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때까지 매일같이 접하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기술은 스마트폰을, 태블릿을, 손목에 찬 웨어러블과 스마트워치를 움직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회사의 이름조차 모른다.
하지만 애플 A9니, 퀄컴 스냅드래곤 820이니, 삼성전자 엑시노스 8 옥타니 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이름을 줄줄이 꿰는 이들이라면 이 회사 이름을 알리라. 바로 ARM(‘에이알엠’이라 읽는다) 이야기다.
퀄컴도, 애플도, 삼성전자도 “ARM 없으면⋯”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정확히는 각종 반도체의 밑그림을 그려 파는 일이다. 전세계에 쟁쟁한 반도체 회사가 많지만 9V, 5V, 심지어는 1.5V도 안 되는 전력으로 1주일 이상 버티는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은 ARM을 따라갈 곳이 없다.
PC 프로세서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는 인텔도 한때 이 회사의 기술을 빌려 PDA용 프로세서인 엑스스케일(XScale)을 만든 적이 있을 정도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 엔비디아 모두 이 회사가 그린 밑그림을 이용해 모바일 프로세서를 만든다.
모바일 시대의 밀가루를 판다
저전력 코어와 고성능 코어를 네 개씩 묶어서 옥타코어를 만든 다음 용도에 따라 바꿔써서 성능과 배터리 이용시간의 균형을 맞추는 빅리틀 기술도 사실은 ARM이 2011년에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을 받아서 어떤 반도체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온전히 그 기술을 사간 회사의 몫이다. 여러 빵집이 같은 밀가루를 공급받아도 빵집에 따라 서로 다른 빵이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90년 11월 27일, 영국 캠브리지의 작은 헛간에서 세 회사가 출자해 세워진 회사인 ARM은 모바일 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ARM 기술이 쓰인 칩이 지금까지 몇 개나 생산되었는지만 봐도 이는 명확하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5년간 고작(?) 120억 개의 칩이 나왔지만 2014년 말까지 나온 칩은 640억 개나 된다. 6년간 86억 개 이상의 칩이 추가로 쏟아진 것이다.
‘예쁜 나이 25살’ 맞은 ARM
ARM은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시크릿 송지은의 노래 제목을 빌자면 ‘예쁜 나이 25살’이다. 현재 ARM 기술은 스마트폰에서는 95% 이상, 태블릿에서는 85% 이상, 웨어러블에서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4일 열린 ARM 2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ARM 코리아 임종용 대표는 “2015년 3분기까지 ARM 기술을 바탕으로 누적생산된 칩은 750억개나 된다. 1천억개 달성도 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7년 뒤인 1997년 세워진 ARM 코리아는 아직 18살이다. 초기에는 삼성전자,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등 큰 회사가 주요 고객이었지만 현재는 대학교나 연구소, 정부 연구기관, 혹은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팹리스)와도 함께 일한다. 설립 초기 4명이던 직원도 4배 이상으로 늘었다.
ARM은 10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임종용 대표는 “ARM 코리아가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며 충북 테크노파크와 제휴를 그 예로 들었다. 이 곳에 ARM이 제공한 라이선스 때문에 여기에 입주한 기업들은 칩 설계나 판매에 따로 라이선스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앞으로 25년 뒤 ARM이 어떤 모습일지 묻는 질문에 임종용 대표는 “보다 쉽게 예측 가능한 10년 뒤 모습을 최근 ARM 코리아 직원들과 그려본 적이 있었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ARM이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