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모바일 기기 중 가장 훌륭한 디스플레이, 이통사에 얽매일 필요 없는 애플심. 가벼운 무게까지.
The BAD 카툭튀까지 그대로 가져 온 것은 조금 불만이다. 스마트 키보드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래요.
한줄평 크기를 줄였더니 오히려 생산성이 살아났다. 단 여전히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 아이패드 프로 9.7형은 2015년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12.9형에서 화면 크기를 9.7인치로 줄인 제품이다. 해상도는 2048×1536 화소이며 애플 A9X(2.26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메모리는 4GB에서 2GB로 줄었고 저장공간은 32, 128, 256GB 중 고를 수 있다.
802.11ac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4.2를 내장했고 셀룰러 모델은 LTE 어드밴스드를 지원해 최대 300Mbps 속도로 다운로드가 된다. 여러 나라를 옮겨가며 선불 데이터 요금제를 쓸 수 있는 애플심도 최초로 내장한 모델이다. 카메라는 전면 500만 화소, 후면 1천200만 화소로 아이폰6S와 같고 배터리 충전과 동기화, 주변기기 연결은 8핀 라이트닝 단자로 한다.
스피커가 네 군데 달려 있으며 상하좌우 위치를 파악해 자동으로 고음과 중저음을 나누어 들을 수 있다. 스마트 키보드 커버와 애플 펜슬을 활용해 키보드나 전자펜 입력도 가능하다. 색상은 실버,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로즈골드 3종류이며 가격은 32GB 와이파이 기준 76만원.
성능은 최고 수준, 몸집은 그대로
아이패드 프로 9.7형은 아이패드 에어2를 쓰던 사람이 한 눈을 판 사이 바꿔치기해도 눈치를 못 챌 지경이다. 한 마디로 새로움이 덜하다. 그러나 셀룰러 버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와이파이나 셀룰러 등 통신을 위해 검게 나 있던 창이 사라지고 얇은 띠만 둘렀다. 화면 방향에 따라 소리를 바꾸는 스피커도 12.9형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크게 티가 나지는 않지만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디스플레이다. 아이맥 5K(2015)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영사기용 색표준인 DCI P3까지 적용되어 있고 반사율도 줄였다. 특히 주황색이나 녹색이 두드러진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기에 주위 조명에 따라 화면 색상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트루톤 기능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 툭 튀어나온 카메라다. 1천200만 화소 사진과 4K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평평하지 않은 곳에서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물론 케이스를 씌우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고 이 제품이 고가 제품이다 보니 케이스 없이 쓰는 간 큰(?) 사람이 드물기도 하다. 무게와 두께가 아이패드 에어2와 완전히 같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진짜 키보드가 되기엔 아직도 2% 모자란 그대
아이패드 프로의 생산성을 책임지는 양대 축은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펜슬이다. 스마트 키보드는 제조 공정이 까다로운 탓에 여전히 영문 자판만 나와 있지만 크기가 줄어들면서 휴대성은 더 나아졌다. 기내 테이블처럼 좁은 곳 위에 올려 놓고 쓸 수 있을 정도이기도 하다. 아이패드 본체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지연시간이 적고 오동작은 아예 없다.
스마트 키보드가 서피스 프로4 타이핑 커버와 비교했을 때 손끝에 와 닿는 키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물론 이것은 무작정 부정할 수 없는 의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썩 공정하지 않은 비교이기도 하다. 타이핑 커버와 스마트 키보드의 두께를 비교해보면 당연히 타이핑 커버쪽이 더 두껍고 무겁다. 타이핑 커버는 확실한 손맛을, 스마트 키보드는 휴대성을 선택했다는 말이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뻑뻑하다 못해 전자계산기 버튼만도 못한 일부 키보드와 비교하면 스마트 키보드에 내장된 키 스위치도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 키보드가 진짜 키보드가 되기 위해 손봐야 할 점도 분명 있다. 바로 엄연히 애플이 만든 액세서리인데도 키 반복 입력 간격이나 속도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커서키를 누르며 문서를 전후좌우로 오가다 보면 시원스럽게 치고 나가지 못하는 커서를 보며 답답해진다. iOS 내장 키보드가 아닌 다른 키보드 앱 중 스마트 키보드를 지원하는 앱이 드문 건 아이패드 프로가 처음 나왔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거의) 전세계를 다니며 쓸 수 있는 애플심
와이파이를 쓰기 쉽지 않은 해외에서는 와이파이 버전보다는 셀룰러 버전이 여러모로 인터넷 쓰기 편하다. 단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바로 선불 유심을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시간에 여유가 있는 개인 일정이라면 몰라도, 10분 단위로 짜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출장이나 단체 여행 중 잠시 빠져나와 선불 유심을 사기란 쉽지 않다.
