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스마트폰에 밀린 MP3 플레이어 업체들이 고해상도(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오디오 플레이어로 반전을 시도한 지 오래다. 2013년부터 소니를 시작으로 아이리버, 코원 등 MP3 플레이어 시장의 전통 강호가 뛰어들었다.
‘사람의 귀로 고해상도 음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가’라는 해묵은 논쟁은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소비자에게 ‘고해상도 음원 = 고급 음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는 성공했다. 심지어 스마트폰 제조사도 고해상도 음원 재생 기능으로 맞불을 놓았을 정도다.
코원 “검증된 하이엔드 헤드폰 쓴다”
고해상도 오디오 플레이어로 성과를 거둔 업체들은 이제 고가 헤드폰을 한데 엮은 결합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원은 2015년 11월 출시한 고성능 오디오 플레이어인 플레뉴S와 하이엔드 헤드폰인 젠하이저 HD 800S를 한데 묶은 결합상품을 내놨다.
음원을 재생하는 기기에서 생기는 내부 노이즈를 걸러내기 위해 임피던스값을 300옴(Ω)으로 높인 HD 800S는 특성상 출력을 높이기 위한 헤드폰 앰프가 별도로 필요하다. 하지만 플레뉴S는 일반 오디오 플레이어에 비해 고성능 앰프를 탑재해 고가 헤드폰도 무난하게 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플레뉴S와 젠하이저 HD800S를 대여해 그루버스, 네이버 뮤직 등 국내에서 판매하는 고해상도 음원을 들어보니 기존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확연히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대여 여건상 좌·우 소리 분리도를 높여줄 수 있는 밸런스드 케이블을 이용해 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단번에 ‘듣던 소리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코원 관계자는 “4월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두 제품을 함께 청음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 결과 방문객들의 평가가 좋았고 지속적인 요청이 있어서 내놓은 상품”이라고 밝혔다.
아이리버 “해외 제조사와 콜라보레이션”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 브랜드로 하이엔드 오디오 플레이어와 이어폰·헤드폰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 제작한 제품은 아니지만 해외 유명 제조사와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을 펼치고 있다. 2015년 9월 처음 출시한 하이엔드 이어폰, AK T8iE는 베이어다이나믹 헤드폰인 T1을 소형화한 제품이고 가격도 129만원에 달한다.
최근 출시한 AK T1p는 가지고 다니기 불편했던 T1을 개선하고 독일 현지에서 수작업으로 제조했다. 음 분리도를 높일 수 있는 2.5mm 밸런스 케이블과 3.5mm 케이블을 모두 제공하며 휴대용 기기에 맞게 임피던스를 32옴으로 내렸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아스텔앤컨 브랜드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없었던 초기에는 주로 젠하이저 제품과 결합상품을 많이 판매했지만 지금은 자체 제품과 콜라보레이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오디오 플레이어나 자체 제조 이어폰·헤드폰 신제품이 없어 결합상품 판매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싸다” vs. “실제로는 싸다”?
오디오 플레이어 제조사가 하이엔드 이어폰과 헤드폰에 집중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좋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음원에 따른 음질 차이를 느끼기 쉽고, 고해상도 오디오 플레이어를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헤드폰에도 관심이 많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또 하이엔드 오디오 플레이어와 헤드폰 결합상품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도 큰 고민 없이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고 기기에 맞는 헤드폰을 고르는 데 필요한 수고를 덜어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가격 또한 만만찮다. 예를 들어 코원이 이번에 출시한 플레뉴S·HD 800S 결합상품 가격은 359만원이나 한다.
코원 관계자는 “소리 분리도를 높일 수 있는 29만원 상당 순은 재질 밸런스드 케이블과 젠하이저 정품 변환잭까지 증정하므로 실제로는 상당한 할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제품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결합상품 구성시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가량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