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가민(Garmin)은 26년간 전세계 GPS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 온 업체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선박이나 자가용 비행기, 산악용 자전거, 혹은 군용 제품 중 대부분은 이 회사 제품을 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은 물론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도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가민이 단순한 GPS 기기가 아닌 스마트워치까지 국내 시장에 팔겠다고 나섰다. 물론 직접 지사를 내세워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총판인 SBCK를 통해서다. SBCK는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와 면세점 등에서 이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들어올 가민 제품은 총 세 종류다. 먼저 철인3종경기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특화한 스마트워치 피닉스3, 전세계 4만 개, 국내 1천 개 골프 코스를 내장하고 평생 무료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골프 특화 제품인 어프로치 S6, 한 번 충전해 1년을 쓸 수 있는 피트니스 밴드인 비보핏 등 총 세 종류다. 이 중 가민과 SBCK가 밀어주는 주력 제품은 바로 피닉스3다.
※ 추가 (3/7 11:20) :
1. SBCK의 요청이 있어 사명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2. SBCK는 어프로치 S6가 전세계 4만개, 국내 1천개 골프 코스를 내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수치를 올바르게 수정하였습니다.
“우리 제품은 액세서리가 아닌 시계”
요즘 스마트워치는 대부분 부피와 무게를 줄이지 못해 안달이다. 그런데 가민 주력제품인 피닉스3는 제법 크고 투박해 보인다. 한글화는 모두 마쳤지만 이제는 기본이 된 터치 인터페이스 대신 버튼만 눌러 각종 기능을 조작해야 한다. 가격도 기본 모델이 62만 9천원으로 제법 비싸다.
가민 아태지역 총괄 토니 안 이사는 “사무실 환경에서는 터치 인터페이스가 잘 작동할 수 있지만 극한지역에서는 터치보다 버튼이 말썽 없이 더 잘 작동한다. 접근 방식의 차이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또 “피닉스3는 스마트폰의 액세서리가 아닌 시계를 바탕으로 한 제품이다. GPS 기능을 쓰지 않을 경우 최대 8주, 켰을 경우 28시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이나 착용감 관련 지적에 SBCK 구본주 팀장은 “단순히 크고 무거워 보인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제품을 접한 사람이라면 보기보다 훨씬 덜 무겁고 착용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닉스3의 무게는 82g 정도로 다른 스마트워치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직접 손목에 차 보기 전까지는 이를 실감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A/S는 “대여 후 교환”
손에 쥐거나 들고 다니는 제품은 떨어뜨리거나 고장날 확률이 높다. 피닉스3처럼 익스트림 스포츠, 혹은 철인3종경기 등 거친 환경에서 쓰는 경우가 많은 제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제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 부주의나 실수로 파손됐을 때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가민이 내세운 방법은 1:1 새 제품 교환이나 무상수리, 혹은 리퍼비시 제품 제공이 아닌 대만 RMA다. SBCK 김포 물류 센터에 제품이 들어오면 대여품을 빌려준 뒤 이를 대만 공장에 도로 보내 수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 약 한 달이 걸리며 본사의 판정 여부에 따라 유상/무상수리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SBCK 구본주 팀장은 “가민은 대만에서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하며 불량률도 0.3%에 그칠 정도다. 소비자들이 초기 불량, 혹은 제품 불량으로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자전거나 자동차용 제품 총판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통합 서비스센터를 만드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 SBCK는 시곗줄 교환에 필요한 나사 등 소형 부품은 국내로 직접 들여와 수리나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리퍼비시 제도조차 낯설어 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이런 방식을 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판매 마진까지 깎았다지만…
올 한해 국내에서 피닉스3를 1만 대 팔겠다는 것이 SBCK의 목표다. “자체 시장 조사 결과 밴드 형태 제품보다 피닉스3를 찾는 목소리가 높았고 소비자들이 저가 미밴드 대신 스마트워치를 사게 만드는 것이 목표”(구본주 팀장)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밴드가 잘 팔리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기본 알림 기능과 운동량 측정 기능을 가진 제품에 충분히 만족했기 때문이다. 또 모든 사람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국내 철인3종경기 인구는 집계 기관에 따라 1만 명에서 3만 명을 오가는 데 여전히 대중적인 경기도 아니다.
SBCK가 올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연말까지 한 달에 1천 대 이상을 계속해 팔아야 한다. SBCK 관계자는 “정식 수입되지 않은 일부 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이 가격보다 보다 싼 값에 판매하기 위해 판매 마진도 깎아낸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SBCK는 과연 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