 터치 한 번에 연결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윈도우 투인원은 충전 케이스 뒤의 설정 버튼을 눌러 연결한다.
내장 코덱은 SBC, AAC다. 전원은 에어팟 본체 하나당 내장형 리튬이온 배터리(약 98mAh)를 내장했고 충전이 필요하면 충전 케이스에 넣으면 된다. 15분 동안 넣어 놓으면 최대 3시간 음악을 재생한다. 충전 케이스는 아이폰·아이패드와 동일한 8핀 라이트닝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한다.
적외선·가속도 센서를 내장해 귀에서 빼면 음악이나 동영상 재생이 자동으로 중단되며 본체를 가볍게 두 번 두드리면 시리가 작동한다. 내장된 마이크는 지향성으로 외부 소음을 적게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었다. 색상은 화이트 한 종류이며 가격은 21만 9천원.
이유있지만 유감스런 디자인
에어팟 디자인을 놓고 이미 공개 당일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귓바퀴 바깥으로 좀처럼 튀어나오지 않는 다른 블루투스 헤드셋과 달리 유선 이어폰에서 선만 잘라낸 터라 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이 디자인을 가지고 ‘마치 콩나물 같다’고 평가했다. 리뷰에 앞서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은 적었다.
그런데 이런 애매하다면 애매하고 적응하기 어려운 디자인에도 이유가 있기는 하다. 이미 아이픽스잇이 분해해서 공개한 대로, 아이팟의 줄기(뿌리) 부분에 블루투스 수신용 안테나와 배터리, 배터리 충전용 전극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2012년 이후 등장한 이어팟과 흡사하다. 다만 귀에 이어팟이 걸려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적외선 센서가 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걸려 있는 모양이 불안해서 쉽게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맘먹고 잡아빼지 않는 한 의외로 귀에 잘 걸려 있는다.
2단계만에 끝나는 블루투스 페어링
지금까지 숱한 블루투스 이어폰과 헤드폰, 헤드셋을 다뤄봤지만 연결(페어링) 과정은 언제나 짜증스럽다. 기기마다 다른 연결 모드를 켠 다음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설정 앱을 띄우고, 스마트폰 화면에 블루투스 헤드셋이 언제 나타날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나마도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iOS냐, 안드로이드냐를 떠나 실로 짜증스럽다.
에어팟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애플이 인수하기 전의 비츠 헤드폰도 페어링이 만만치 않았다는 사실을 익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어팟은 이런 비뚤어진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했다. 그냥 아이폰 앞에서 충전 케이스 뚜껑을 연 다음 아이폰 화면에 나타나는 연결 버튼만 누르면 설정이 끝난다.
이런 과정은 iOS 10.2 이상을 설치한 아이폰에서만 이뤄진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혹은 윈도우 투인원은 충전 케이스 뒤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물론 블루투스 접속 정보가 아이클라우드로 공유되는 아이맥이나 맥북 등 애플 컴퓨터에서는 이런 과정 없이 선택만 해 주면 바로 쓸 수 있다.
에어팟 이상의 소리, 모든 조작은 시리로만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무리 편리하거나 디자인이 뛰어나도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존재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14년 이전의 비츠만 해도 ‘소리가 나는 액세서리’로 취급받았다. 소리가 꽤 달라진 2014년 이후에도 과거의 명성(?)은 좀처럼 지우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에어팟의 소리는 지금까지 나왔던 이어팟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적어도 돈을 들인 값은 한다는 말이다. 에어팟과 진동판이나 내부 구조가 흡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흔히 느껴지는 건조한 느낌이 덜하다.
다만 에어팟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한계도 있다. 귓구멍이 큰 사람이라면 에어팟과 귀 사이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소음을 막을 방법이 없다. 오픈형 이어폰에서 중저음을 보강하며 착용감을 개선하는 데 흔히 쓰이는 것이 바로 솜이지만 에어팟에는 통하지 않는다.
음악을 재생하다가 한쪽 본체를 귀에서 빼면 자동으로 멈추고, 다시 끼면 곧이어 재생되는 기능은 정말 편리하다. 다만 볼륨을 낮추거나 듣고 있던 곡 대신 다음 곡으로 넘기는 등 모든 조작은 시리에게 부탁해야 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역에서도 곧잘 작동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눈이 신경쓰이기 마련인 우리네 정서에서 시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는 불편하다.
결론 : 3.5mm 이어폰잭, 꼭 필요할까?
IT 기기에는 ‘귀찮음 보존의 법칙’이 분명히 있다. 아이폰7에서 3.5mm 이어폰잭이 빠지면서 방수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라이트닝 단자에 어댑터를 꽂아야 하는 불편함이 남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면 선 없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연결과 충전은 여전히 번거롭다. 한 마디로 ‘선을 빼면 개고생’이다.
애플 에어팟은 블루투스 이어폰이라면 어떤 제품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인 연결과 충전을 너무나 간단하게 만들었다. 충전 케이스 뚜껑만 열면 초기 설정이 끝나고, 다섯 시간 쓴 다음 케이스에 15분만 넣어 두면 세 시간 들을 수 있다. 아이폰과 한 번만 연동하면 아이패드나 맥에서도 된다. 소리도 블루투스 제품 치고는 제법 준수하다.
그렇다고 에어팟이 만능은 아니다. 4분음표를 귀에 건 듯한 디자인은 좋아도 싫어도 주목을 끌 수 밖에 없고, 이런 구조 탓에 차음성이 확연히 떨어진다. 인이어 이어폰을 쓸 때와 달리 상당히 볼륨을 높이게 된다.
음악에 맞춰 화면에 나타난 음표(노트)를 누르는 리듬 게임을 즐긴다면 지연 현상이 있다는 것도 알아 둬야 한다. 이것은 에어팟 뿐만 아니라 모든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화면의 음표가 나타나는 시간과 실제 귀에 소리가 들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에어팟 역시 이 문제까지는 극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욕심을 조금 더 내자면 다음 제품에서는 굳이 시리 도움을 받지 않아도 곡 전환이나 볼륨 조절 같은 간단한 기능을 쓰게 해 줬으면 좋겠다. 애플은 ‘시리를 쓰기 곤란하면 애플워치를 쓰라’고 하지만 아직도 애플워치가 미덥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세상 모든 블루투스 이어폰이 에어팟만큼 쓰기 편했다면 3.5mm 이어폰 잭은 진작에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을 것이다.
※ 언박싱 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0baBSAt_Ma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상세 정보 | |
---|---|
통신 방식 | 블루투스 |
지원 코덱 | SBC, AAC |
내장 배터리(본체) | 98mAh |
내장 배터리(케이스) | 398mAh |
크기(본체) | 16.5×18.0×40.5mm |
크기(케이스) | 44.3×21.3×53.5mm |
무게(본체) | 각각 4g |
무게(케이스) | 38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