아이패드 프로 9.7은 이런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유심칩인 애플심(Apple SIM)을 최초로 내장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애플과 제휴한 통신사가 있는 나라에서는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 현지 통신사 서비스를 바로 받을 수 있다. 출장이 잦은 사람, 혹은 비싸고 느린 국내 이동통신사 로밍에 질렸다면 분명 반길 만한 기능이다.
▶︎ 관련기사 : 일본에서 써본 애플심 “자동로밍보다 빠르고 편리”
▶︎ 사진 샘플 원본 다운로드 : https://www.dropbox.com/sh/qholrglgzya4ylk/AABzxihCpKqTy9cXr5hLNl17a?dl=0
결론 : 스케치북보다는 연습장이 가지고 다니기 더 편하다.
아이패드 프로 9.7형 대여 전 “이 제품이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확히 16일간 이 제품을 써 본 뒤 내린 결론은 매우 유감스럽게도 “아니오”다. 중요한 순간에는 번번이 액티브X를 요구하는 국내 인터넷 환경도 환경이지만, 윈도우나 OS X 등 PC용 운영체제에는 뻔하게 있는 단 한 가지 요소가 빠졌다.
아이패드 프로를 포함해 애플 태블릿에서는 여러 창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쓸 수 없다. 물론 이런 한계는 iOS나 안드로이드 모두 안고 있지만 제약은 iOS에 더 심하게 걸려 있다. 앱을 항상 양 옆에 나란히 배치해야 한다.
또 기존 PC처럼 모든 앱이 공통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저장공간이 없다. 아이패드 프로 9.7로 찍은 사진을 어도비 포토샵으로 손 본 다음 다시 사진 보관함에 받고, 이것을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연 다음 붙여 넣어야 한다. 앱 사이 전환도 썩 편하지는 않다. 결국 키보드가 달려 있고 노트북과 비슷하게 쓸 수 있다고 해서 PC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한계점을 감안하고 아이패드 프로 9.7형을 다시 바라보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인 ‘편의성’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어도비, 오토데스크 제품군이 모두 돌아가고 4K 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단 태블릿은 애석하게도 윈도우 진영에는 없다. 게다가 가볍기까지 하다.
아이패드 프로 12.9형은 분명 와콤 신티크가 울상을 짓고 갈 만큼 완벽한 디지털 스케치북이었다. 그러나 스케치북을 매일 가지고 다니며 활용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반면 A4 용지나 B5 용지를 엮은 연습장은 훨씬 수월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메모를 하거나, 보고서 초안을 쓰거나, 하다 못해 낙서라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기기라도 지금 당장 내 손안에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이패드 프로 9.7형의 존재 의의는 훌륭한 디스플레이나 애플심보다는, 오히려 크기가 줄어들면서 확보한 휴대성에서 찾아야 한다. 마치 연습장처럼 큰 부담없이 가지고 다니다 어디서나 펼쳐 쓸 수 있는 아이패드 프로 9.7형은 ‘생산성 향상’에 분명히 도움이 될 터다.
상세 정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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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 | 애플 A9X(2.26GHz, 듀얼코어) |
메모리 | LPDDR4 2GB |
그래픽칩셋 | 파워VR 7XT (도데카코어) |
저장장치 | 32/128/256GB |
디스플레이 | 9.7인치 IPS 터치스크린 (264ppi) |
해상도 | 2048×1536 화소 |
전면 카메라 | 500만 화소 |
후면 카메라 | 1,200만 화소 |
네트워크 | 802.11ac 와이파이, 블루투스 4.2, LTE-A |
연결단자 | 8핀 라이트닝, 스마트 커넥터 |
운영체제 | iOS 9.32 |
배터리 | 27.5Wh 리튬폴리머 (내장형) |
크기 | 240×169.5×6.1mm |
무게 | 437g(와이파이) / 444g (L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