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개인용·기업용 PC 시장에서는 이미 SSD가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제쳤다. 속도를 중요하게 따지는 데스크톱PC나 부피·무게를 중요시하는 노트북과 투인원, 태블릿에서 외면당하는 것이다. 짧은 부팅 시간과 빠른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체험한 소비자들은 HDD 대신 SSD를 선택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생산된 PC에는 총 3천100만 대의 SSD가 달렸지만 2014년에는 그 네 배인 1억 2천만 대가 달렸다. 2012년 4억 7천500만 대를 정점으로 조금씩 하락세를 그리는 HDD와는 대조적이다.
(Source : Statista)
NAS용 저장장치는 아직도 HDD가 대세
하지만 가끔 열어 보아야 하는 데이터인 웜 데이터(Warm Data), 혹은 1년에 한두 번 열어 보아야 하는 데이터인 콜드 데이터(Cold Data)까지 SSD에 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1GB당 단가가 400원에서 600원을 오갈 정도로 SSD 값이 내렸지만 같은 용량을 가진 제품으로 비교하면 여전히 SSD가 비싸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2TB SSD만 해도 1백만원이 훌쩍 넘을 전망이지만 같은 용량의 HDD는 단돈 8만원에 살 수 있다. 때문에 NAS(네트워크 저장장치)에는 HDD가 주로 쓰인다. 일단 1GB를 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원이 채 안되는데다 레이드(RAID) 등으로 여러 대를 동시에 묶으면 기가비트 환경에서 700Mbps(93.2MB/s)로 PC에 직접 연결했을 때와 비슷한 성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구성 강화·성능 높인 NAS 전용 HDD
예전처럼 개인용 시장에서 큰 이득을 못 보게 된 HDD 제조사들도 NAS처럼 큰 데이터를 다루는 시장에 눈을 돌리고 각종 특화 기능을 담은 대용량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원반 모양의 저장장치인 플래터에 데이터를 담는 원리는 기존 HDD와 같지만 오가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펌웨어를 신뢰성 위주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도시바가 상반기 국내 출시한 NAS 전용 하드디스크인 ‘MG04ACA’만 해도 고장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인 평균고장수명을 일반적인 제품의 두 배인 140만 시간으로 끌어올리고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NAS용 운영체제로 흔히 쓰이는 리눅스 뿐만 아니라 윈도우 서버 운영체제에서도 호환성을 확인했다.
“같은 용량이라도 더 비싸게”
HDD 제조사가 이런 제품을 연이어 내놓는데는 숨은 이유도 있다. NAS 등 특수한 용도로 만들어진 제품은 같은 용량의 일반 소비자용 HDD보다 5만원에서 10만원 이상 더 비싼 값에 팔리기 때문이다. 용량 대비 가격을 주로 따지는 일반 소비자와 달리 기업은 신뢰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조금이라도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면 기꺼이 그만큼 돈을 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