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기어 S3를 출시하며 삼성전자가 내세운 기치는 ‘탈 IT 기기’다. 진짜 시계에 가까운 스마트워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 이영희 부사장은 “기어 S3는 그냥 차고 다녀도 이것이 스마트워치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못 알아 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통적인 시계 업체들은 디자인에 대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 든 IT 업체와 달리 역사와 인지도,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IT 업체가 가지고 있는 컨버전스에 대한 기술력은 갖추지 못했다.
파슬 “브랜드 파워 활용한 융단폭격”
8일 파슬코리아가 소개한 스마트워치, 파슬Q는 이런 시계 업체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2014년 1세대 제품이 미국과 홍콩에 나왔고 2세대 제품은 8월 말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파슬Q 2세대 제품의 구체적인 제원을 보면 안드로이드 웨어 2.0에 저전력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2100을 썼다. 화면은 항상 켜지는 방식이며 생활방수도 된다. 그러나 운동량 측정이나 알림 기능은 안드로이드 웨어 기본 기능이며 새롭거나 뛰어나지 않다.
파슬코리아 성우창 대표는 “우리는 패션시계를 만드는 회사이고 최신 기능이나 기술보다는 소비자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이나 기능 등 전자적인 요소보다는 패션에 중점을 두었다고 봐 달라. 패션시계와 스마트를 합친 ‘패션테크’가 우리의 강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슬 그룹은 엠포리오 아르마니, 버버리, DKNY, 마크 제이컵스 등 13개 이상의 기업과 라이선스를 맺고 시계를 생산하기도 한다. 스마트 워치의 근간이 되는 각종 부품과 하드웨어는 1년 주기로 바뀌지만 이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워치를 분기마다 내놓을 수 있다.
겉은 아날로그, 하지만 속은 디지털⋯ 하이브리드 미는 파슬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트래커, 하이브리드 시계중 파슬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다. 20세기 초반의 시계가 조그만 톱니바퀴가 맞물려 움직이며 시간을 표시하던 태엽식 무브먼트로 움직였고, 현대의 거의 모든 전자시계는 수정에 전기를 흘려 나오는 전자식이다.
파슬이 내세우는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는 아예 다른 방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시계와 전혀 다르지 않지만 시곗바늘을 제어하는 건 스마트폰과 연결된 전자칩이다. 시차가 있는 해외로 출장을 가면 시간을 자동으로 맞춰주고 전화가 오면 작은 바늘을 움직여 수신처를 알려준다. 운동량 측정 기능도 당연히 갖추고 있다.
이런 방식은 IT 기기가 시계를 흉내내거나, 시계 업체가 외부 기술을 사와서 집어넣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과거 코지토 등 여러 업체가 시도했지만 플라스틱 재질을 써서 가격을 낮추거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브랜드 때문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파슬코리아는 앞으로 출시될 파슬 스마트워치를 백화점이나 전문점, 플래그십 스토어는 물론 면세점 등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성우창 대표는 “엠포니오 아르마니 브랜드를 단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가 국내 시장에 첫 번째로 출시될 것이다.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4개 브랜드 제품의 스마트워치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직접 만드는 대신 잘 만드는 곳과 손 잡는다?
직접 스마트 시계를 만드는 대신 기존 스마트워치와 손을 잡는 호화 상품 업체도 있다. 애플워치가 출시되자 가죽 시계줄 등을 내놓으며 콜라보레이션하던 에르메스는 이번에 아예 전용 모델과 시계줄을 내놨다.
지난 8일 애플이 공개한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애플워치 시리즈2의 기능은 그대로 담고 에르메스 가죽 샌들 등을 모티브로 한 시계줄과 전용 워치 페이스, 전용 폰트를 내장했다. 페이스와 디자인, 시계줄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마니아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이다.
단 가격은 절대 만만치 않다. 가장 저렴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가죽 싱글 투어 밴드를 쓴 모델이라도 150만원이나 하고 밴드만 따로 산다 해도 50만원 가까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