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잦은 회의’가 늘 거론된다. 회의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만 걷어내면 별다른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쓸만한 면대면 혹은 다대다 커뮤니케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지만, 회의에서 주고 받는 메시지는 각자 구성원들이 빼앗기는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회의를 주최한 사람만 말하고 참석자는 받아적기만 하는 우리나라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다.
90년대 중반부터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IT기기들이 업무에 활용되면서 기업 내 소통 문화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내 메신저다. 간단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인스턴스 메신저부터, 기업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게시판 기능, 각종 업무 파일을 효과적으로 보관하고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까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툴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 2000년] 그룹웨어
요즘은 일반 기업내 모든 업무에는 PC가 사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에 접속되는 PC를 빼놓고는 업무 처리 자체를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다. 정전이 되거나 인터넷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모든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는 기업도 꽤 많다.
그러나 일반 기업들이 PC를 업무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불과 30년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은행, 대학교, 연구소 등은 메인프레임과 같은 대형 컴퓨터를 사용했다. 그러나 일반 기업들도 업무에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 부터다. 그 이전에는 수많은 서류양식과 필기구가 업무에 동원됐다.
초창기 보편적인 컴퓨터 시스템은 메인프레임이다. 전산실이라고 불리는 중앙에 대형 컴퓨터가 있고, 이것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수십 혹은 수백대의 터미널을 통해 업무를 보는 형태다. 80년대 초 애플과 IBM에서 PC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80년대 중반부터 중소기업에서도 사무실에 PC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90년대로 넘어오면 PC가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1인 1PC가 아니라 사무실에 1대 혹은 2대 정도로 구매해놓는 형태다. 즉 복사기나 팩시밀리처럼 사무를 보조해주는 역할이다. 모뎀을 사용해 외부와 통신을 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데이터 이동은 주로 플로피디스크가 담당한다.
흔히 그룹웨어라고 불리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국내 최초로 등장한 해는 1994년이다. LAN을 활용한 업무 통합이 활발해지면서 해외에서는 로터스, 마이크로소프트, 노벨 등이 그룹웨어를 개발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사내게시판, 이메일, 전자 결제 등의 기능을 통합한 핸디오피스가 첫 선을 보인다. 특히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대명사인 로터스가 개발한 ‘노츠’가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룹웨어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불과 1년만인 1995년에는 보람은행, 한미은행 등 약 180개 기업이 그룹웨어를 도입했으며, 삼보, LG, 삼성, 한글과컴퓨터, 큐닉스 등 주요 소프트웨어기업이 그룹웨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그룹웨어를 업무에 본격적으로 활용한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이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그룹웨어 ‘토우’를 더욱 발전시킨 ‘싱글’을, 포항제철은 ‘마이포스’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2005년] 인스턴트 메신저
1990년 후반 사무환경을 급격하게 바꿔놓은 것은 다름아닌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이다. 이전까지 LAN과 모뎀에 의존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인터넷 접근이 용이하게 되면서 업무 환경도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미 그룹웨어를 통해 각종 업무 문서를 팩스 대신 전자우편으로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고, 전자 결제나 온라인 전자회의 등이 업무에 도입됐으며, ‘종이 없는 사무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예측과 달리 지금도 사무실에서 종이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1인 1PC 사무환경이다. 데스크톱 PC 가격이 크게 낮아지고,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등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직원 1인당 1대의 PC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기업이나 일부 업종에서는 그 이전에도 직원수 만큼 PC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중소기업까지 정착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다.
이미 그룹웨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의 사내 메신저는 단연 ‘MSN 메신저’였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은 1996년에 출시한 ICQ(I Seek You)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된 메신저는 윈도우95가 설치된 모든 PC에 기본으로 들어있던 MSN메신저였기 때문이다.
MSN메신저는 친구로 맺은 사용자의 접속 유무를 확인하고, 곧바로 일대일 혹은 그룹 채팅을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파일 송수신도 자유롭게 이뤄졌다. 당시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까지 MSN 메신저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MSN 메신저가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사이버 풍속도가 주목받기도 했다. 직원들이 메신저를 사용해 직장상사나 다른 직원을 따돌리는 이른바 ‘메신저 왕따 현상’이 그것이다. 또, 메신저를 장시간 사용함으로써 업무 효율이 오히려 저하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들이 가장 골치 아프게 생각한 문제는 다름 아닌 ‘보안’이었다. 메신저를 사용하면 손쉽게 대외비를 유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메일과 달리 흔적도 잘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SK를 시작으로 일부 대기업은 MSN 메신저 사용을 금지시키거나, 아예 네트워크에서 차단시켜버리기도 했다. 다만 인스턴스 메신저의 순기능은 그대로 살리기 위해 자체 도입한 회사 메신저 사용을 권장했다.
