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뛰어난 디자인과 디테일한 완성도. 각종 통화 및 문자 알림기능은 아이폰을 더욱 편리하게 해준다.
The BAD 대부분 기능이 참신하지 않다. 매일 충전해야 하는 배터리 사용시간. 킬러 콘텐츠의 부재
한줄평 애플은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갖고 싶어보이는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시계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 손목시계를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고작 물건을 휴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명품 가방이 수백,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브랜드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애플워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단순한 IT기기를 넘어 명품 액세서리로 포지셔닝했다. 그래야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길가는 사람 그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알것 같은 ‘애플’이라는 세계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를 더했다. 그래서 본체 만큼이나 시곗줄에 신경을 썼고, 애플스토어보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판매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대단히 스마트하고 전략적이다. 애플이라면 해결해 낼 것이라고 기대한 기존 스마트워치의 한계성을 애플워치도 고스란히 지니고 있지만, 애플은 소비자로부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시선을 돌리게 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디자인과 디테일에 강한 애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기도 하다. 갤럭시 기어 출시 당시 온갖 패션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삼성전자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단 회사 이름에 전자라도 떼는 것이 우선이다. 애플이 컴퓨터를 떼어냈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평소 손목시계도 귀찮아서 안차고 다니는 본 기자와 같은 소비자가 애플에 거는 기대는, 획기적인 제품은 아니더라도 내 삶에 있어 유용함과 편리함을 제공할 손목형 IT기기였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애플에게 거는 기대는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
애플을 좋아하고 잘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IT기기로서 애플워치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애당초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 워치는 에디션 모델을 제외하고 100만원 이하 손목시계 중에서 IT에 관심이 많은 도시남녀들에게 대단히 경쟁력 있는 손목시계가 맞다. 브랜드만 그럴싸한 쿼츠 시계 따위하고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IT기기 관점에서 본 애플워치에 대한 평가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왜냐하면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아이팟 등 그간 애플이 내놓은 IT기기를 좋아해서 애플워치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배터리
애플워치를 약 3주간 착용해봤다. 애플워치를 구매하면 가장 먼저 신경쓰이는 것이 아무래도 충전 문제다. 처음에는 충전기를 집에 가져다 놨는데 완전 충전하고 출근할 경우 애플워치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하루를 사용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초반에는 궁금한 마음에 꽤 자주 들여다봤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까지 소화해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충분히 버텨냈다. 애플워치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줄어들 무렵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절대 이틀은 못간다는 사실이다. 단 하루라도 충전을 잊게 되면 그 다음날은 어김없이 오후쯤 배터리가 모두 소진됐다. 사용량과 상관없이 말이다. 애플워치에 있는 각종 센서와 아이폰과의 연결에 필요한 무선 기능의 전력 소모가 결코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결국 충전기를 집이 아닌 회사로 옮겼다. 회사라면 업무를 보는 동안 1~2시간 정도만 충전해도 꽤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워치가 배터리 0%에서 완전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다. 보통 기사를 한 두 건 정도 작성하는 시간이면 된다.
IT기기를 사용하면서 매일 충전해야 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수고는 아니다. 반영구적으로 쓰는 오토매틱 시계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 있겠지만, 어차피 스마트폰도 사용량이 많아서 매일 충전해서 쓰고 있다. 다만 애플워치가 매일 충전해야 할 정도로 필요하고 유용하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물론 아쉽게도 아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기능
애플워치의 쓰임새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커뮤니케이션, 알림 그리고 피트니스 트랙커 기능이다. 물론 나중에 개발자들이 애플이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앱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대부분 앱이 아이폰용 앱을 애플워치에 맞도록 옮긴 정도에 불과하다.
일단 애플워치에서 가장 유용하다고 느낀 기능은 알림 기능이다.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고, 각종 문자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전화같은 경우는 진동을 잘 느끼지 못해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문자나 카카오톡 등과 같은 메시지 역시 확인이 간편하다. 또한 양손으로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애플워치의 스피커폰 통화도 나름 쓸만했다. 무엇보다 아이폰과 조금 떨어져 있어도 불안한 감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새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다.
반면 애플이 강조한 애플워치의 스케치 전송 기능이나 심박수 전송 기능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쓸 일이 거의 없다. 일단 주변에 애플워치를 쓰는 사람이 아직 많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거의 못 쓴다. 그럼 남은 대상은 가족이나 친구, 애인 정도다. 요즘 새로 썸을 타는 사람이 있는데, 마침 양쪽 다 애플워치를 가지고 있다면 쓸만할 수 도 있겠다. 그러나 그외에 거의 대부분 상황에서 아이폰이 좀 더 편하다.
