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액티브X 천국이 된 한국 인터넷 환경에서 온전히 맥OS(OS X)만 쓰면서 버티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뱅킹이나 신용카드 결제는 모바일 앱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각종 서류나 증명서는 여전히 윈도우 운영체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정석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맥 저장장치 중 일부를 윈도우 운영체제 몫으로 떼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저장공간을 쉽게 늘릴 수 없는 12인치 맥북이나 맥북프로에서는 그만큼 용량이 부족해진다. 결국 PC 안에서 실행되는 가상PC에 윈도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윈도우10 기능을 OS X에 그대로…
패러렐즈 데스크톱 12는 맥에서 윈도우를 쓰고 싶어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가상 PC 소프트웨어다. 2006년 첫 버전이 나온 뒤로 새 윈도우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부지런히 업데이트를 거쳤다. 최근 5년간 1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거쳤고 2015년에 나온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은 윈도우10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
패러렐즈 아태지역 담당 제리 황 부사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공개한 버전인 패러렐즈 데스크톱 12는 10주년 기념 버전이다. 이번 버전의 특징은 윈도우10이 가지고 있는 코타나와 윈도우 잉크 등 여러 기능을 맥에서도 쓸 수 있게 했고 성능도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커트 슈무커 매니저는 “인기 FPS(일인칭시점슈팅) 게임인 오버워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만 블리자드와 협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2012년 출시된 맥북프로 레티나에서 초당 30프레임이 나왔지만 설정을 바꾸면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낸다”고 설명했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12는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메모리를 적게 쓰고 성능은 높였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품 출시 이후 업데이트를 거치다 보면 메모리 이용량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커트 슈무커 매니저는 “업데이트 이후 메모리 이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실이다. 업데이트는 버그를 해결하거나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것이며 패러렐즈 데스크톱 뿐만 아니라 다른 앱도 메모리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유럽 다음으로 비싼 ‘헬조선 프라이스’
패러렐즈 데스크톱이 오픈소스 가상PC 프로그램인 버추얼박스보다 훨씬 가볍고 편리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지난 해까지만 해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었던 VM웨어 퓨전이 델과 EMC 등 인수전에 휘말리면서 새 버전이 나올지도 불투명해졌다. VM웨어가 이미 2016년 1월 개발팀을 정리해고하고 관련 업무를 중국으로 아웃소싱했다는 사실도 밝혀진 지 오래다. 조금 과장하면 반독점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편리한만큼 치러야 하는 대가도 만만찮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12의 미국 판매 가격은 79.99달러(한화 약 8만 9천원)다. 일본 판매 가격도 8천500엔(한화 약 9만 3천원)이다. 반면 국내 판매 가격은 9만 9천원이다. 최근 부쩍 오른 환율을 감안해 봐도 유럽 다음으로 비싸다.
매년 새 버전이 등장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이전 버전인 패러렐즈 데스크톱 11로도 윈도우10을 실행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다 윈도우10이 사실상 마지막 윈도우 운영체제로 남은 시점에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피스 365처럼 개인을 대상으로 매년 적절한 이용료를 내는 것이지만 아직은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