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사실 1. 소니코리아는 얼마 전 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를 출시하며 그동안 강조하던 기능 중 하나인 방진·방수의 우선순위를 크게 낮췄다.
소니 모바일 역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방수 등급을 가진 스마트폰이라도 실험실의 통제된 환경에서만 유효하다. 또 방수 스마트폰이라도 물에 완전히 잠긴 상태에서 써서는 안되며 민물이 아닌 환경에서 젖었다면 수돗물로 헹구라”고 설명했다.
사실 2. 컨슈머리포트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출시한 스마트폰인 갤럭시S7 액티브가 방수 테스트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컨슈머리포트는 “1.5미터(5피트) 깊이에 담갔을 때와 같은 수압이 걸린 물탱크 안에 갤럭시S7 액티브를 담갔다 꺼낸 결과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일부 기기의 결함으로 보고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알고보면 까다로운 방수 조건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평소 쓰던 스마트폰을 계곡이나 수영장 등 물놀이 장소에서 쓸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소비자가 많다. 삼성전자 갤럭시S7·S7 엣지,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 등 방수 기능을 강조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IP68 기준을 만족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숫자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가 정한 표준 코드이며 앞의 숫자는 먼지나 흙과 같은 고체에서 얼마나 버티는지, 뒤의 숫자는 습기나 물에서 기기가 어떻게 보호되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앞의 숫자가 ’6′이라면 이것은 유해한 먼지에서 제품이 충분히 보호된다는 의미다. 또한 뒤의 숫자가 ’8′이라면 ‘수심 1미터를 넘는 깊이의 물 속에서 보호됨’을 의미한다. 단 수심과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제조사가 시험 후 소비자에게 밝혀야 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S7 엣지가 ‘수심 1.5미터에서 30분 이내 일시적 침수에 대해‘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소니코리아 역시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분과의 접촉에서‘ 보호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시 말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깊이에서나, 혹은 시간 제한 없이 기기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수’라는 말만 믿고 스마트폰을 험하게 쓰기 쉽다는 것이 문제다.
수돗물·생수처럼 순수한 물에서만 보장
방수기능을 갖춘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수돗물이나 생수, 증류수처럼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민물에서만 방수 성능을 보장한다. 당분이나 탄산이 섞인 음료수, 혹은 부식 위험이 있는 염분이 섞인 바닷물에 빠뜨리면 안된다.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 채워지는 물은 과연 순수한 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수영장에 쓰이는 물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6에서 정해진 대로 일정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염소 소독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소독 후 일반 수돗물에 녹아있는 염소는 1리터당 0.1~0.3mg(밀리그램)을 넘지 못하는데다 실제 가정에 공급될 때는 0.16~0.21mg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 채워지는 물은 수돗물보다 훨씬 높은 리터당 0.4~1.0mg 내외만 유지하면 된다. 이런 물에 오래 노출될수록 금속이나 도금된 플라스틱, 혹은 케이블이 연결되는 단자가 부식될 가능성이 커진다.
수압 높은 수도꼭지·샤워기도 금물
물의 성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수압이다. IP68 기준은 수심 1.5미터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삼는다. 수심이 1미터 늘어날 때마다 1제곱센티미터당 100g의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1.5미터에서는 150g의 압력이 가해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물 속에 제품을 가만히 놓아 두었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시험 동영상에서도 제품을 가만히 놓아 둘 뿐이지 물 속에서 앞뒤로 흔들거나 충격을 주지 않는다.
아무리 깊이가 얕은 수영장이라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가 격하게 움직이거나, 수압이 센 수도꼭지·샤워기의 물줄기를 직접 닿게 하면 기준 이상의 수압을 가하게 된다. 양동이나 큰 그릇에 담긴 물을 갑자기 쏟아붓거나, 높은 위치에서 물을 쏟아 붓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생활방수 수준임을 잊지 말아야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방수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은 공사 현장 등 극한 환경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내구도를 높인 캐터필라 S50c 등 특수한 스마트폰 뿐이다. 하지만 연출된 광고 영상이나 “1.5미터 30분 방수” 등 주요 내용만 기억하고 험하게 스마트폰을 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쓰다가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줄 경우 방수를 위해 마련된 내부 패킹이 틀어지거나 변형되며 방수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소니코리아 역시 “제품을 일상적으로 쓰다가 기기가 마모·손상될 수 있어 방진·방수 기능이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IP68 수준의 방수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라 해도 실제 성능은 생활방수 수준에 그친다. 물이 든 컵을 엎질렀거나 소나기로 예기치 않게 본체가 젖었을 때, 먼지가 많은 바닥에 제품을 떨어뜨려 약한 물줄기로 표면을 가볍게 씻어낼 때 안심할 수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