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동영상을 재생하자 대형 TV 화면에 “왼쪽 앞”, “중앙”, “오른쪽 앞”이라는 문구가 차례대로 나타나며 블루투스로 연결된 헤드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공간감은 명확하지 않다. TV를 조작하던 DTS코리아 직원이 TV 설정 화면에서 ‘헤드폰 가상 서라운드’ 기능을 활성화한 뒤 같은 동영상을 재생하자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감이 느껴진다.
야간에도 헤드폰으로 입체음향 즐긴다
DTS코리아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 2015년형 SUHD·UHD TV가 TV 중에서 세계 최초로 헤드폰X 기술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소리를 녹음하는 스튜디오나 환경에 대한 정보를 음원에 함께 실었다가 소리가 전달되는 헤드폰에 최적화해 전달한다. 스피커가 두 개 달린 헤드폰에서도 5.1 채널, 혹은 7.1 채널 서라운드 음향을 최대한 가까운 형태로 들려준다.
거실 등 넓은 공간에 놓이는 TV라면 응당 내장 스피커를 통한 음향 전달만 중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왜 헤드폰 서라운드 기술이 TV에 들어가느냐는 의문에 DTS코리아 유제용 지사장은 “집안에 멀티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갖추기 힘든 환경에서 극장의 서라운드 음향을 즐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스피커를 갖추고 있어도 야간, 혹은 큰 소리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기 힘든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가장 만족스러운 음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게임”
헤드폰X 기술은 블루투스 등 무선 헤드폰이나 일반 유선 헤드폰을 가리지 않고 잘 작동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음향 효과를 즐기려면 음향 정보가 기록된 콘텐츠와 이를 재생하는 기기, 최종적으로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폰이 모두 이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DTS 아태지역 브라이언 타운 사장은 “게임은 소리를 사전에 수록할 수 없고 조작에 따라 실시간으로 소리가 달라진다. 헤드폰X 기술이 적용된 게임과 헤드폰을 이용하면 게임 진행 과정에 따라 실시간으로 소리를 처리하며 최고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설명했다. 화면 뿐만 아니라 헤드폰에서 들리는 소리로 적군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FPS(일인칭시점슈팅) 게이머라면 공간감을 향상시켜주는 이 기술을 마다할 리가 없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헤드폰X 기술을 이용하려면 적어도 영상이나 음향을 재생하는 기기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삼성전자 이외에 어떤 제조사의 어느 제품이 헤드폰X 기술을 지원하는지 묻자 브라이언 타운 사장은 “우리 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대해 직접 밝히는 것을 꺼리는 고객사가 많다. 관련 기술 탑재 여부는 제조사(고객사)가 원하는 타이밍에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헤드폰X 기술이 쓰이는 또 다른 곳은 다름아닌 자동차 뒷좌석이다. 브라이언 타운 사장은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이 헤드폰으로 영화나 음악을 즐기는 경우가 있어 자동차 회사가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헤드폰X 이외에 DTS 기술이 자동차에 어떻게 쓰이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FM 방송국이나 음원마다 소리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막아주는 노멀라이징 기술이 대표적이고 보스, 알파인 등 회사가 제조하는 카 오디오에 DTS 기술이 적용된다. 미국산 SUV인 랜드로버의 입체음향 시스템도 DTS 기술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