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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달러가 92만원이 되는 아이폰6S 가격의 진실

애플은 정말 우리나라만 차별할까?

오는 23일부터 판매되는 아이폰6S 가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여기 두 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하나는 애플이 우리나라에서만 아이폰6S를 비싸게 판다는 요지의 기사입니다. 다른 하나는 계산해보니 애플이 우리나라에서만 아이폰6S를 비싸게 파는건 아니더라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SBS뉴스 / [취재파일] 한국 소비자는 호갱?…애플의 배짱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223397&plink=ORI&cooper=NAVER

전자신문 / 아이폰 6s 가격 정말 올랐을까?

http://www.etnews.com/20151019000284

이처럼 하나의 사안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기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펙트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매체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씨넷코리아의 관점에서 아이폰6S의 한국 내 판매 가격에 대해서 해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애플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만 비싸게 받는 것일까요?

일단 애플은 공식적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동일 제품 동일 가격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 정책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각 국가마다 시장 환경이 다르고 세법이 다르고 통화가 다르기 때문에 1원까지 동일하게 받을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비슷하게 가격을 매기려고 노력한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한번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언제나 세금이 문제다.

세금과 환율

먼저 세금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미국에서 마케팅에 사용되는 표시 가격은 소비세가 빠진 가격입니다. 주 마다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아예 세금을 제외하고 공개하는 것입니다. 실제 구매 가격은 표시된 가격에서 세금이 붙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에 개별소비세를 매기지 않는 대신 부가가치세가 있습니다.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이 표시되는 판매 가격이 됩니다. 최종 소비자가 세금을 포함해 가격을 지불하면 그 세금은 판매자 단계를 거쳐 국세청으로 전달됩니다. 내가 낸 세금을 판매자가 가로채지 않고, 즉 탈세를 하지 않고 국세청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면 됩니다. 기업간의 거래에서는 세금계산서가 사용되고요.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은 10%입니다.

지금부터 모든 설명은 언락폰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아이폰6S는 저장공간에 따라 649달러, 749달러, 849달러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세금이 제외된 가격이기 때문에, 여기에 10%를 더하는 것이 공정합니다. 즉, 713.9달러, 823.9달러, 933.9달러라는 가격이 나옵니다.

그 다음은 환율입니다. 아이폰6S 16GB 모델의 가격인 713.9달러를 현재(2015년 10월 20일 기준) 환율인 달러당 1천132원으로 계산하면 80만8천134원이 됩니다. 그런데 아이폰6S의 국내 판매 가격은 92만원입니다. 약 11만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또, 아이폰6와 아이폰6S의 미국 내 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우리나라 판매 가격은 바뀌었습니다. 아이폰6의 국내 출시 가격은 85만원이고, 아이폰6S의 국내 출시 가격은 92만원이기 때문에 7만원이 인상됐다는 것입니다.

SBS는 이러한 차이를 근거로 애플이 한국에서 아이폰6S의 가격을 사실상 인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자신문은 미국 내 소비세를 평균 낸 다음 우리나라 부가가치세까지 더해서 계산을 해서 보도했는데, 이는 다소 공정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 정부에 내는 소비세를 우리나라 소비자가 낼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SBS의 보도가 무조건 맞다고도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환율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동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각 국가에 판매 가격을 결정할 때는 환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크게 고심합니다. 환율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최대한 낮게 책정해 저렴하게 팔면 판매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혹시라도 환율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자칫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아이폰6 출시 이후 일본 애플스토어는 언락폰을 구매하려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해서 인접 국가와 실질 가격 차이가 많이 발생할 경우 입니다. 이때는 일명 보따리상 들을 통해 역수출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얼마전까지 일본 정부가 지속적인 엔저 정책을 펼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사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사례가 있었죠.

현재 원달러 환율은 대단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 중국의 경제 불안, 그리고 유럽의 양적완화 등 여러가지 굵직한 변수에 따라 요동치고 있습니다. 불과 한달 사이에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고, 전문가들 조차 쉽게 예측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여기서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선택은 최대한 원화 가치를 낮게 판단하고 판매가를 책정하는 것입니다. 환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환율이 크게 내리면 따라서 판매가를 내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지요.

지난 3년간 원달러 환율의 최고점은 1천208원이었고, 최저점은 1천7원이었습니다. 앞서 부가가치세를 더한 아이폰6S 16GB의 가격인 713.9달러를 환율 1천208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86만2천391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여전히 한국 내 판매가인 92만원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713.9달러가 92만원이 되기 위한 원달러 환율은 1천288원 정도입니다. 현재 환율 대비 무려 150원이나 높게 책정한 셈이죠.