애플 워치가 좋은 점은 요즘 부쩍 실력이 좋아진 시리의 활용이 좀 더 편해졌다는 것이다. 시리가 가장 빛나는 공간은 역시 자동차다. 밀폐된 공간인 만큼 인식율도 더욱 좋을 뿐 아니라 거의 자연어 수준으로 이해하고 반응해준다. 물론 애플이 자랑하는 각종 연계 기능은 여기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인 만큼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문자에 답장을 해주고 전화를 대신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꽤 편리하다. 운전 중 스마트폰 조작이 위험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원래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워치가 생겨서 퇴근 후 매일 밤 한 시간씩 억지로 걸었다. 애플워치의 피트니스 트래커 기능은 기본에 충실하지만, 알림 기능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이미 조본이나 핏비트는 물론 수많은 웨어러블기기에서 되는 것 정도다. 심박수 체크 역시 요즘 나오는 최신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대부분 지원한다. 심지어 국내 웨어러블기업이 만든 인바디 밴드는 체지방까지 측정해준다. 잘 작동하지만 우와 할만한 기능은 아니다. 기능적으로는 그렇지만, 밤마다 일산 호수공원을 애플워치를 차고 걷는다는 뿌듯함은 느껴졌다. 핏비트가 있지만 집에 고이 모셔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앱 그리고 생태계
카카오톡 때문에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사람들이 많지만, 카카오톡을 만든 사람이 애플은 아니듯 애플 워치 역시 애플에게만 모든 기능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열어주고 SDK만 제공해주면 된다. 그것이 바로 다른 기업은 알아도 따라할 수 없는 애플의 성공 법칙이다.
애플워치를 매일 충전하고 꼭 착용하고 다니게 할만한 매력적인 기능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서 아이폰을 꺼내지 않고 손목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그만큼 편리한 기능이다. 그런 기능이 과연 있겠냐고 묻는다면 간단한 예로 버스카드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애플워치에 탑재된 애플페이는 아직까지 국내서 사용할 수 없다. 현재 일부 국내 은행이 애플페이를 두고 애플과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니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겠다. 그외에 버스카드나 NFC 기반 신용카드 등이 애플 워치에 궁합이 잘 맞는 서비스 중 하나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안되는 것은 분명하다.
애플워치에서 대부분 뉴스앱은 뉴스를 일부만 보여주고, 화면이 작아 그마저도 읽기 쉽지 않다. 카카오톡, 라인 등 각종 메신저는 음성 인식이나 이모티콘 정도로 가볍게 답장할 수 있다. 그냥 간단히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 정도다. 요리 레시피나, 카카오택시 등과 같은 각종 정보 앱도 작은 화면에서 보기 편한 것은 아니다.
써드파티 앱이 아직 부족한 점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질 일이다. 생태계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조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 앱들이 실행 속도가 대단히 느리다는 사실이다.
애플워치에서는 거의 모든 앱들이 실행 즉시 화면을 보여주지 못한다. 약간의 로딩 시간을 필요로 하며, 앱에 따라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많이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일부 앱의 경우 아예 화면이 뜨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앱의 최적화 문제인지, 아니면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무선 연결에 따른 문제인지, 애플OS의 완성도 부족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애플워치에서 앱을 점점 더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워치OS 2.0에 가장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결론 : 갖고 싶게 만드는 매력은 충분, 그러나…
애플워치는 참 아름답다. 사진으로 보는 것만큼 두껍지 않고 팔목에 아주 가지런하고 부드럽게 감긴다. 특히 거의 모든 애플워치 밴드를 착용해 본 소감은,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비싸지만 확실한 매력이 있다.
애플은 인터페이스에 있어 역사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우스부터 터치 스크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IT기기 인터페이스는 애플 작품이다. 애플워치에 탑재된 포스터치나, 크라운 조작 등도 대단히 직관적이고 나름대로의 손맛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기기 관점에서 본 애플워치는 아직 멀었다. 출시 전부터 지적이 나온 부족한 배터리 문제 때문은 결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애플워치가 그 배터리를 매일 충전하게 만드는 적절한 동기부여를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출근이나 등교 시 스마트폰을 깜박하고 집에 놓고 나오면 집에 다시 가서 가져올 것인가, 그냥 스마트폰 없이 하루만 살 것인가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우리 삶에 더이상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배터리가 없으면 없는대로 차고 다녔다. 깜박하고 집에서 착용하지 않고 나왔으면 그것대로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데 애플 워치만이 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워치OS는 아직 미완성이며, 앱 생태계는 아직 한없이 부족하다. 물론 하드웨어의 완성도나 디자인은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스마트워치를 압도하고 있으며, 역시 애플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막상 사용해보면 애플답지 않은 불안정한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출시된 지 10년 가까이 되는 아이폰과 이제 막 나온 애플워치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애플워치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애플워치를 시계가 아니라 여전히 IT기기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IT기기라면 1년이나 적어도 2년 후에 신제품이 나올 것이고, 구형 제품은 수명을 다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애플워치 에디션은 아예 논외로 하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수십만원이나 하는 손목 시계를 스마트폰 처럼 앞으로 2년 정도만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제품의 완성도와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애플워치는 기대에 약간 못 미치는 느낌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IT기기 관점에서만 보면 애플워치는 그다지 추천할만한 제품은 아니다. 그래도 애플은 2세대부터라는 틀에 박힌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철저하게 IT기기 관점에서 이 제품을 분석했지만, 단순히 IT기기로서 가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 마니아에게 애플 워치는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지고 싶은 당원증 같은 기기다. 패션 피플에게 애플워치는 약간은 긱(Geek) 하지만, 매우 트렌디하고 시크한 손목 액세서리다. 그 정도 값어치는 충분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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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