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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국내 총판이지만 스마트폰 못 판다?"

법에 보장된 병행수입을 법무법인과 상의하겠다니⋯

코마트레이드가 오는 5월부터 국내 공식 총판으로 샤오미 제품 유통에 나선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2014년부터 미밴드, 미 파워뱅크 등 샤오미 제품을 국내 수입·판매했던 코마트레이드가 샤오미 국내 총판으로 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제품 유통에 나선다. 코마트레이드가 31일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이 밝혔다.

이날 코마트레이드는 A/S 망 확충, 당일 배달 등 소비자 편의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제일 주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TV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데다 다른 병행수입업체에 ‘법무법인’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의지를 비치기도 해 의문이 남는다.

나인봇 미니 5월 이후 국내 출시할 것

이날 코마트레이드 이준석 대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샤오미의 다양한 제품을 국내 출시할 예정이며 성남 판교동에 위치한 코마트레이드의 서비스센터를 포함, 국내 AS서비스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전국 6대 광역시와 제주도, 강원도 등에서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 설명서나 액세서리도 국내 환경에 맞게 현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목을 모은 것은 1인용 이동 수단인 나인봇 미니다. 무게가 12kg로 가벼운 편에 속하며 반사경과 LED를 장착해 다른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을 쉽게 알아보도록 만들었다. 주행 연습을 거치지 않으면 일정 거리 이상을 주행할 수 없고 스마트폰 앱으로 속도도 제한할 수 있다. 코마트레이드는 각종 인증 과정을 거쳐 이르면 5월부터 국내 시장에 제품을 들여올 계획이다.

코마트레이드는 샤오미 나인봇 미니를 이르면 5월 중순 이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품질은 그대로, 가격은 반값”이라더니⋯ “출시는 미정?”

많은 소비자들은 ‘샤오미 공식 총판’을 자처한 코마트레이드가 각종 스마트폰과 태블릿, TV 등 3대 IT 제품을 국내에 들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마트레이드 이준석 대표 역시 미 커브드TV 3를 소개하며 “가격은 160만원대로 국내 제품 절반 수준이고 패널 역시 삼성디스플레이 커브드 패널을 썼다. 조만간 출시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TV 출시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준석 대표는 “코마트레이드는 샤오미가 직접 제조하는 제품이 아닌 ‘생태계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샤오미가 직접 제조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TV와 유무선공유기(라우터), 3세대 블루투스 스피커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미 커브드TV 3를 ‘조만간 출시하겠다’던 이준석 대표는 현장에서 말을 바꾸었다.

실제로 이날 샤오미가 소개한 제품들은 미밴드 등 웨어러블과 공기청정기, 정수기, 베개·매트릭스용 라텍스, 나인봇 미니 등 국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제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국내에 TV를 출시하지 않는 것이 지적재산권 분쟁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준석 대표는 “제품 출시 시기나 일정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이유는 특허 때문이 아니라 출시 일정이나 여부를 확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샤오미 국제부 예동명 총경리 역시 “TV는 당장은 출시 계획이 없지만 소개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대표는 “TV를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특허 때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병행수입 문제, 법무법인과 해결하겠다?”

의아한 점은 또 있다. 이날 이준석 대표는 “가짜 제품이나 병행수입 제품으로 시장에 많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샤오미 본사 안전부, 그리고 국내 법무법인과 협의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 가장 싸고, 빠르고, 안전하게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병행수입이란 국내 독점판매권을 가진 공식 수입업체가 들여오는 외국 상품을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합법적인 경로로 들여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다른 업체가 샤오미 제조 정품을 수입해 전파인증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국내 판매하는 것은 전혀 불법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다른 병행수입 업체를 겨냥해 여러차례 ‘법무법인’, ‘시장 질서’ 등 법적 대응을 암시하는 단어를 언급했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 “지금까지 샤오미 제품을 병행수입해 판매했던 다른 업체들을 고소하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샤오미 안전부 리우엔샤 총재는 “국내 다른 업체가 정품을 병행수입으로 들여 오는 것은 합법이며 세관에서도 제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샤오미 브랜드와 로고는 코마트레이드만 쓸 수 있다. 광고 등 사용권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또 코마트레이드가 병행수입, 혹은 개인이 구매대행으로 구입한 정품 수리를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코마트레이드가 유통한 제품 뿐만 아니라 병행수입된 제품이라도 정품이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 비용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코마트레이드는 샤오미 안전부와 법무법인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다른 유통업체에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을 취급하지 말라’는 엄포를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물론 코마트레이드는 A/S 망 확충, 당일 배달 등 소비자 편의를 도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도 여전히 있다.

“병행수입은 제한하지 않지만 샤오미 브랜드와 로고는 코마트레이드만 쓸 수 있다”는 리우엔샤 총재의 설명은 석연치 않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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