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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진출설, 추적해 보니⋯

“애플이 가로수길 땅을 20년간 빌린 것만은 사실”

국내에는 아직 애플스토어가 없다(사진은 홍콩 IFC의 애플스토어).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유리벽으로 둘러싸이고 나무 책상 위에 온갖 애플 제품이 늘어서 있는데다 사진을 찍고 만져보고 궁금한 점은 물어볼 수도 있는 그곳, 여행 중 멈춰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르면 “오우 저런, 외국에서 여행 중 불편했겠군. 너의 여행을 돕기 위해 리퍼 제품으로 교환해 줄게”라며 맞아주는 지니어스가 있는 곳. 바로 애플스토어입니다.

애플스토어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 맥북프로처럼 여러 애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며 전문 지식을 갖춘 지니어스와 1:1로 제품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제품 활용법도 알려주는 곳입니다.

IT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해외에 나갔을 때 굳이 살 것이 없더라도 한 번쯤 둘러보는 곳이며, 새 아이폰이 출시되면 발매 첫날 인근 국가 애플스토어를 직접 찾아 아이폰을 사오는 사람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이 애플스토어가 없습니다. 2009년 11월 아이폰3Gs가 상륙한 뒤로 무수한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소문은 소문으로 끝났습니다.

강남구 신사동 534-19번지는 어떤 곳인가

21일 오후, 국내 애플스토어 1호점이 생긴다는 조선비즈발 보도가 나왔습니다. 조선비즈는 “애플이 애플코리아를 통해 강남수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땅을 20년간 빌리기로 했고 관련 인력도 채용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21일 오후 9시경,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34-19번지. 가림막이 쳐져 있다.

그렇다면 이 곳은 대체 어디일까요. 21일 저녁, 소문의 핫플레이스인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34-19번지’로 향했습니다. 여기에는 원래 ‘종합건축사사무소이웨스’의 사옥이 세워져 있었지만 2014년 철거 후 아직까지 아무런 건물도 올라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눈썰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이 곳에서 모종의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반대편의 MCM 매장은 정상 영업중이다.

가림막에는 ‘파인드 카푸어’라는 패션 브랜드 광고판이 걸려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MCM 매장이 있고 현재도 영업중입니다.

아무런 공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건물 5층에서 찍은 내부 사진.

내부가 궁금해졌습니다. 가림막 아래로 스마트폰을 넣어 내부를 찍어봤는데 현재는 아무런 공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건물 5층에 올라가 양해를 구하고 공사 현장을 찍어 봤습니다. 건물 철거 후 아직까지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애플이 가로수길 땅을 20년간 빌렸다”

사람에게 주민등록등본이 있다면 모든 땅에는 그 땅을 소유한 사람과 빌린 사람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는 등기부등본이 있습니다. 대법원등기소에 접속해서 소정의 수수료만 내면 누구나 땅에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연 애플이 가로수길 땅을 빌렸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34-19번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습니다. 정식 명칭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이고 총 여섯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등기부등본 1페이지. 소유주가 명기되어 있다.

먼저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살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땅은 애초 ‘이병선’이 가지고 있다가 2005년에 ‘이영환’ 앞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아무런 변동이 없는 상태입니다.

다음으로 땅 주인 이외에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들, 그리고 땅을 빌린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에서 빨간 줄이 그어진 곳은 효력을 상실했다는 의미입니다.

등기부등본 2페이지. 대부분 말소되어 큰 의미가 없다.
등기부등본 3페이지. ‘애플코리아유한회사’가 등장한다.

2페이지를 넘어서 3페이지를 확인하니 문제의 대목이 나옵니다. ’5.임차권설정’입니다. 애플코리아유한회사가 땅 주인에게 보증금으로 16억 1천600만원을 내고 땅 전체를 빌렸습니다. 계약 기간은 2016년 3월 1일부터 2036년 2월 29일까지, 총 20년간입니다.

등기부등본 4페이지. 이 토지를 담보로 애플코리아유한회사가 돈을 빌려주었다.

4페이지에는 ’8. 근저당권설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누군가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34-19번지’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는 의미입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애플코리아유한회사’이고,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은 땅 주인인 ‘이영환’, 그리고 ‘주식회사 세바’입니다. 금액은 무려 19억 3천900만원이나 됩니다.

“낮은 층을 상가로 쓸 가능성은 있다”

‘종합건축사사무소이웨스’의 대표는 이 땅의 소유자인 ‘이영환’이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34-19번지’에 세워진 건축허가표지판을 다시 살펴보면 재미있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곳에는 2016년 8월 1일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이 세워질 예정입니다.

건물주는 ‘이영환’, 설계자는 ‘종합건축사사무소이웨스’입니다. 그리고 ‘종합건축사사무소이웨스’의 대표 역시 ‘이영환’입니다. 애플코리아유한회사에 채무를 진 ‘주식회사 세바’는 ‘종합건축사사무소이웨스’에서 분할된 회사입니다.

여기에 어떤 건물이 세워질 것인지, ‘종합건축사사무소이웨스’에 직접 전화해 물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었습니다.

“해당 주소에는 (이웨스) 사옥이 올라가 있었지만 2014년 철거 이후 시공사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설계로는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설계를 마쳤지만 설계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전체를 다 쓸 수는 없을 것 같고 낮은 층을 상가로 쓸 가능성은 있다”

또 가림막에 걸려 있던 광고에 등장하는 ‘파인드 카푸어’라는 패션 브랜드에도 전화를 해서 확인해 봤습니다. “단순히 광고만 했을 뿐 우리 건물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애플스토어라면 지니어스가 있어야”

결국 불확실한 추측이나 기대를 제외하고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애플이 가로수길에 20년짜리 계약으로 층당 150제곱미터짜리 땅을 빌렸다.

2) 애플이 빌린 땅에는 현재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이 세워질 예정이다.

3) 그러나 설계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많은 업계 관계자들, 혹은 여러 해에 걸쳐 애플을 취재해 온 기자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애플스토어라면 지니어스 바가 있어야 할 것이고 여기에서 일할 전문가인 ‘지니어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애플이 국내에 근무할 ‘지니어스’를 모집한 적은 없다” 다시 말해 국내 근무할 지니어스를 애플이 모집하는 순간 애플스토어 국내 진출은 거의 확정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연 애플스토어 한국 1호점이 가로수길에 들어설까요. 성급한 추측이나 기대는 접어두고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이 광경을 보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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