MSN 메신저의 인기속에 버디버디, 다음메신저, 세이클럽 타키, 지니 등 국산 메신저들이 잇달아 출시되며 경쟁했지만 MSN 메신저는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며 계속 승승장구한다.
[2005년~ 2010년] 인터넷 전화
영원할 것 같았던 MSN 메신저 시대는 2005년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한다. 20대 사용자 사이에서 처음으로 네이트온이 점유율을 앞서기 시작한 것. 설상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MSN이 윈도우 끼워팔기라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MSN이 하향세를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이러스와 해킹 문제였다. 웜업 등 MSN을 겨냥한 각종 바이러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MSN의 보안 취약점을 사용한 해킹으로 각종 피싱 사기가 만연했던 것이 가장 이유로 분석된다.
반면 기업들이 새롭게 주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바로 인터넷 전화(VoIP)다. 인터넷을 사용한 전화 서비스는 기존 전화와 비교해 통신 경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국제통화가 잦은 무역 회사를 중심으로 Skype와 같은 인터넷 전화를 도입해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인터넷 전화는 통화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웹캠을 활용한 화상회의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기업들의 인터넷 전화 사용 비중이 높아지자, 2008년 이후에는 아예 이를 겨냥한 기업용 솔루션이 국내외 출시돼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스카이프와 함께 주목해야 키워드 중 하나는 모바일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로 스마트폰은 빠르게 대중화 됐다. 이미 해외 기업들은 2000년 초반부터 모바일 메신저로 블랙베리를 널리 사용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2006년이 돼서야 뒤늦게 정식 출시됐으며, 그 이후로도 그다지 대중화되지 못했다. 블랙베리의 상징인 쿼티 키보드가 한국어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이메일 확인 이외에 이렇다할 업무 활용도를 찾기 어려웠다. 스마트폰 성능 자체가 기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했기도 했지만, PC 기반의 업무환경(정확히 말하면 윈도우OS)과 모바일 OS의 호환성이 매우 뒤떨어진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메일을 확인하게 간단하게 답장을 보내는 정도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업무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지금보면 그것은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에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드는 불행의 시작이기도 했다.
[2010년 ~ 현재]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워크
2010년은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이 등장한 해다. 젊은 소비자층이야 이미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았지만, 피쳐폰에 익숙한 중장년층까지도 끌어들인 킬러 콘텐츠가 바로 카카오톡이다. 그러나 초창기 카카오톡을 기업에서 업무에 활용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많았다. 많은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이용하지만 전부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파일 첨부 기능이 없었다.
그럼에도 카카오톡 PC 버전이 등장하면서 네이트온 등 다른 PC용 인스턴스 메신저는 급격한 하락세를 맛봐야 했다. 접속해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었던 다른 PC 메신저와 달리 카카오톡 PC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카이프와 같은 인터넷 전화 기능을 제공하는 보이스톡이나 파일 첨부 기능 등도 충실히 갖춰나갔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어디까지나 개인 사용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기업용 혹은 팀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업무용 모바일 인스턴스 메신저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슬랙이 있고, 국내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해서 개발한 잔디 메신저가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미 카카오톡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팀 단위 협업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2010년 이후 기업들이 주목한 핵심 화두는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며 모호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들의 흥미를 끄는 메시지는 딱 하나였다. 바로 ‘비용절감’이다.
이제 그룹웨어와 같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비단 대기업 뿐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에서도 도입이 일반화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비용이다.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은 필요에 따라 자체 개발할 수도 있을 정도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각종 그룹웨어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 조차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솔루션 구매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전담 서버를 구입해야 했고, 매월 관리비용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디 PC와 모바일 업무 환경이 급격히 통합되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은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 된다. 기업용 유무선 통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도입이 점차 일반화되면서 그룹웨어라는 낡은 말을 스마트워크라는 용어가 빠르게 대체해 나간다.
예를 들어 국내 망사업자 중 하나인 LG유플러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국내 통화용 070 인터넷 전화와 일종의 그룹웨어에 해당하는 MS 기업용 스카이프 솔루션 링크(Lync)를 클라우드 개념으로 묶어 직원당 월 수천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비즈 스카이프’를 출시했다.
‘비즈 스카이프’가 서비스가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기업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즉, 사무용 PC와 직원 스마트폰, 태블릿 등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시간, 장소의 제약없이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음성 통화 중 문서를 바로 공유해 같은 화면을 보며 통화로 회의를 하거나, 다자간 영상 회의를 하면서 모든 내용을 녹음 혹은 녹화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워크 통합 서비스는 기업들이 오랜 관심사이자 앞으로도 이어질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 증대’를 동시에 해결할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