다만 지난 3년간 가장 원달러 환율 최고점을 찍은 것이 불과 한달전인 2015년 9월 11일이라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전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이 깜짝 실적을 달성한것도 바로 이 환율 영향 때문입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출경쟁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물류비, 관세 그리고 인증비용

제품의 판매가격에는 제품을 보관하고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 그리고 수출입에 따른 각종 제반 비용 그리고 각 국가의 인증기관에 심사를 받는데 드는 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내 아이폰6S 판매가격을 비교하기에 이들 비용을 포함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일단 물류비라면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좀 더 많이 듭니다. 어차피 모든 아이폰6S는 중국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서 판매되는 아이폰6S는 미국에 갔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중국서 곧바로 들여옵니다.

또,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폰은 양국 모두 관세가 없습니다. 따라서 관세는 애당초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죠. 또, 각종 인증비용 역시 한번 받으면 수량의 제한없이 팔 수 있기 때문에 판매가에 반영되는 액수는 대단히 적습니다. 게다가 양국 모두 똑같이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현대 에쿠스도 미국에서는 가성비가 뛰어난 차로 인정받고 있다.

애플은 우리나라만 차별한다?

두 기사에서 예로 든 나라는 미국 이외에도 일본과 홍콩이 있습니다. 일본은 세금을 별도로 표시하고, 홍콩은 아예 세금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폰6S 16GB 모델이 각각 8만6천800엔과 5천588홍콩달러입니다. 이를 원화로 계산하면 각각 81만9천원, 81만3천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해야 공정하겠지요. 그렇다면 90만900원, 89만5천원입니다. 일본은 약 2만원, 홍콩은 약 3만원가량 우리나라보다 더 쌉니다. SBS가 지적한 것도 이 지점입니다. 전자신문은 애당초 소비자 직구 비용과 국내 정식 유통 가격을 비교했으니 셈법이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을 해보면 어떨까요? 세금을 제외한 미국 판매 가격인 649달러를 엔화로 바꾸면 7만7천800엔이 됩니다. 또, 홍콩달러로 바꾸면 5천29홍콩달러가 됩니다. 우리나라보다는 약간 덜 하지만 양국 모두 미국보다는 비싼 편입니다.

즉, 우리나라만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미국 판매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늘 저렴합니다. 그 이유는 다 아실거라고 믿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면서, 첫 번째로 큰 중국 시장보다 훨씬 높은 구매력을 가진 나라니까요. 그래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합니다. 삼성전자도 현대자동차도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더욱 저렴하게 팝니다. 심지어 자국보다 싸게 팔아서 어마어마한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습니다.

그 다음은 출시 일정입니다. 우리나라가 매번 1차 출시국은 커녕 2차 출시국 조차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각종 인증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KC전자파적합인증, 전기안전검사, 망연동테스트 등 각종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애플이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는 보안을 이유로 그 어떤 절차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매번 출시가 늦을 수 밖에 없는 이유죠. 우리보다 훨씬 시장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아이폰이 먼저 출시되는 이유 역시 인증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이죠.

착한 기업도, 나쁜 기업도 없다

기업은 사람이 아닙니다. 기업의 일반적인 속성은 이윤 추구입니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 처럼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당장 손해보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나중에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전략입니다. 각종 공익사업이나 이익의 사회환원 조차도 기업 이미지를 상승시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판매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 깔립니다. 이는 애플도 삼성전자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1년에 한번만 새 아이폰을 출시하는 애플 입장에서는 향후 1년 동안 환율을 예측해야 합니다. 그리고 애플은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92만원에 출시된 아이폰6S는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다소 비싼 편입니다. 애플은 뒤처지는 가격 경쟁력을 감안하고 높은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당연히 일부 소비자들은 고민할 것입니다. 가성비를 판단하겠지요.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본주의 속성입니다. 즉, 환율로 인해 미국 기업인 애플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련 기관에서는 ‘환율 조작’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애플이 이러한 움직임은 이러한 환율 문제와 가장 관련이 깊습니다.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엔저 정책으로 인해 한번 골머리를 앓았던 애플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이번에 나온 아이폰6S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약간 더 비싸게 판매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애플이 한국 소비자들을 차별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애플이 한국 소비자만 차별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시장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그런 느낌조차 주고 싶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익 추구에 방해가 되니까요. 

지구상에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은 없습니다. 돈 잘버는 기업과 돈 못버는 기업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