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사진은 일본 양판점 중 하나인 요도바시카메라 아키바)
국내에서 ‘단단히 뒤통수를 치는 법’으로 찍힌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덕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과당경쟁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높으신 분 보기에도 좋고, 이동통신사들에게는 ‘실적이 나쁘다’고 잠깐만 우는 소리를 하면서 표정관리를 하다가 돌아서서 웃으면 되는 호시절이다.
주말마다 전자상가에서 난데없이 수육이 얼마인지, 현아가 춤을 몇 번 췄는지 비밀리에 물어보고 다녀야 하고, 휴대전화 판매점이 하루 아침에 과일가게로 바뀌는 창조경제도 펼쳐진다. 심지어 과다지원금 신고 포상금을 노리고 사기극을 벌인 휴대전화 판매점주까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통법이 일본 정부 눈에는 실로 그럴싸해 보였나 보다. 지난 15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통신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인 총무성이 전문가 의견을 모은 결과, 다른 이동통신사에서 번호이동할 때 현금이나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이 기존 이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당장 이를 반기고 나선 건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 도코모다. 이 회사는 “현금이나 상품권은 기존 가입자가 내는 요금에서 나오는데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니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au, 소프트뱅크 등 다른 통신사도 “캐시백은 그만 두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캐시백 말고 사라지는 것은 또 있다. NTT도코모는 그동안 번호이동으로 넘어 온 이용자에게 요금할인 혜택으로 단말기 할부금을 할인해 사실상 매달 0엔으로 만들어 주던 약정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제도도 개선(혹은 개악)을 통해 ‘(이용자가 받는) 불공평한 느낌을 없애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른 통신사도 “우리도 비슷한 제도를 고치겠다”며 못이기는 척 동의한 모양이다.
일본 총무성이 캐시백이나 단말기 할인을 지적한 이유는 “기존 이용자 차별”이다. “과당경쟁을 줄이고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는 목표도 어디선가 많이 봤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 이동통신사가 그동안 어떤 태도로 일관했는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런 원대한 목표가 얼마나 실현될지, 단통법 시행 후 지난 1년간을 모두 지켜본 우리 국민이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꿈 깨시라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