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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스마트 자판기 "이거 한번 마셔보세요"

주당들이 반기는 똑똑한 맥주통도 등장

일본 수도권 200여 개 역에 설치된 스마트 자동판매기. 특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도쿄(일본)=권봉석 기자> 도쿄를 처음 여행하다 보면 적어도 한 번은 야마노테선을 이용하기 마련이다. 이 야마노테선은 도쿄 주요 거점을 한붓그리기로 연결하는 대동맥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과 비슷한 성격을 지녔다. 그런데 이 야마노테선 여러 역마다 설치된 자동판매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손님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용자를 알아보는 스마트 자동판매기

이 자동판매기는 일본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판매기와 달리 음료수를 고를 수 있는 버튼이 안 달려 있다. 화면에 표시된 음료수 그림을 누른 뒤 동전이나 지폐, 혹은 스이카나 파스모 등 선불식 교통카드를 가져다 대면 음료수 캔이나 페트병이 나온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바로 손님의 나이나 성별에 따라 좋아할 만한 음료수를 자동으로 골라준다는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이 자동판매기가 내장한 카메라 때문이다. 자판기 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한 다음 성별이나 나이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자동판매기 위에 달린 카메라가 이용자를 인식한다.

이 자동판매기의 숨은 기능은 또 있다. 음료수가 팔릴 때마다 서버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주는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캔커피가 잘 팔리는지, 또 앞으로 음료수가 언제쯤 떨어질지 미리 확인하고 이에 맞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모든 데이터는 내장된 통신 모듈을 통해 무선으로 서버에 전송된다.

사물인터넷을 실생활에 접목한 재미있는 사례라 할 수 있지만 현재 음료수 추천 기능은 아쉽게도 써 볼 수 없다.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이나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이 일본의 개인정보 관련 법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올해 들어서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당들이 반기는 ‘똑똑한 맥주통’

지난 17일 도쿄에서 열린 인텔 IoT 아시아에서는 맥주통에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미국에서는 각 지역마다 독특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크래프트 맥주를 손쉽게 맛 볼수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맥주 마니아라면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킬만한 기가 막힌 이야기지만 한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 브랜드가 항상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만약 맥주가 다 떨어졌다면 다른 맥주를 시키거나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맥주통(케그)을 만드는 업체인 스테디서브는 이런 문제를 사물인터넷으로 해결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맥주통인 아이케그에는 남은 맥주 양을 확인하는 센서가 달려 있고 맥주 제조일자는 RFID로 관리된다. 모든 데이터는 펍에 설치된 게이트웨이를 통해 클라우드에 있는 서버로 전송된다.

스마트 맥주통 ‘아이케그’. 남아있는 맥주 양을 자동으로 측정해 알려준다.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사람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맥주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펍에 맥주를 납품할 수 있고, 펍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맥주를 팔아 손해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주당들은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릴 필요 없이 원하는 맥주를 언제나 즐길 수 있다. 매상은 올라가고 맥주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야 하는 손해는 줄어드는 것이다.

일본과 아태지역에서 사물인터넷 기기 관련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업무를 맡은 사토 유키코 이사는 “앞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이 사물인터넷이나 모바일 결제 등 여러 기술을 활용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토 유키코 이사는 “오프라인 매장이 각종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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