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태블릿 한 대만 사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만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9인치 이상 대화면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입하던 사람들은 곧 태블릿의 한계를 깨달았다. 노트북처럼 어디서나 펼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익숙한 프로그램을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결국 투인원이나 전통적인 노트북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앞다투어 샀던 태블릿은 집에서 자기 전 뉴스를 확인하거나 동영상을 재생하게 된다. 굳이 고성능 제품을 쓸 필요가 없으니 업그레이드 주기도 자연히 길어진다. 일부는 태블릿 대신 패블릿을 선택한다. 태블릿의 고도성장 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태블릿은 내리막길, 투인원은 오르막길?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 8월 올 한해 태블릿 출하량이 2014년보다 8% 줄어든 반면 투인원 기기는 86.5%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얼마 전 애플이 발표한 2015년 3분기 실적(애플 기준 2015년 4분기)에서도 아이패드 판매량은 2분기 연속 줄었다. 새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가 나오기 전이고 신제품은 아이패드 미니4 뿐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전세계 통계와 달리 한국 시장은 3분기에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개인 소비자보다는 기업이 더 태블릿을 많이 샀다. 중국·대만산 태블릿이 싼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휩쓸었지만 이제는 싼 가격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 20만원을 넘는 제품은 안 팔리다시피 한다.
에이수스 “라인업은 간소화, 투트랙으로 간다”
9일 태블릿 신제품을 출시한 에이수스코리아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2014년까지 여러 종류 출시됐던 태블릿 라인업을 ‘젠패드’로 일원화 한 다음 보급형 시장에 투입할 태블릿은 가격 대비 성능을 극대화하고, 고급형 제품은 가격을 끌어내리는 투트랙 전략을 쓴 것이다.
고급형 제품인 젠패드S 8.0(Z580CA)은 8인치 2K QXGA (2048×1536 화소) 디스플레이와 인텔 아톰 Z3580(쿼드코어) 프로세서, DDR3L 4GB 메모리를 달았다. 색재현성을 높인 터치센서 일체형 디스플레이에 화질 향상 칩을 달고 DTS-HD 음향 효과도 내장했다. 이 제품은 9월 초 일본 출시 이후 이틀만에 2천대가 모두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함께 나온 제품인 젠패드C 7.0(Z170C)는 인터넷을 통한 학습이나 동영상 강좌 시청용 태블릿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보급형 제품이다. 7인치 QSVGA (1024×600 화소) 디스플레이와 인텔 아톰 X3-C3200 프로세서를 달았다. 색상은 총 네 개 중 한 개를 고를 수 있고 DTS-HD 음향효과도 탑재된다.
경쟁사 의식한 낮은 가격이 강점
주목할 만한 것은 가격이다. 고급형 제품인 젠패드S 8.0은 34만 9천원에 팔리는데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젠패드C 7.0 가격도 12만 9천원인데 오픈마켓 할인 혜택이나 적립금, 신용카드 혜택 등을 적용하면 더 싼 가격에 살수도 있다.
에이수스코리아 곽문영 팀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 제품이나 애플 아이패드 등 경쟁사 제품을 고려해 가격을 비교적 낮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젠패드S 8.0이 탑재한 2K 디스플레이나 화질 보정 기능, 음장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은 사실 다른 업체가 이미 한 번쯤 선보였거나 탑재한 기능들이다. 이미 이런 기능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에이수스코리아 양승호 과장은 “젠패드S 8.0이 디자인을 내세워 시장을 이끌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 가장 먼저 4GB 메모리를 탑재했고 DTS-HD 음향효과도 처음 탑재했다. 이처럼 기능이나 성능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